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역린을 건드렸다. 지난 대선에서 불거진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취업 의혹을 재차 꺼내들었다. 자신의 부인이 혜경궁 김씨라는 경찰의 발표에 대한 반발이다. 이 지사는 아울러 지난주 부인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청장과 서장을 함바 비리 의혹으로 측근을 통해 고발했다. 이재명 지사의 정치생명을 건 일생일대의 도박이 시작된 셈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는 난감하다. 당내 유력한 대권주자이자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재명을 끝까지 보호한 그지만 한계에 부딪힌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지사의 거취를 두고 취임 100일을 앞둔 이 대표의 리더십이 도마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 <뉴시스>

- 언제까지...‘나 몰라라할 수 없어...리더십 도마위
- 장기집권 꿈꾸는 이해찬, ‘이재명 카드못 버려

혜경궁 김씨트위터(@08__hkkim) 문제로 코너에 몰린 이재명 경기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을 거론하고 나섰다. 여권 일각에선 이 지사가 친문 주류와 결별을 각오한 것이란 해석까지 나온다.

이 지사는 검찰 조사를 받기 전인 112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나 제 아내는 물론 변호인도 문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은 허위라고 확신한다대선 경선 당시 트위터 글을 이유로 제 아내에게 가해지는 비정상적 공격에는 필연적으로 특혜 채용 의혹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 민주당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李, ‘눈에는 눈, 이에는 이친문 전면전 선포

혜경궁 김씨가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고 주장하는 시민고발단(궁찾사) 측이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엔 혜경궁 김씨 계정주가 문준용씨 취업 특혜 비리 의혹을 제기한 트윗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 지사는 트위터 글이 죄가 되지 않음을 입증하기 위해선 먼저 특혜 채용 의혹이 허위임을 법적으로 확인한 뒤 이를 바탕으로 허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저의) 검찰 제출 의견서를 왜곡해 유출하고 언론플레이하며 이간질에 앞장서는 사람들이 이간계를 주도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유를 막론하고 억울한 의혹제기의 피해자인 문준용씨에게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도 말했다. 이 지사의 발언은 외형상 문준용씨를 옹호하는 것 같지만 실제 내용 면에선 혜경궁 김씨를 수사하려면 문준용씨 의혹부터 수사해야 하는데 과연 청와대가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의미가 깔려 있다.

이 때문에 친문 진영은 SNS를 통해 이재명의 물타기 전술이란 비판을 쏟아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아들 문제는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건데 여당으로서는 감히 꺼낼 수 없는 문제라며 이 지사가 대통령 아들 문제를 언급한 것은 반문(反文) 야당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의 페북 발언이 알려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미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는 아직 판단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선 긋기에 나섰지만, 1124일 이 지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서면서 당은 다시 어수선해졌다. 이 지사 제명 또는 출당을 요구하는 일부 당원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이 지사 지지층의 결집 움직임도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수장이자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를 의혹만으로 출당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마냥 껴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기에는 당내 분열이 심화되는 등 위험 부담이 만만찮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형국인 것이다.

하지만 이 지사가 대통령의 아들 문제를 걸고 넘어지자 친문 주류는 반발하고 있다. 이 지사가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한 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는 이재명 출당·탈당을 촉구하는 당원연합의 첫 토요집회가 열렸다. “이재명을 제명하라” “감싸면 우리도 적폐라는 구호를 외친 이들은 지도부의 조치가 있을 때까지 매주 토요일 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반면 성남지청 앞에는 이 지사 지지자들이 모여들어 맞대결을 펼쳤다. 여권 일각에선 경기지사 후보 경선과 전당대회를 통해 맺어진 이해찬·이재명 연대에 금이 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단 이 대표는 1125중구난방-민주당의 미래를 생각하는 당원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지사 관련 입장은 23) 기자간담회에서 말을 다 했다. 자꾸 그러면 간담회도 안 해야겠다며 발언을 삼갔다.

이 대표는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 잘 모른다기본적으로 사건의 수사과정과 검찰의 공소과정, 법원의 재판과정을 모두 보고 판단해야지 (지금은) 정무적인 판단을 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신중한 입장이다.

이 대표가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이 지사와 지난 전당대회에서 지지를 받은 측면도 있지만 ‘20년 집권론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잠룡 한명이 날라가는 것에 대한 우려감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미투운동으로 날라간 상황에서 이 지사까지 탈당내지 출당 처리하게되면 사실상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 문 대통령과 경쟁한 비문 인사는 사실상 없다시피하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도하차했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출마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이 대표 입장에서 비문 후보로 낙인된 대권 주자들이 줄줄이 낙마를 하는 것은 ‘20년 장기집권에 독이 된다는 사고가 깔려 있다. 결국 이런 구도속에 비문 잠룡들이 탄생할 수도 없고 출현한다고 해도 당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결국 친문, 그들만의 잔치로 차기 대선 경선이 흐를 공산인 높다. 이럴 경우 20년 집권이 아닌 10년 권력도 장담할 수 없눈 처지다. 이 지사의 거취에 대해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근거라는 게 여관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20년 장기집권 의 고민...‘이재명 카드 살아 있어야...’

한편 이 지사 측은 자신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경기남부경찰청장과 분당경찰서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려다 이 대표의 만류로 취소한 바 있다. 하지만 1123일 이 지사 변호인인 백종덕 변호사는 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두 경찰 간부를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의 이 지사 기소 여부가 결정되는 1213(선거사범 공소시효) 이전에는 이재명 파문의 향배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으로서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내용에 구체적인 입장을 결정해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진실공방이 장기화하면서 이 지사 문제가 친문 대 반문구도로 당 내홍이 깊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대표와 당 지도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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