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동원씨 <뉴시스>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동원씨 <뉴시스>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드루킹 김모(49)씨가 돈을 전달한 사실을 부인하며 "돈 대신 차(茶)를 줬고 (이후 노 전 의원과) 관계가 끊겼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29일 김씨 등 4명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 사건 피고인이기도 한 김씨는 이날은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특검팀이 '노 전 의원 부인의 운전기사 A씨를 통해 부인에게 3000만원을 전달한 것이냐'고 묻자 김씨는 "3000만원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며 "경찰서장을 지냈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이 이런 일은 법적으로 크게 문제 될 소지가 있다고 해 돈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고 답했다. 또 "(강연료) 2000만원을 전달하고자 했을 당시 이미 노 전 의원과 관계가 애매해졌기 때문에 (이 돈 역시 전달하지 않고) 전날 준비한 느릅차를 봉투에 담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특검팀은 당시 봉투를 전달한 파로스 김모(49)씨와 A씨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제시하며 실제로 돈이 전달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물었다. 이에 드루킹 김씨는 "파로스 김씨와 A씨는 내가 느릅차를 넣어서 전달한 사실을 모르니깐 돈인 줄 알고 그렇게 얘기했을 수 있다"면서 "그게 돈이었다면 노 전 의원이나 부인에게 문자나 전화 한 통이라도 와서 고맙다고 했을 거다. 그런데 느릅차였기 때문에 관계를 끊고 단 한번도 전화하지 않은 거다"라고 증언했다. 

노 전 의원 대신 부인에게 접근한 이유에 대해서는 "(강연료 문제로 틀어진 후) 노 전 의원이랑 전혀 연락이 안 됐고, 연락을 받으려고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강연료 2000만원도 실제로 노 전 의원에게 전달하진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노 전 의원에게 선거지원 관련 얘기를 꺼낼 때 2000만원을 지원해주고 싶다고 했지만, 노 전 의원이 손사래 치며 거절해 분위기가 어색해졌고 건네주지 못했다"면서 "이를 회원들에게 알리게 되면 몹시 실망할까 봐 주지 않고도 줬다고 한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특검팀은 김씨가 경공모 회원들을 상대로 "노 의원의 지칭은 철저히 '누렁이'로 한다"며 "거두절미하고 개밥 2천원(현금 2000만원)어치를 드렸는데 얼굴에 실망감이 가득해보였다"고 말한 텔레그램 채팅방 내용을 근거로 2000만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씨가 노 전 의원에게 창원에서 전달했다는 3000만원과 강연료 2000만원에 관해 전달 사실을 전부 부인하면서 김씨는 기존에 알려졌던 5000만원 전부에 대해서 전달 사실 자체를 부인한 셈이 된다. 김씨는 특검 조사 당시 허익범(6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가 본인에게 희생을 요구해 허위 진술을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씨는 "특검 1차 조사 당시 (검찰이 기소한 댓글조작 관련) 선고가 있었다. 같이 잡힌 피고인들이 오래 붙잡혀 있는 게 미안해서 허 특검과 밀담을 나눈 적이 있다"며 "허 특검이 도와달라, 희생해달라는 얘기를 한 적 있다. 노 전 의원 부분만 진술해주면 예정된 날짜에 선고를 받게 해주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집행유예로 나갈 것이라고 해 원하는 대로 얘기해준 거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씨는 재판부의 증인 신청 기각 등에 반발해 기피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기각하자 지난 26일 변호인을 통해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가 진행하고 있는 김씨의 기피 기각결정에 대한 항고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김씨는 재판부의 요청에 따라 잠시 퇴정했다 증인으로 다시 나와 이 같은 발언을 했다. 

김씨 등은 2016년 3월 노 전 의원에게 2차례에 걸쳐 총 5000만원을 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 조사에 따르면 김씨 등은 노 전 의원에게 강연료 명목으로 2000만원을 직접 주고, 3000만원은 노 전 의원 부인의 운전기사를 통해 노 전 의원 부인에게 전달했다. 또 같은 해 7월 경기 파주경찰서로부터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허위의 현금다발 사진을 찍고 통장입금내역 등을 만들어 증거를 조작한 혐의도 있다. 김씨 측은 현재 "노 전 의원에게 돈을 준 적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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