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여군 상대로 성폭력 저지른 해군 간부 ‘무죄’ 판결 규탄 기자회견 열려

해군 간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무죄판결 규탄 기자회견 현장
해군 간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무죄판결 규탄 기자회견 현장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서울시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26일 성소수자 여군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해군 간부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것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 군관련성소수자인권침해·차별신고및지원을위한네트워크, 군인권센터, 녹색당 등 16개 단체가 함께했다.

발언대에는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신혜정 활동가, 공익인권법재단공감 차혜령 변호사, 한국성폭력상담소 최란 여성주의상담팀장, 젊은여군포럼 김은경 대표, 군관련성소수자인권침해·차별신고및지원을위한네트워크 이종걸, 군인권센터 방혜린 간사가 섰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들은 ▲성차별·남성주의적인 군 문화 ▲고등군사법원(이하 군사법원)의 불합리한 판결  등을 지적했다. 아울러 이 사건의 피해자가 ‘성소수자’였던 점을 언급하면서 이를 빌미로 성폭력이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고등군사법원 재판부는 폭행 또는 협박을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가해자 무죄를 선언했다”며 “이는 군 내 여군의 위치와 소수자성, 군의 계급, 공동체, 명예로 인해 피해자들이 성폭력 앞에서 취약해지는 지점을 무시한 결과”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해군) 함정은 격자로 나눠져 있고 견고한 철문을 닫으면 소리도 안 들려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모른다”면서 “이 상황에서 소수(인) 여군, 특히 성폭력 피해자가 느끼는 고립감은 (이 사건의 피해자가) 언론에서 표현한 ‘좀비’가 된 느낌일 정도”라고 대변했다.

이종걸은 “이 사건에서 군사법원 재판부는 군대의 조직문화, 상명하복이라는 위계질서에 대한 조건은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군사법원은 피해자의 용기에는 답하지 않은 채 성범죄자를 엄호하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더불어 이 사건은 가해자들이 피해자가 성소수자인 점을 악용해 저지른 범죄라고 여겼다. 그는 “특히 성소수자 군인은 성폭력에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이들은 성폭력을 알리거나 그 이후 제대로 사건을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또한 많은 성소수자 피해자가 가해자의 아웃팅(outing·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대해 본인의 동이 없이 밝히는 행위) 협박, (사회의) 왜곡된 통념에서 기인한 2차 피해를 경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 간사는 일반 1심법원에 비해 성범죄자 상대 실형 선고율이 현저히 낮은 군사법원의 실태에 대해 문제 제기했다. 그에 의하면 군사법원에서 성범죄자를 상대로 실형을 선고한 비율은 11퍼센트(148건)에 불과하다. 반면 일반 1심법원은 같은 사안에 대해 20퍼센트대의 실형 선고율을 유지한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원인으로 그는 ▲군사법원이 군 수뇌부로부터 독립성을 갖추지 못함 ▲군사법원 내 전관예우 행태를 짚었다. 방 간사는 “이번 고등군사법원 판결은 군대 내 성범죄가 줄어들지 못하는 이유, 특히 고위 장교 및 장성들의 군 성범죄가 줄어들지 않고 계속해 발생하는 이유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참여자들은 ‘성폭력이자 혐오범죄자 중형 선고하라’ ‘중형 선고를 요구한다’ ‘군대는 여성인권 제대로 보장하라’ ‘군대는 성소수자 인권 제대로 보장하라’ ‘가해자에게 면죄부 남발 군사법원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는 성소수자 해군 여군이 해군 간부 두 명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사건으로, 2010년 9월 하순부터 같은 해 12월 초까지 약 두 달 간 벌어졌다. 

피해자는 직속 상관인 A소령이 저지른 성폭력으로 인해 중절 수술까지 해야 했고, 이를 당시 함장이었던 B대령에게 알렸으나 그도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발생 7년 이후 피해자는 이 사건을 공론화하면서 두 사람은 재판에 회부됐다. 1심을 맡은 해군 법원은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8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가 의도적으로 허위 진술을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약 7년이라는 시간이 경과한 시점에서 기억이 변형 내지 과장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강간죄의 구성요건인 폭행·협박이 동반되지 않아 강간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 무죄를 판결했다. 

한편 이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 18만4931명(26일 기준)의 동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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