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철수설…'한국GM 안녕들하십니까?'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 구조조정 여파에 대한 우려가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번지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제기된 GM철수설이 재차 주목받는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한국GM의 2대주주로서 ‘8000억원 먹튀 논란’에 책임을 회피하는 등 안일한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국은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GM의 보조금 삭감까지 거론하며 이번 구조조정에 대한 불편함을 감추지 않는다. 이번 GM의 구조조정 사태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한국 GM의 경우 개선안을 실행 중인 상황에서 모 기업 구조조정 소식이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뉴시스]


GM이 북미 사업장에서 인력감축과 공장 폐쇄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2009년 GM의 파산 위기 이후 최대 규모로, 봉급 근로자의 15% 감축을 포함해 내년 말까지 약 60억 달러, 약 6조774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자율주행차와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GM은 북미지역에서 사무직 8000여명, 생산직 근로자 6000명 등 모두 1만4700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GM은 또 내년 이후 디트로이트, 오하이오 등의 5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 또는 다른 차종 생산으로 임무를 전환할 예정이다. 이들 공장에서 생산해온 쉐보레 크루즈와 캐딜락 CT6, 뷰익 라크로스 등의 생산도 중단할 계획이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는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등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고 GM은 그것에 적응해야 한다”면서 “이번 구조조정이 경기 하강을 우려한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GM과 포드가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의 타격을 입었다고 짚었다. 그러나 지엠의 배라 최고경영자는 구조조정과 미-중 무역전쟁이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보조금 삭감' 운운하는 뿔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 GM의보조금 삭감까지 거론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가 오하이오, 미시간, 메릴랜드의 공장을 철수하기로 한 데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며 "멕시코와 중국의 공장은 아무것도 문을 닫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기차 프로그램을 포함한 GM의 보조금 전액을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썼다.

이어 "미국은 GM을 살렸는데, 우리가 받은 '보답'은 바로 이것이다"라고 비꼬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 연방 차원에서 GM에 구제금융을 투입한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GM은 몇 년 전에 중국과 멕시코에 투자해 공장을 짓는 내기를 했는데, 성과를 거둘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는 여기에 미국인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바라 회장을 만나 "트럼프 행정부는 많은 도움을 준 GM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심각한 실망감이 분노로 번질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GM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지를 우려한다. 한국 GM은 지난 4년 간 적자구조 아래 부진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게다가 이번 구조조정 대상자에는 북미의 1만8000명의 임직원들에 이어 글로벌 전무급 이상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는데 한국GM의 경우 전무급 이상인 20~30명 정도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메리바라 회장은 한국지엠의 상반기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절감이 실현되기 시작했다고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 구조조정의 결과로 비용절감의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7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더 뉴 말리부 시승회에 참석한 한국지엠 카허카젬 사장은 "한국지엠은 지난 5월 경영정상화 계획을 밝히고 여러 이해 관계자의 지원을 얻었다"며 "대규모 투자에 따라 시설을 개선하고 신차를 출시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본사 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부연한 것이다.

펼쳤던 날개 다시 접히나

또한 한국지엠은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라는 선제적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경영정상화 방침에 따라 신규 연구개발(R&D) 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2종의 신차 개발 프로젝트를 배정받았다. 향후 5년간 15개의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기 때문에 이번 구조조정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는 한국지엠이 GM 구조조정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지 생산 현지 판매 전략을 감안할 때 내수 실적이 하향세를 걷는 만큼 생산 축소가 불가피 할 수 있다는 것. 한국지엠은 올해 1~10월 7만4,595대를 국내에 판매, 전년 동기(11만176대) 대비 32.3% 감소했다. 이에 따라 현재 부평 2공장의 가동률은 30%, 창원공장은 50% 수준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GM은 지난 26일(미국 현지시간) 전기차, 자율주행차로 향하는 업계의 변화에 따라 2020년까지 미국 디트로이트, 워런, 볼티모어를 비롯한 북미 공장 5곳과 이외 공개하지 않은 두 공장을 폐쇄하고 임원을 포함한 1만4,700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2009년 파산 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다. GM은 이를 통해 연간 6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미래 자동차 부문 투자를 늘린다는 복안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우려의 뜻을 밝혔다. 그는 28일 미국GM의 대규모 구조조정 추진에 대해 "GM의 발표는 자동차산업의 대전환기가 시작됐다는 신호탄"이라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GM은 작년에 사상최고 판매대수와 매출실적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는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화석연료를 이용한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차 등 자동차 시대에 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우리도 이런 기술트렌드, 산업트렌드에 신속히 대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뿐만 아니라 자동차업계와 노조가 함께 나서야 한다"며 "해외 주요국과 주요 자동차기업에 비해 국내 자동차업계 준비는 너무 늦은 상황이다. 이제라도 정부, 산업계, 노동계가 힘을 합쳐서 거대한 산업 전환의 흐름에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경고했다.

한편, GM, 포드, 크라이슬러 중심의 미국 자동차 업계는 수요 다변화에 따라 세단을 줄이고 SUV, 픽업에 주력하는 흐름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결과 GM 외에 포드 역시 곧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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