[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촉발한 보수대통합을 위한 ‘반문(재인)연대’ 불똥이 여권 내부로 튀는 분위기다. 반문연대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그리고 태극기 세력 등 보수 세력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안보 실정에 맞서 뭉치자는 ‘빅텐트’ 구상이다. 그런데 최근 경찰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을 공격한 트위터 계정주(혜경궁 김씨)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라고 발표하면서 이 지사가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이 지사는 경찰의 발표에 “저열한 정치 공세”라며 권력 핵심부와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에 보수정당에서는 이 지사가 반문연대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보수정당발 반문연대 바람이 여권 내 파워 게임으로 번지고 있는 형세다.

뉴시스
뉴시스

- 친문의 공격 안희정·최성이어 정치탄압… 당 홀대 더이 상 못참아 
- ‘유죄’든 ‘무죄’든 반문 연대 ‘선봉장’이 될 운명 타고나


11월17일 경찰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를 트위터 계정 ‘@08_hkkim’의 계정주로 지목하면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이 지사에 패한 친문 전해철 의원 측에서 수사 의뢰한 이후 나온 경찰의 최근 발표다.

경찰에서 ‘혜경궁 김씨’에 대한 주요 혐의는 여당 내 경기도지사 경선이 벌어질 당시 “전해철 전 예비후보가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았다”는 등의 허위사실 유포와 2016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가 취업과정에서 특혜를 얻었다는 허위사실을 해당 트위터에 유포해 문 대통령과 준용 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경찰의 발표대로 검찰 수사 역시 흐른다면 이 지사로선 친문 진영의 주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지사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저열한 정치공세”라고 사실상 현재권력을 겨냥해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지사 경선 비문·비주류 ‘박해’

이 지사가 이처럼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 발끈하는 배경은 지난 대선뿐만 아니라 지방선거 경선에서도 비주류 경기도지사 후보로서 참담함을 맛봤기 때문이다. 당장 ‘혜경궁 김씨’ 경찰수사는 친문핵심이자 ‘3철’중의 한명인 전해철 의원측에서 제기해 시작됐다.

전 의원측은 지난 당내 경기도지사 경선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세월호를 비하한 트위터(08__hkkim) 계정주를 선관위에 고발했다. 전해철 캠프에서는 이 계정주의 주인이 이 후보의 부인인 김혜경씨가 아니냐는 의혹을 보냈다. 또한 전 의원을 지지하는 친문 논객들은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해 ‘혜경궁 김씨는 누구입니까’라는 사실상 이 후보를 압박했다.

또한 전 의원을 꺾고 도지사후보에 올랐지만 설움은 계속됐다. 친문 핵심이자 ‘드루킹 파문’으로 곤욕을 치루던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후보로 확정됐다. 그런데 선대위 발대식에 다수의 현역 의원들이 참석했고 지지자들도 1000여 명이 모여 성황리에 개소식을 가졌다.

참석자 면면을 보면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문희상 의원을 비롯해 홍영표 원내대표 등 친문 전현직 원내 지도부 20여 명이 대거 참석했다. 선거총괄본부장은 친문 황희 의원이, 대변인은 비례대표 제윤경 의원이 맡았다. 하지만 이 지사 캠프는 현역 의원뿐만 아니라 보좌관들조차도 파견을 꺼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지사는 지난 경기도 국정 감사장에서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이 “안·이·박·김‘이라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안희정 날리고 이재명 날리고, 그 다음에 박원순 까불지마라, 까불면 날린다. 그 다음에 김은 누구냐....중략...그런 맥락에서 도지사가 된 후 압수수색을 받았는데 소회가 어떠냐”고 묻자 이 지사는 “인생무상을 느낀다”하기도 했다.

사실상 이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과 지난 대선에서 경쟁을 벌였던 당내 대선후보들이 줄줄이 정치적 타격을 입어 대선 가도에서 멀어지는 정치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을 밝힌 셈이다. 앞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비서였던 김지은 씨의 ‘미투’ 폭로 이후 모든 정치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최성 전 고양시장은 3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이유로 당으로부터 컷오프(공천 배제)를 당했다. 안 전 지사는 김씨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최 전 시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경선 후보 중 현재까지 대형 스캔들에 휘말리거나 사법적 조치를 받지 않은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유일하다.

한편 여당 내 유력한 대선주자인데도 이 지사가 사정기관으로부터 전방위 수사를 당하고 야당으로부터 고발당해도 청와대와 여당은 이 지사에 대해 공개적인 옹호 발언을 삼가고 있다. 한마디로 검찰 수사결과를 보고 난 후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당의 주류이자 친문이 이 지사에 대한 ‘비토’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오히려 친문 그룹 내부에서는 옹호하기보다는 이 지사에 대해 지사직 자진 사퇴나 탈당 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 친문 후보를 자청한 김진표 의원은 각종 스캔들에 얼룩진 이 지사의 자진 출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내 이 지사를 옹호할 우군도 없다시피한 게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 지사를 도왔던 당내외 인사들은 대다수가 친문화됐다. 사실상 민주당 내 ‘반문’내지 ‘비문’을 자청하는 인사들은 대선과 지방선거 그리고 전당대회를 통해 전멸한 상황이다.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 논란 외에도 형수 욕설, 김부선 스캔들, 형님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 조폭연루설로 인해 사정기관으로부터 수사를 받거나 고소·고발된 상황이다. 여권 유력 정치인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는 여권 내에서도 친문에게 미운털이 박혀 이참에 정리하겠다는 정권 차원의 메시지로 보는 시각도 있다. 비문 대권 주자가 겪어야 하는 비운의 정치인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무혐의’시 당내 반문·비문 대표주자로 부상

한편 또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이 시장이 현재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이 지사가 혐의를 벗을 경우 오히려 반전의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 지사 역시 친문 주류 세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콘크리트 지지층이 존재한다. 또한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상위에 랭크돼 있어 기사회생한다면 여권 내에서 상당히 파괴력을 갖는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을 것이란 전망이다.

오히려 이 지사가 현재 권력에 빗대 ‘저열한 정치공세’라고 살아있는 권력과 대립 구도 형성으로 몸값을 높여 차기 대권주자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대로 이 지사 아내 김씨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현 여권과 이 지사의 동행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탈당 내지 출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혜경궁 김씨가 이 지사 부인인 김혜경’이라는 공을 넘겨받은 검찰은 해당 사건 공소시효 만료일인 12월13일전에 결론을 낼 예정이다. 유죄든 무죄든 이 지사는 당내외에서 ‘반문연대’의 선봉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