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현재와 같은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연정이나 협치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이유는 21대 총선에서 단독으로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여, 자신들이 행정부와 입법부 권력을 모두 장악함으로 적폐청산을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소선거구 비례대표 병립제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그들의 국회의석 과반 확보의 필요조건 중 하나이다. 때문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주 출입기자간담회에서 어떤 방식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할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함으로써,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으며, 현 선거제도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확인시켜 주었다.

이에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받은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권의 군소정당들은 이례적으로 당대표들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이해찬 대표의 발언을 강력히 비판하였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바꿀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보통 독일식 선거제도로 이해되고 있는데, 쉽게 말하면 어느 특정 정당이 30%의 지지를 받고 있으면 30%의 의석을 배분하고, 50%의 지지를 얻으면 50%의 의석을 배분하자는 것이다. 이를 민주평화당의 천정배 의원은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라고 작명했다.

이러한 선거제도는 지금과 같이 다원화된 사회에서 특정 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것을 어렵게 함으로써 필연적으로 연정과 협치의 정치문화를 만들게 한다. 소선거구제 하에서 당선이 어려운 군소정당의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기는 선거제도인 것이 사실이다. 이념도 정책도 노선도 다른 3당 대표가 의기투합했던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이처럼 선거제도의 설계는 어떤 특정 정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선거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선거구를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획정하는 것을 게리맨더링이라고 부르는데, 선거제도 또한 게리맨더링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

선거구의 획정, 선거제도의 설계와 더불어 투표방법이나 기표방법, 투표용지 등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많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와 관련된 제도의 설계는 공평하고 민주적이며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계여야 한다.

그렇다면 소위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는 우리의 정치현실에서 정답일까? 필자는 자신 있게 정답이 아니라고 말하겠다. 우선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의회중심제를 채택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를 구성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겠지만, 국회 원구성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고, 여소야대가 일상화됨으로써 정치의 불안정성이 증가할 것이다. 또한 민심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선출직에 대해 임기를 보장하는 현대정치에서는 정통성의 위기’, ‘대표성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선거의 사전적 의미는 투표를 통해 공직자나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이다.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선거는 정부를 구성하거나 의회를 구성할 권한을 위임하는 행위인 것이다. 따라서 선거는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정부나 의회를 구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선거 결과가 민심을 반영했는데도 정부나 의회를 구성할 수 없다면 그것은 본말이 전도된 잘못된 선거제도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현행 소선거구 비례대표 병립제가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보다 우리 정치현실에 맞는 선거제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다원화된 사회를 반영하여 100석 정도의 의석은 비례대표로 채우는 유연함을 제도에 반영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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