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기소 안 된다” 수사 비웃은 게시글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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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이하 일베) 회원들이 여자친구와 전 여자친구의 불법 촬영물을 집단으로 게시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이에 경찰은 지난 22일 일베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회원들의 가입 정보와 접속기록, 게시물 작성 기록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베 회원들은 불법 촬영물 유포 사건 혐의를 벗어나게 해주겠다며 수사 대응법을 잇따라 게시해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일베 인증 릴레이처음 아냐···청와대 청원, 하루 만에 12만 명 동의

일베에서는 지난 18일 새벽부터 여친 인증’, ‘전 여친 인증등 제목의 글과 불법 촬영물 사진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일상생활 중 여자친구를 몰래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부터 숙박업소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노출 사진도 다수 올라와 온라인상에서 파문이 커졌다.

한 회원은 자신과 여성의 얼굴을 가린 채 결혼사진을 올리며 아내 허락을 받지 않았다. 반응이 좋으면 자세한 사진도 올리겠다고 썼다. 대부분 게시 동의를 받지 않은 사진으로 추정되는 만큼 범죄 소지가 다분하지만 회원들은 나도 막차 탑승(늦게라도 인증에 참여하겠다는 의미)한다라는 등 움직임에 지속적으로 동참했다. 댓글에는 해당 여성을 평가하는 내용 등이 달렸다.

일베의 여자친구 등 지인이나 가족 등 인증 릴레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부터 여자친구는 물론 사촌동생, 누나라며 이들의 얼굴이나 신체부위를 노출한 사진들이 연달아 올라오곤 했다.

지난 19일에는 일베 여친 인증에 참여한 이들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일간 베스트에 여친 인증, 전 여친 인증 등의 제목의 글과 함께 여자가 벗고 있는 사진, 모텔에서 자고 있는 사진, 성관계를 하고 있는 사진 등이 여러 개가 올라왔다면서 댓글에 성희롱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로 퍼가는 2차 가해 행위도 엄중히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청원에 대한 동의 수는 급속도로 올라가 하루 만에 12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청원에 참여했다.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홈페이지 화면 캡처

경찰, 정보기록 확보

IP 추적 방침

경찰은 즉각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 20일 법원에 일베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다음날인 21일 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이다. 경찰은 또 일베가 이런 상황을 방치했다는 증거가 있다면 운영자에 대해서도 엄하게 조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2일 오전 일베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회원들의 가입 정보와 접속기록, 게시물 작성 기록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미리 확보한 불법 촬영물 게시글과 회원들의 접속기록 등을 비교하면서 게시글 작성자의 IP를 추적해 수사망을 좁혀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민갑룡 경찰청장 취임 이후 불법촬영물 범죄 등을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으며 지난 8월부터 100일간 사이버 성폭력 특별 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처벌 강하게 해

경각심 높여야

일베에서는 여친이고 나발이고 무조건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나온 사진이라고 우겨라”, “경험이 있는데 인터넷 사진이라고 주장하면 기소의견으로 올려도 절대 무혐의다라는 등 수사 대응법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절대 쫄지 말고 휴대전화를 요청하면 무조건 잃어버렸다고 하라면서 무죄추정 원칙으로 증거가 없으면 절대 기소가 안 된다는 수사를 비웃는 듯한 내용까지도 게재됐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은 지난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 디지털 성범죄 관련 현안 질의에서 일베 회원들의 수사 대응법 게시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경찰의) 사이버 성폭력 사범 100일 특별 단속 발표 날에 아주 부적절한 일이 일베에서 발생했다. 여친 인증 사건이라며 지금 일베가 수사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촬영물에 대한 무혐의 매뉴얼(수사 대응법)이 공유되고 있다. 알고 있나?”라고 경찰청에 질의했다.

이에 임호선 경찰청 차장은 그 내용에 대해서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김 의원은 3자가 퍼트린 경우라든가 자신이 찍은 사진이 유포되는 등 국회에서 빠르게 법안 처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 부분과 관련해 신속히 해당 범죄의 처벌이 이뤄질 수 있게 채널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임 차장은 수사 대응법에 대해 바로 검토하겠다고 답했으며 김 의원은 수사망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부분이 없도록 체크를 확실하게 해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선 만큼 벌금형 또는 그 이상의 처벌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현호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불법 촬영물을 올린 이들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법 위반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다노출 정도가 심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정도가 심할 경우 벌금형 이상의 처벌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베에서 불법 촬영물을 올렸던 일이 빈번했던 만큼 이번엔 강경한 처벌로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촬영 게시글 자체 뿐 아니라 댓글에 달린 성희롱도 마찬가지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베 여친 인증 사건이 상당히 규모가 커지고 있고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처벌을 강하게 하면 디지털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해당 게시글에 피해 여성의 몸을 평가하고 성희롱한 댓글을 단 이들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이라면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베 불법 촬영물 유포 사태는 남녀 성 대결 논란을 일으켰던 이수역 주점 폭행사건과 맞물리면서 또 한 번 남녀 혐오 대결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워마드(WOMAD)’ 등 여성주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이들을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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