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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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인공심장박동기, 여성용 가슴보형물 등 의료기기의 후유증으로 전 세계에서 10년간 생명을 잃은 환자가 무려 83000명이나 된다는 국제 탐사보도가 나왔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26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일명 '이식 파일(The Implant File)'에서 인공관절, 의료당국의 느슨한 규제와 의료용품의 안일한 허가 방식 때문에,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부작용으로 고통을 호소하며 때로는 후유증으로 생명을 잃고 있다고 폭로했다. 일부 이식수술에 사용되는 용품들은 적절한 검사 없이 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540만 명의 이식수술환자들이 부작용을 보고했다. 이들 중 170만 명의 환자들은 이식수술 후 신체적 손상을 겪었고, 50만 명이 이식제거수술을 받았다. 83000명은 후유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인공심장박동기, 척추디스크용 인공보철물, 신체이식용 피임제품과 인공둔부보형물, 여성용 가슴보형물 등도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켜 이식을 받은 환자들이 재수술을 받게 되거나 생명을 잃게 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의료품 제조업체와 병원, 보건당국 등 의료계 전반에 만연해 있었다.

둔부용 인공보형물과 이식용 피임용품은 임상실험 없이 병원에 판매된 것으로 밝혀졌다. 인공심장 제조업체들은 합병증 위험을 인지한 채 환자들 몸에 이식될 제품을 병원에 공급했다. 보건당국은 척수디스크용 인공보철물이 분리되거나 위치에서 이탈될 수 있다는 위험을 알고도 제품을 허가했다.

외과전공의들은 분명한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이식수술의 위험성을 환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환자들은 수술을 받기 전 자신의 몸에 이식될 의료품에 대한 정보 확인이 어려워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없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왕립의과대학원의 데릭 앨더슨 교수는 규제의 급박한 변화를 요구하는 사례들은충분히 있다며 이식용 의료기기의 허가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앨더슨 교수는 의약품과는 달리, 외과에서 소개되는 혁신적인 제품들은 임상실험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느슨한 규제가 환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의사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는 전 세계 연간 4000억 달러 (452조 원) 규모의 이식 수술 시장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36개국 59개 언론사 252명의 기자들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뉴스타파가 참여했다.

뉴스타파는 26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기사에서 뉴스타파가 윤일규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국내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52개 품목 가운데 25개 품목 404000여 건이 의료기관에 납품됐다. 한 해 평균 10만 건 가량이다.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란 1년 이상 인체에 심어져 있는 이식형 의료기기를 말한다.

이 기간 동안 추적관리대상 의료기기 부작용 신고는 4884건이 접수됐다. 연 평균 1300건 정도다. 이 가운데 실리콘겔 인공유방 관련 부작용 신고가 4324건으로 전체의 89%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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