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도가 최고점 대비 반토막 날 상황이 도래했다. 기차가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는 것처럼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느 시점에서는 일어날 일이었다. 80%를 넘나들던 봄날은 가고 40%대에 접어든 겨울이 온 것이다. 불과 5개월 만이다.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전략적 지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다짐이 들린다. 조국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2년 차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높다는 기사를 공유하면서 낮고 열린 자세로 경청 또 경청, 쇄신 또 쇄신, 그러나 원칙과 투지와 끈기를 상실하지 않으며라고 포스팅을 했다.

40도를 육박하던 폭염에 시달리다 찬바람 불고 낙엽이 지는 계절이 오자 적응 못하던 사람들은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에도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현실을 부정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라고 할 수 없다.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할 때 제대로 일을 못한 사람들이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제대로 일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떨어진 원인에 대한 분석도 제각각인데, 한 마디로 정리하면 경제가 어려운데 정부가 한 일이 뭐냐?’가 아닐까 싶다. 자유한국당은 일관되게 문재인 정부의 남북평화 정책, 일자리 정책에 어깃장을 놓고 있는데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으니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만 신났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대통령 지지도가 고공행진을 할 때 대통령 욕하고 국민에게 욕 먹던상황에 쌓인 분풀이를 하듯 정치공세를 펴면서 오세훈 같은 정치인도 돌아오고 있다. 방향도 제대로 잡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아픈 상처인 경제상황을 때리니 민심이 요동칠 수밖에 없다.

지지도 이탈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젊은 세대와 부울경 지역인데, 특히 20대의 이탈은 뼈아플 것이다. 지금의 20대는 평창올림픽 당시 남북단일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에도 보이듯 박탈감이 체화된 세대이다. 20대가 겪는 세대 간 격차, 계층 간 격차와 부족한 청년 일자리는 문 정부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이기에 충분하다.

부울경 지역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정부에 압도적인 승리를 안긴 지역이다. 부울경은 문재인 정부의 코어에 해당하는 지역인데 이런 상황이면 차기 총선이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지역만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것은 아니다. 지지해 줬더니 해준 게 뭐 있냐는 원성은 전국 곳곳에서 들려온다.

지금의 지지도가 낮다고 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 할 일은 지지도에 연연하지 않고 원칙을 지켜 나가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마음을 얻을 정책을 제시해야 하고, 약속한 공약들을 실천해야 한다. 국정과제로 정리된 대통령 공약이 집권 중반기로 접어드는 상황에서도 어떤 것들이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는지, 누가 챙기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지지도가 낮으면 정책 추진에 힘을 받을 수 없다. 외교안보 분야 말고는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정치적 지지에 공짜는 없다. 희망을 주지 못하고 어떤 이익도 안겨주지 못하면서 지지를 요구하지 말아야 하고, 지지를 해 줬을 때는 분명하게 정산을 해 줘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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