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보안,경제까지 일상 마비..."KT화재에 도심도 먹통"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KT 통신구 화재로 서북 일대가 블랙아웃(정보통신 대규모 불통 사태)에 빠졌다. 통신선 하나가 끊겼을 뿐인데 금융 치안 의료 교통 소비 여가 등 일상의 모든 부분이 진통을 앓았다.

일부 도심 기능 역시 마비되면서 생활 곳곳에서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IT강국이라는 자부심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25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상점에 전날 발생한 KT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통신 불량으로 카드 결제가 불가능함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뉴시스]
25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상점에 전날 발생한 KT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통신 불량으로 카드 결제가 불가능함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뉴시스]

 휴대전화·ATM 작동 안 돼 주말 장사 망치고 사망사고까지
완전복구 일주일 소요 전망…통신장애 보완 시스템 '의문'


서울 충정로 KT 아현지사의 대형 화재 발생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해당 지역의 극심한 통신 장애는 어느정도 복구됐지만 소비자들의 원성은 쉽사리 가라않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KT 측은 화재 진압 후 통신 서비스 복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통신망 우회복구 시스템 등 장애발생시 조속히 조치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지역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현재 해당 망을 가복구해 어느정도 통신 장애가 정리된 상황이지만 완전복구에는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일요서울은 이번 사태로 논란이 되고 마포 서대문 은평 용산구 일대 지역을 찾아봤다. 이 곳에서 만난 주민 대다수는 가장 불편한 것으로 '통신장애'를 꼽았다. 지인과의 만남 약속에도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쉽사리 찾아 볼 수 있었다.

이 지역에서 무선인터넷이 되는 여의도, 종로 일대로 자리를 옮긴다는 젊은이들도 여럿 있었다.

대학생 김 모씨는 "통신장애가 이렇게 불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며 "인터넷을 하기 위해 친구들과 종로로 이동 중이다"고 말했다.

통신 장애는 신용카드 대란으로도 이어졌다. 가맹점-결제대행업체(VANㆍ밴사)-카드사로 이어진 결제 정보 전달에 문제가 생겨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것.

유동 인구가 많은 신촌, 홍대 인근 가게 곳곳에는 현금 결제나 계좌 이체를 부탁하는 안내문이 붙었지만, 설상가상 KT망을 이용하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먹통이 된 지 오래였다. 그나마 작동(다른 통신망 사용)되는 ATM 앞에는 현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이었다.

카드 대란은 상인들에게도 큰 타격을 입혔다. 피해 지역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매출이 반 정도가 아니라 80% 이상이 떨어졌다"고 속상함을 드러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 천 모씨는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현금을 들고 다니냐"면서 "카드 단말기가 안되니 손님들이 물건을 사러 들어왔다가 그냥 돌아가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판매정보관리시스템(POS)마저 작동하지 않아 손으로 거래장부를 작성하는 가게도 있었다.

112신고도 차질…

생사가 오가는 병원과 신고가 떨어지면 즉각 출동해야 하는 일부 지구대ㆍ파출소도 화재로 인한 통신 대란을 비켜가지 못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의료진 간 호출 콜이 먹통이 되면서 병원 안내방송으로 의사를 찾는 상황이 벌어졌고, 외부통신망도 끊겨 예약이나 각종 문의전화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용산, 마포, 서대문, 남대문경찰서 등 4개 경찰서와 파출소에서 경비전화(내부전화망)와 일반전화가 한동안 작동하지 않았다. KT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시민들은 112 신고를 할 수 없었다.

해당 지역에서는 접수한 112 신고 내용을 전파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112는 지방경찰청 상황실에서 접수해 관할 경찰서로 전달하거나, 지구대와 파출소로 직접 전달한다.

지구대와 파출소로 직접 전달할 때는 SK텔레콤 무선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관할 경찰서로 접수 내용을 전달할 때에는 KT 유선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 이후 한동안 원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4개 경찰서는 직원을 서울지방경찰청 상황실로 파견해 관할 구역으로 접수된 신고를 무전을 통해 지구대, 파출소로 전파했다.

이러는 사이 25일 오전에는 통신 마비로 119 신고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마포구 용강동에 사는 70대 노인이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방청 관계자는 “119 같은 긴급신고는 KT통신이 제 기능을 못해도 자동전환시스템을 통해 다른 통신사 회선으로 바로 전환, 연락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KT에 따르면 25일 오후 6시 기준 인터넷 불통 피해는 21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휴대폰 먹통 피해를 비롯해 일상에서 각종 피해를 입은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 해당 망을 가복구해 어느정도 통신 장애가 정리된 상황이나, 완전복구에는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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