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2018년 12월 추천 가볼 만한 곳 ②

자그마한 다랑논을 지나 솟을대문을 넘으면 널찍한 마당 한쪽에 장독대가 햇살에 반짝인다. 마당에는 연자방아 돌리는 황소와 우마차를 타고 피리 부는 소년의 실물 크기 조형물이 보인다. 기다란 기와지붕을 이고 선 건물은 쌀문화전시관이다. 조선 시대 진상품으로 유명한 이천 쌀의 우수성, 우리나라와 세계 쌀 문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전시실은 성종의 수라상 그림으로 시작한다. 그 옆에는 산해진미로 가득한 수라상의 주인공은 쌀밥이었습니다라는 설명이 붙었다. 15세기 말 이천 부사 복승정의 치적 자료에 따르면 성종이 세종릉에 성묘하고 환궁하면서 이천에 머물던 중 이천 쌀로 밥을 지어 먹었는데, 맛이 좋아 진상미로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이천 쌀의 역사는 지금까지 이어진다. 쌀알이 투명하고 밥에 윤기가 도는 추청 품종을 선택하고, 생산과 수확뿐 아니라 저장도 깐깐하게 관리해서 품질을 고급화했다. 이천의 미곡종합처리장 8곳을 통해 공동 수매하고, 건조와 저장, 가공에서 유통까지 전 과정을 체계화해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생산한 이천 쌀을 즉석에서 도정해 맛볼 수 있는 것도 쌀문화전시관의 자랑이다. 잘 여문 벼를 즉석도정쌀눈쌀자판기에 넣으면 현미부터 백미까지 원하는 대로 도정할 수 있다. 바로 도정한 쌀알을 입에 넣고 씹으면 고소하고 달콤해서 아이들도 좋아한다. 특히 보관이 어려워 시중에서 잘 팔지 않는 오분도쌀은 현미보다 부드럽고 백미보다 고소해 인기가 높다. 미리 신청하면 갓 도정한 쌀로 가마솥에 밥을 지어 먹는 체험이 가능하다. 평소에 밥을 잘 안 먹던 아이도 벼가 쌀로, 다시 밥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밥알 한 톨 남기지 않고 잘 먹는단다.

성종은 이천쌀을 즐겨 먹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성종은 이천쌀을 즐겨 먹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지하에는 벼 이야기와 논의 사계를 설명하는 코너가 있고, 쟁기와 가래, 벼훑이(홀태) 등 옛날 농기구를 전시한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벼훑이로 탈곡하고, 절구로 도정하고, 키질해서 쭉정이를 날리고 알곡만 남기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벼훑이로 힘겹게 낟알을 떨구고, 허리 두드리며 절구질하고, 코가 간지러운 것을 참으며 키질해서 알곡을 만든 아이는 쌀 한 톨의 소중함을 몸으로 깨닫는다.

벼에 대한 전시물 중에 1998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소로리의 구석기시대 유적에서 기원전 15000~13000년 무렵의 볍씨가 발견됐다는 설명이 눈에 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수천 년이나 앞서 벼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소로리 볍씨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연구 팀이 연대를 측정한 결과, 기원전 12500년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벼농사가 본격화한 때는 약 3500년 전인 청동기시대이므로, 학계에서는 소로리 볍씨가 진짜 세계 최초의 볍씨인지 논란이 계속된다.

아이들에게는 이런 설명보다 재미난 체험 활동이 기다린다. 귀여운 표주박에 알록달록 색칠하거나, 김홍도의 추수도를 탁본으로 떠볼 수 있다. 모두 농업과 쌀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활동이다.

쌀문화전시관은 이천농업테마공원에 자리 잡았다. 이천농업테마공원은 도시민에게 농촌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천시 농산물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2013년 조성했다. 15가 넘는 부지에 쌀문화전시관, 체험용 경작지인 다랑논, 쌀먹거리촌, 임금님표이천 농식품 홍보·판매장 등이 있다. 쌀문화전시관 운영 시간은 오전 930~오후 5시이며(월요일·11·명절 당일 휴관), 관람료는 무료다.

우리나라의 '소로리 볍씨'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물로 알려졌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우리나라의 '소로리 볍씨'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물로 알려졌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도자기로도 유명한 이천은 이웃한 광주, 여주와 함께 도자기 벨트를 이루며, 홀수 해에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를 개최한다. 이와 별도로 해마다 이천도자기축제를 연다. 지난 2001년 개최된 세계도자기엑스포에 맞춰 문을 연 세라피아는 이천 도자기의 중심이다. 도자기를 뜻하는 세라믹과 천국이란 의미의 유토피아를 합쳐 만든 세라피아는 이름 그대로 도자기의 모든 것을 보고 즐기고 체험하는 도자기 천국이다.

사기막골도예촌은 동시대 도자기 장인들이 모여 이룬 마을이다. 이들이 고려와 조선을 잇는 전통 도자기 제조 기법을 연구하고 새로운 기법을 개발한 덕분에 이천은 현대 도자기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이천시 사음동 일대에 조성된 사기막골도예촌에는 골목마다 장인이 직접 운영하는 공방과 도자기 매장이 들어섰다.

지난해까지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와 이천도자기축제가 열린 설봉공원은 시원한 설봉호수를 중심으로 다양한 조각 작품과 쉼터가 있다. 올해부터 행사 장소가 새로 조성된 예스파크(’s park)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봄가을이면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축제가 없는 날에는 한가롭게 산책하기 좋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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