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인베스트먼트코리아 투자 사기 사건 내막

투자 사기로 약 459억 원의 부당 수익을 챙긴 에이블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와 간부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뉴시스]
투자 사기로 약 459억 원의 부당 수익을 챙긴 에이블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와 간부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고소득을 빌미로 유인해 FX마진거래 및 NPL 상품을 이용해 사기 사건을 벌인 업체 ‘에이블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와 핵심 간부들에 대한 공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피해자 967명, 피해 금액 약 459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피고인 권 대표 “월가에서 일한 경험 있다” 홍보
“좋은 상품 있다” “무료 재무 설계해주겠다” 유인     



최근 언론에서 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을 앞 다퉈 보도하면서 경제 사범에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그러던 중 안정적인 고수익 보장을 빌미로 459억 원 상당의 투자사기를 자행한 업체가 적발됐다.

 

블로그·지인 동원
‘967명’ 모아

 

논란된 업체 ‘에이블인베스트먼트코리아(이하 에이블)’는 지난 2014년 5월경 세워졌다. 이들은 고수익 보장 상품이 있다며 사람들을 현혹해 최소 단위 천만 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후로 변제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사기 혐의에 연루됐다.

현재 이 업체의 권모 대표, 핵심간부로 지목된 황모 본부장과 이모 총괄이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사기’ 혐의가 적용돼 법적 공방을 치르고 있다. 검찰 추산에 따르면 피해자는 967명이며, 약 459억 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이모 총괄이사는 권모 대표와 황모 본부장과 달리 투자자에게 먼저 고소를 당했다. 따라서 동일 사건임에도 불구, 별도 사건번호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1심에서 5년형을 선고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하면서 현재 2심 공판에 들어갔다.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수많은 사람을 끌어 모을 수 있었을까. 제보자 A씨에 따르면 에이블의 모집책은 100명을 웃돌았으며, 이 중 실제 활동하는 사람은 대략 60명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모집책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일종인 블로그를 활용해 ‘요즘 좋은 상품이 있다’며 홍보하거나, 재무·보험설계사로 오래 근무한 전력을 이용해 지인들에게 에이블의 투자 상품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20~30대 피해자들은 인터넷상에 있는 ‘무료로 재무 설계를 해 준다’는 문구를 보고 재무 설계를 받을 목적으로 신청했다가 사기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에이블이 내건 투자 방식과 상품은 FX마진거래 및 NPL상품이다. FX마진거래란 ‘포렉스(Forex)’라고 불리는 국제외환시장에서 개인이 직접 외국의 통화(외환)을 거래하는 현물 시장으로, 장외해외통화선물 거래를 의미한다. 

이 시장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자금 유동이 활발한 금융 시장으로, 모든 세계 주식시장 일일거래량의 약 100배를 웃도는 규모를 가진다. 

또 다른 제보자 B씨에 의하면 이들은 투자할 사람을 모집할 당시 “김 대표가 월가(월스트리트)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고 홍보했다. 저명한 금융가인 월스트리트를 거론하면서 사람들을 끌어 모은 것. 

이는 지난해 3월 말부터 자금 상환이 어려워졌음에도 피해자들이 초동 대처에 더딜 수밖에 없던 이유이기도 했다. 권모 대표가 피해자들에게 ‘자신은 해외 투자에 박식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초년생의 경우 아직 재무 감각을 깨치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다. 그 때문에 본인을 향한 재무 설계사의 요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지인을 통해 가입한 사람은 그동안 쌓아온 친분 등 피해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약 8개월가량 상환을 기다렸다.

B씨는 “(피해자 중) 고소 진행 이후에도 피해 사실을 모르다가 만기일이 돼서야 안 사람도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에이블 피해자 연합회(이하 피해자 연합회)’를 꾸려 본격적인 대처에 돌입했다.

 

변제안도
‘허위’

 

에이블의 이상한 점은 속속들이 드러났다. 에이블은 해외 파생상품 투자로 연 10% 넘는 확정 수익금을 지급하겠다 주장했으나, 이를 실행할 능력이 없었을 뿐 아니라 별 다른 자산이나 수익사업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피해자들에게 한 두 차례 이뤄졌던 투자금 상환은 선순위 투자자에게 후순위 투자자의 투자금을 지급하는 방식인 ‘돌려막기’ 수법으로 이뤄졌던 것. 에이블은 ‘돌려막기’ 구조를 유지할 목적으로 꾸준히 후순위 투자자를 모집했다.

피해자 연합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에이블은 FX예금식(거치식) 상품은 지난 해 11월까지, 월 적립식 상품은 올해 3월까지 판매해 돈을 인출한 정황이 있다. 이에 피해 규모가 더욱 커졌다는 진단이다.

또한 에이블은 FX마진거래에 필요한 ‘프라임 브로커리지 계약’을 보스턴테크놀로지(이하 BT)와 체결했다고 했으나 살펴보니 이들이 계약 맺은 회사는 BT가 아닌 ‘BT프라임’이었다. BT프라임은 2014년 스위스프랑 사태로 파산해 현재 미국 보스턴 메사추세츠 파산법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이후 상환금을 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에 진정을 넣는 등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고, 이상함을 느낀 금융감독원이 수사 당국에 조사를 의뢰하면서 해당 사실이 밝혀지게 됐다.

파장이 커지자 에이블은 투자자들을 달랠 목적으로 세 가지 변제안을 내놨다. ▲BT에 보유자금이 있으니 추후 에이블의 홍콩 자회사인 ‘지은에셋’ 씨티은행 계좌로 들어오면 모두 상환 가능하다 ▲권모 대표의 대리인 김모씨 등 제3의 인물이 5월 말 대체 상환하겠다 ▲보증보험대출 상품으로 지급보증을 받아 상환하겠다 등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에이블은 BT와 단순 기술 및 서비스 지원을 맺었을 뿐 ▲대리인 김모씨의 잠적 ▲보증보험대출상품 상환을 맡은 이모씨가 권모 대표의 구치소 동기이며 사기전과자인 점을 들며 이마저도 ‘허위’라는 입장이다.

특히 지은에셋의 경우 홍콩증권선물위원회에 라이센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페이퍼 컴퍼니’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재판 과정의 까다로움도 피해자들의 어려움을 배가하는 실정이다. 당초 경찰은 이 사건을 두고 유사수신과 사기로 검찰에 기소의견을 넘겼다. 하지만 검사는 유사수신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아울러 ‘FX 월 적립식 상품 투자자’들의 경우 피해금액이 고소장 내 모두 누락돼 별도 추가 고소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이에 피해자들은 유사수신 불기소 처분 재수사와 월 적립식 상품 공소장 범죄일람표상 누락된 공소장을 변경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와 더불어 피해자 연합회는 지난 8월 21일부터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릴레이 시위와 불법금융사기피해자 연대(성광월드, IDS홀딩스 등 5개 단체) 시위를 하며 ▲피고인 솜방망이 처벌을 반대 ▲배상명령, 은닉재산 추적 환수 등 피해 회복 조치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은 투자사기 수법이나 허위 변제안 등이 1만2000여 명으로부터 1조1000억 원에 달하는 돈을 챙겨 파장을 일으킨 IDS홀딩스와 흡사해 그것의 축소판이란 평가를 받는다. 현재 피해자들은 피고인인 황모 본부장은 IDS홀딩스 모집책 출신이며, 권모 대표는 IDS홀딩스 측에 컨설팅을 해준 이력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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