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강부자’, 박근혜 정부의 성시경·사미자’.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치권에선 새 정부의 특징이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곤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이어졌다. ‘젠틀호동·기동민등 문 정부의 인선 특징이 한 단어로 표현됐다. 그리고 얼마 전 새로운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영자그리고 이남자가 그것이다. 얼핏 여타 신조어들처럼 정부의 특징을 요약한 단어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에 내포돼 있는 의미의 무게감은 차원이 다르다. 문 정부의 지지율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두 단어는 문 정부의 집권 초반 핵심 지지층인 ‘20·영남·자영업자층이 이탈하고 있음을 꼬집는 단어들이다. 일각에서는 문 정부의 조기 레임덕을 암시하는 단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 내부서 이상 징후경고했음에도... 조기 레임덕 가시화
- 일각 전전전 현상’... “전 세대, 전 지역, 전 계층 돌아서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초대 내각을 구성했을 때는 뜬금없이 영화배우 고소영의 이름이 회자됐다. 이 전 대통령이 내각 인선에서 자신이 졸업한 려대와 장로로 재직 중인 망교회, 고향인 남 지역 출신을 대거 발탁하자 그 앞 글자를 따서 고소영 내각이라는 이름이 붙었던 것이다. 이어 강남에 땅이 많은 부자들로 구성된 내각이라는 의미로 강부자 내각이라는 별명도 따라붙었다.

2013년엔 고소영·강부자가 지고 성시경이 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인선에서 성균관대, 고시, 경기고 출신 인사들이 중용되면 서다. 위성미라는 신조어도 함께였다. 위스콘신대, 성균관대, 미래포럼 출신 인사들을 일컬었다. 사미자(사랑의 교회-미래경영모임)도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집권과 동시에 어김없이 신조어들이 쏟아졌다. 다만 이전 정부 때와는 그 목적이 달랐다. 조소와 비아냥을 위한 신조어가 아닌 긍정적인 평가의 신조어들이 이어졌다. 젠틀호동이 가장 먼저였다. 젠틀한 외모, 호남, 운동권 출신이 주요 포스트를 차지하면서 붙여졌다.

기동민이란 단어도 생겨났다. 기자, 운동권, 민간인 출신의 약진을 의미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트라우마가 워낙 깊었던 탓에 문 정부의 모든 정책과 인사에는 마치 면죄부가 주어진 듯 했다. 언론과 여론 모두 호평 일색이었다.

그리고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현재, 또 다른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영자이남자. 명명 방식은 동일하다. 젠틀호동, 기동민과 마찬가지로 단어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하지만 그 속에는 1년 사이 추락한 문재인 정부의 위상이 그대로 녹아있다. ‘이영자를 처음 언급한 것은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이다.

박 의원은 20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금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에서 영남에서 자영업자들이 굉장히 낮게 나오고 있다“20대에서는 85%에서 56%, 부산에서는 부정평가가 49%, 자영업자도 50%미만인데 저는 이게 이영자 현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20대와 영남, 자영업자의 첫 글자로 이영자라고 신조어를 조합한 것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 집권 초반 핵심 지지층인 20대와 자영업자들이 고용 악화와 경기 침체로 이탈하고 있다는 얘기다. 붙박이 지지층이 흔들린다는 이상 징후를 경고하는 목소리는 여당 내부에서 이미 나왔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열린 전국대학생위원회 발대식에서 최근 한국갤럽에서 여론조사 결과 올해 초만 해도 문 대통령에 대한 20대 지지율 81.9%에서 11월 둘째 주엔 54.5%27% 이상 하락하게 됐다. 이 부분에 대해 가슴이 굉장히 아플 수밖에 없고 아파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래를 책임질 20대가 실망하고 있다면 더 크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송영길 최고위원까지 기대를 안고 문 정부를 지지한 20대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도 경제적 어려움이 반영돼 있다고 생각한다우리나라 역사상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보다 못 사는 첫 세대가 되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경고했는데, 이후 평화당 박 의원의 이영자발언을 필두로 이젠 야권까지 이 같은 지적에 가세하고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정치권에서는 이영자의 변심뿐만 아니라 이남자의 변심이 더 걱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20대 중에서도 남성의 지지율 하락이 전체 지지율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683%에서 111~3주에는 60%(3주치 평균)로 하락했다. 갤럽 조사에서 20대 남성의 지지율은 지난 6월에는 81%로 여성(84%)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111~3주에는 남성은 51%30%포인트나 하락했다. 여성은 70%14%포인트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30대도 남성(82%59%)이 여성(85%68%)에 비해 지지율 하락폭이 컸다. (언급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젊은 남성층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급격히 빠지는 배경에는 젠더 이슈안보 의식이 깔려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학 교수는 젊은 층에서만 남녀의 격차가 크게 나타나는 건 아무래도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젠더 이슈나 대체 복무 문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남성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여성들이 목소리가 커지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일각에서는 이영자 현상’·‘이남자 현상이 아닌 전전전 현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전 세대, 전 지역, 전 계층이 돌아서고 있다는 것.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전체 지지율보다 매우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크게 줄고, ‘매우 못 하고 있다는 응답이 크게 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면서 국정 지지율을 볼 때 이 두 항목을 가장 유심히 본다. 그것이 지지의 강도와 비판의 강도를 중심으로 집권세력에 대한 체감 지지도를 알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1505명에게 19~21일 실시해 22일 발표한 113주차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조사 결과(95% 신뢰수준±2.5%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하는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한 끝에 역대 최저치인 52.5%를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하락세는 비단 리얼미터 뿐 아니라 다른 조사기관들이 내놓는 결과에서도 뚜렷이 나타나는데,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0일 전국 성인 1004명에게 실시한 11월 셋째주 정례조사(95% 신뢰수준±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도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주 연속 떨어져 50.3%에 그친 것으로 나왔고, 긍정-부정평가 간 격차는 겨우 6.9%포인트로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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