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7년 전 B씨에게 1억 원을 빌려줬는데 그가 변제기가 지나도 갚지 않기에 B씨를 상대로 소송을 걸려고 한다. 그런데 막상 A씨가 B씨 집의 등기부등본을 떼어 보았는데 6년 전에 이미 그 집을 B씨의 아들인 C씨에게 증여하였다. B씨에게는 그 집이 유일한 재산인데 이 경우 A씨가 구제받을 수 있을까?

가. 채권자취소권의 성립 요건

이 경우 쟁점은 채권자취소권, 흔히 말하는 사해행위취소 소송이 가능한가의 문제이다.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406조 1항)

이러한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으로는,

①채무자가 법률행위를 하였어야 한다. 법률행위는 계약은 물론 단독행위(권리포기, 채무면제, 채무승인), 합동행위(회사설립행위)를 불문한다. 하지만 채무자의 단순한 부작위나 사실행위, 순수한 소송행위에는 채권자취소권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증여나 유증의 거절과 같은 것은 사해행위가 되지 않는다. 한편 채무자의 법률행위가 설사 무효인 법률행위(예컨대 통정허위표시)인 경우에도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②채무자의 법률행위는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상속의 승인이나 포기는 사해행위가 되지 않는다.

③채권자를 해하는 법률행위여야 한다. 채권자를 해한다는 것은 채무자의 재산행위로 그의 일반재산이 감소하여 채권의 공동담보에 부족이 생기고 채권자에게 완전한 변제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일부의 채권자에게 변제하거나 물적 담보를 제공하는 것은 사해행위가 아니다. 다만 특정채권자와 서로 짜서 채무액 이상의 가치가 있는 대물변제를 하는 것은 사해행위이다. 보증을 서는 것은 주채무자에게 충분한 자력이 있을 경우에는 사해행위가 안되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사해행위가 된다. 하지만 연대보증을 서는 경우에는 무조건 사해행위가 된다.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으로 만드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사해행위가 되지 않는다.

한편 사해행위로 취소되는 효과는 모든 채권자의 이익을 위하여 그 효력이 있기 때문에 채권의 공동담보를 해하는 경우, 즉 채무자가 무자력(채무초과 상태)으로 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그 결과 특정채권의 보전을 위하여서는 채권자취소권이 허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경우 그 등기청구권 역시 특정채권이므로 채무자가 이중매매를 하였다고 해도 이를 이유로 채권자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대법원 1991. 7. 23. 선고 91다6757 판결).

이러한 채권자취소권은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5년 이내에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한다.

나. 수익자·전득자의 악의 추정

채무자의 사해행위로 인해 이득을 보는 사람을 수익자라 하고, 그로부터 다시 이익을 본 사람을 전득자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수익자나 전득자는 일응 악의로 추정된다. 즉 채무자의 행위가 그에 대한 채권자의 권리를 해하는 것을 알고 이익을 본 것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수익자나 전득자가 선의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사해행위 취소 소송에서 채권자에게 패할 것이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7다28819 판결 참조).

하지만 만약 수익자가 채무자의 재산 상태를 전혀 모르는 제3자이고 부동산 중개업자를 통해 정당하게 매수한 경우에는 악의 추정은 깨질 수 있다.

다. 수익자나 전득자를 상대로 한 가액배상청구

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가 인정되면, 수익자 또는 전득자는 원상회복으로서 사해행위의 목적물을 채무자에게 반환할 의무를 진다. 만일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원상회복의무의 이행으로서 사해행위 목적물의 가액 상당을 배상하여야 하는데,

여기서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는 원물반환이 단순히 절대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라 사회생활상의 경험법칙 또는 거래상의 관념에 비추어 채권자가 수익자나 전득자로부터 이행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1998. 5. 15. 선고 97다58316 판결 등 참조). 다만 채권자는 자신이 가지는 피보전채권액을 한도로 채무자의 법률행위를 취소하고 그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가액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라. 결어

사례로 돌아가 살피건대, B씨의 법률행위인 증여는 자신의 책임재산을 감소시켜 무자력으로 만드는 사해행위에 해당된다. 더욱이 그 수증자는 아들 C씨이므로 당연히 악의가 추정되고, 사실상 그 악의 추정을 깬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통상 가족, 가까운 친척, 친지가 수익자인 경우는 강하게 악의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채권자취소권은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내 이를 행사해야 한다. 이 기간은 제척기간이다. 그런데 사례의 경우 A씨는 취소원인을 안 것은 최근이라 문제가 없지만 B씨의 법률행위가 이미 6년 전에 이뤄졌기 때문에 채권자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결국 A씨는 사해행위취소 소송으로 구제받을 수 없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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