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2018년 12월 추천 가볼 만한 곳 ⑤

추운 겨울에는 박물관을 찾기 좋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 박물관이라면 금상첨화다. 전남 보성에 있는 한국차박물관은 차의 역사와 문화가 한눈에 들어오고, 차와 차 음식 만들기, 녹차 천연 화장품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관심이 간다. 차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20109월에 문을 열었다.

박물관은 1~3층 전시실과 5층 전망대로 구성된다. 1차 문화실만 둘러봐도 차에 관한 책 한 권 읽은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차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보여준다. 보성에서 차가 본격적으로 재배된 시기는 일제강점기로, 일본 차 전문가들이 전국에서 차를 가꾸기 좋은 지역을 찾다가 보성에 녹차 씨앗을 심었다. 해방 후 방치된 차밭을 1957년 장영섭 대표가 인수해 대한다업주식회사를 설립, 보성의 차밭 역사가 이어졌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몽중산다원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전망대에서 바라본 몽중산다원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녹차 수도라고 불리는 보성은 전국 단일 시군에서 차 생산 규모가 가장 크다. 주변 지역보다 표고가 높아 일교차가 큰데다, 해양성기후 영향으로 차나무가 잘 자라는 환경을 갖췄다. 안개가 끼는 날이 많아 습도가 높으니, 차나무에 충분한 수분도 공급할 수 있다. 이런 강점을 갖춘 보성 차는 우주에서 마실 수 있는 음료로 선정됐다. 1층 차 문화실을 둘러보면 보성녹차군수품질인증제와 지리적표시제, 국제유기인증 등 보성 녹차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차 재배에서 수확까지 생산과정을 디오라마로 만들어, 어린이도 이해하기 쉽다.

2차 역사실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차 유물과 다기 등을 전시한다. 보성 덤벙분청사기가 눈길을 끄는데, 덤벙 기법으로 만든 다완도 볼 수 있다. 덤벙분청사기는 철분을 함유해 차의 쓴맛을 내는 타닌을 중화한다고 알려졌다.

1층과 2층이 눈으로 공부하는 공간이라면, 3차 생활실은 몸으로 배우는 자리다. 차 마시는 예절을 배우고 차향에 빠져본다. 장난꾸러기 학생도 이곳에 오면 점잖아, 다관에 물을 따르는 동작부터 다르다. 차에 쓴맛과 단맛, 신맛, 매운맛, 떫은맛이 있다는 선생님 말씀에 차를 머금고 진지하게 음미한다. 차를 마시고 다식까지 맛보면 다례 수업이 끝난다. 다례 체험을 하고 싶다면 주말에 방문한다.

차 만들기 체험에 참여해도 좋다. 한국차박물관 옆에 차만들어보는곳이 있다. 이곳에서 차 만들기, 차 음식 만들기, 녹차 천연 화장품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차 음식은 녹차떡케이크나 홍차스콘을 만들고, 천연 화장품은 스킨&로션, 스킨&미스트, 보습크림, 오일&향수 중 선택해서 만들 수 있다. 재료 준비를 위해 예약이 필수며, 15명 이상 신청 가능하다.

한국차박물관 주변에 둘러볼 곳이 많다. 박물관 뒤에는 실내정원이 있고, 차만들어보는곳 뒤에는 차밭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몽중산다원에 속한 밭으로, 초록빛 차밭의 유려한 곡선이 아름답다. 한국차박물관 운영 시간은 오전 10~오후 5시다(월요일·11·명절 당일 휴관).

한국차박물관을 포함한 한국차문화공원 일대는 겨울에 더 반짝반짝 빛난다. 보성차밭빛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1214일부터 2019113일까지 찬란한 빛으로 보성 차밭을 물들인다. 은하수터널과 빛산책로, 디지털차나무, 차밭파사드 등 화려한 빛 조형물이 특별한 추억을 안겨줄 예정이다.

한국차박물관을 돌아본 뒤에는 봇재로 향한다. ‘무거운 봇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 가다라는 뜻이 있는 봇재는 보성읍과 회천면을 넘나드는 고개 이름이자, 보성군이 201511월에 개관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1층에는 보성역사문화관이 자리해 보성의 역사와 명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2층에는 뽕잎도라지그린티, 레몬그라스그린티 등 보성 차를 바탕으로 만든 차를 선보이는 카페와 마켓이 있으며, 3층에는 보성의 자연을 테마로 한 에코파빌리언이 마련됐다.

차음식 만들기 체험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차음식 만들기 체험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보성 녹차를 즐기고 향할 곳은 율포해수녹차센터다. 국도18호선을 따라 내려가면 율포해수욕장 앞에 새로 문을 연 율포해수녹차센터가 보인다. 지하 120m 암반층에서 끌어 올린 바닷물과 보성 녹차 우린 물을 이용한 녹차해수탕이다. 20년 가까이 사랑받아온 보성해수녹차탕보다 2배 이상 큰 규모로 2018년 가을에 문을 열었다.

보성에서 빠뜨릴 수 없는 여행지가 벌교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으로, 우리나라 문학 기행 1번지다.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조정래 작가의 문학 정신을 기리는 태백산맥문학관이 벌교 여행의 시작이다. 문학관에는 작가의 육필 원고 16500여 장을 비롯해 각종 아이디어 스케치와 메모 등을 전시한다. 2층에 독자 필사본을 모아놓은 공간이 눈길을 끈다. ‘필사는 정독 중의 정독이다라고 쓰인 벽 아래 독자들이 태백산맥을 필사한 노트가 있다. 문학관 옆에는 소설에 등장하는 현부자네집과 소화의집을 조성했다. 태백산맥문학관에서 출발해 김범우의집, 홍교, 채동선생가로 문학 기행을 이어가도 좋다.

한 가지 더, 겨울철 벌교에서 꼬막을 먹지 않으면 섭섭하다. 가을부터 봄까지 제철이기 때문이다. 벌교 꼬막은 삶기만 해도 맛있다. 다양하게 맛보고 싶다면 무침과 탕수, 전에 탕까지 나오는 꼬막정식을 추천한다.

문덕면 천봉산 자락에 있는 대원사도 들러보자. 산속에 폭 안긴 대원사 입구에는 한국 안의 작은 티벳이라 불리는 대원사티벳박물관이 있다. 대원사 현장 스님이 1987년부터 꾸준히 수집해온 티벳 불교 유물이 전시된다. 불교 경전에 담긴 죽음과 환생을 주제로 한 특별전 신과 함께 저승 여행20194월까지 열린다. 중국, 일본, 티벳의 사후 세계관이 엿보이는 불교 회화와 사후 세계에 대한 염원이 담긴 시왕도(十王圖)를 볼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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