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사회, 음악으로 치유될까?

우리 사회의 분노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과 이수역 폭행사건처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분노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범죄 대상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 11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출근 중이던 김명수 대법원장의 차량에 화염병이 날아드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재판에 불만을 품은 40대 남성이 저지른 이 범죄는 우리 사회의 분노지수가 이미 임계점을 넘은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물론 예전에도 서울고등법원의 부장판사가 복직 소송에서 연거푸 패한 대학교수에게 석궁 테러를 당한 일이 있었으나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사법부의 수장이 분노범죄를 당한 것은 국가의 존립을 흔드는 일이기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올 한 해 언론을 거의 매일 장식한 데이트 폭력부터 각종 묻지마 범죄까지 이제 일상의 어느 공간과 어느 시간에서도 분노를 삭히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하다. 이처럼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저지르는 우발적인 범죄가 한 해의 끝자락에서도 계속 일어나면서 회색 빛 미세번지로 가득한 우울한 세밑을 더욱 침울하게 만들고 있다.

분노범죄가 갈수록 증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사회적 양극화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때문일 수도 있고, 경쟁에서 낙오된 시민들이 억압된 좌절의 감정을 화풀이하듯 분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분노범죄가 일상화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혹은 동네에서든 분노지수가 높은 사람들이 자신의 분노와 원망, 복수의 감정을 정화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음행복정책이 필요하다. 분노와 우울증, 죄책감, 복수심, 두려움 등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 중에 어떤 감정에 자신이 깊이 빠져 있는지를 언제든 조사받고 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뜻하지 않은 삶의 어려움에 빠지거나 예상치 못한 절망을 경험하면 분노지수가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 그럴 때 세상이 원망스럽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욕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분노범죄의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관련 정책은 정신 장애인이나 알코올 중독자 등 특수한 사람들을 위한 정신건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제는 모든 시민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평화로운 상태에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우리 사회가 너무 빠른 음악에만 심취해 있는 것도 문제다. 댄스음악을 중심으로 한 아이돌 음악에 과도하게 치중되어 있다 보니 자신을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는 느린 음악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빠른 음악만을 듣다보면 심장의 리듬이 빨라지고 불규칙적으로 변해 성격이 충동적이고 격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 반면 느린 음악을 통해 심장의 리듬이 차분해지면 고요와 평화, 관조의 마음이 생기면서 공동체와의 조화로운 삶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빠른 음악만큼이나 조급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지금은 돌아가신 황병기 선생님의 거문고 연주곡 침향무를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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