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공화국에 미래 잃어가는 한국경제 ③
노조공화국에 미래 잃어가는 한국경제 ③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8-11-30 18:45
  • 승인 2018.11.30 19:11
  • 호수 1283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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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몇 가족? 이권 다툼으로 노노 갈등 심화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중심으로 노동조합들이 몸집을 불리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대한민국은 노동조합 공화국’ 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유성기업 폭행 사건 이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은 이미 법치주의가 사라졌다”며 “노동조합 공화국이 군림하고 있다”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노동자의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권리를 찾는다는 대의만 있다면 비정상적인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괜찮은 것이냐는 비판이다. 또 노동조합 공화국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 중 한 가지로 ‘복수노동조합 설립’이 지적되고 있다.  

복수 노조 도입 후 ‘변질단체’ 등장, 혼란만 가중
기업 생산 활동 위축, 오히려 조합원 실리 외면해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총은 현 정부 들어 조합원 수를 급격히 불리는 모습이다. 2016년 말 약 73만 명이었던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10월 말 기준 84만 명에 육박하면서 해당 기간에 조합원 수를 13%나 늘렸다.

한국노총 조합원 수는 지난해 기준 96만5000여 명, 100만 명을 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바야흐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양대 노총을 합해 조합원 200만 명 시대가 머지않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양대 노총은 현 정부 들어 적극적으로 실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 실제 양대 노총이 주요 국가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고 총파업 등을 통해 더 강력한 ‘촛불청구서’를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우선 유력한 일자리 대안으로 각광받는 광주형 일자리가 노조 측 반대 속에 지지부진한 상태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탄력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도 개최했다. 

한국노총도 탄력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앞서 한국노총은 “노동자대회를 통해 강력한 투쟁을 시작하고, 민주노총 총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대적 세력 확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한민국이 노동조합 공화국으로 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상식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노동자의 세 가지 권리,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주장하는 것을 넘어 ‘정치’와 ‘떼쓰기’ 등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강성 노조가 기득권을 행사하는 현상이 반복되면 한국 경제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노동조합의 활동가는 “개별 노조를 들여다보면 진짜 ‘노동운동가’들이 많다”면서도 “상급 단체로 눈을 돌리면, 초심을 잊었나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토로했다. 

강성 노조가 지적을 받는 부분은 또 있다.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는 이유 가운데는 “사업장 또는 기업이 높은 수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부의 재분배’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명분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사업장이 최악의 경영난에 처했는데도 노조가 세력 확장에만 몰두하거나 앞뒤 재지 않고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경우 같은 사업장 노동자끼리의 분쟁도 발생한다.

한 공장의 노동자는 “안 그래도 일감이 없어 특근, 야근조차 못해 수당을 못받고 있는데 파업에 동참하라고 한다”면서 “나는 당장 월급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러나 파업에 나가지 않으면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기도 한다”고 말했다. 

노조원들의 폭력이나 불법 점거, 일부 간부의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 사건이 반복되는 것도 노동조합의 신뢰도를 낮추고 있다. 사용자보다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범위가 넓은 것은 맞더라도 불법행위까지 눈감아 주는 것은 안 된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더욱이 2011년 7월 복수 노조 설립이 도입된 이후 지난 수년 간 ‘노노갈등’ 이나 ‘어용노조’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중요 문제로 지적된다. 한 사업장 내 여러 노조를 허용해 노동자들의 선택의 자유를 확대하려는 취지와는 한참 변질된 모습이다. 

변질된 설립 취지

복수 노조 허용은 도입 전부터 몇 가지 대표적 부작용이 우려됐다. 첫째 노조 조직률이 급격히 상승하고, 각자 파업 등으로 파업 횟수가 증가, 경영이 악화되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대표 노조를 통해 단체교섭을 진행하기 때문에 노사관계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다. 예를 들어 노사 간 임단협 합의를 거쳤는데, 또 다른 노조가 항의를 이어가는 경우 등이다. 

셋째 ‘노노갈등’, ‘어용노조 악용’ 등이다. 노동조합의 수가 많은 만큼 서로간 기득권을 차지하려는 대립이 가능하고, 기업이 복수 노조 체제를 악용해 ‘어용’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입 전 우려했던  ‘단일교섭창구’, ‘노조간의 갈등과 서열화’ 등의 사항들은 현재 일부 노조의 곪아터진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각각 노동조합을 설립한 한 사업장은 정치적 성향이 강한 양대 노조가 들어있어 노선 싸움과 기득권 싸움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한 사업장에서 서로 세력을 넓히기 위해 이전투구하는 모습으로, 상대 진영보다 더 많은 노조원을 모집해야 사용자와 협상할 수 있는 힘이 늘어나기 때문에 서로를 향한 비방이 난무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노조의 파업이 ‘노동자 중심’이 아니라 정치적 세력이나 정치 노선 싸움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어 사용자 입장에서는 “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노동자를 위한 싸움이 맞는지도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복수 노조 허용이 노동조합의 세를 불리고 문제도 늘어나는 것은 수치로 확인된다. 노동조합 조직률은 1989년 19.8%를 정점으로 2010년도에 최초로 한 자릿수인 9.8%까지 떨어졌으나 2011년 복수 노조 허용 등 영향으로 10%대를 회복한 이후 계속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지난해 사건처리 현황(전국 지방노동위원회 사건 포함)에 따르면 복수 노조 사건은 전년(441건) 대비 무려 80% 늘어난 794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 노조 도입 이후 몸집이 늘고, 그만큼 문제도 늘어난 것이다.

자성 노력 더해야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점점 악화되는 가운데, 노동조합이 자성의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노동권은 오히려 더 약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더불어 다양한 지적을 받는 노동조합, 복수 노조들로 인해 한국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경영계는 불법ㆍ폭력적 노동조합 활동으로부터 시설물 보호 및 기업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장 내 쟁의 행위 등을 금지해 달라고 요구한다. 노동조합은 기업의 생산활동을 위축시키는 중요 원인이며 노조의 과도한 간섭은 조합원의 실리를 외면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재계의 관계자는 “어느 기업에 물어봐도 ‘노조활동 자체가 나쁘다’고 말하는 곳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노조원”이라면서 “다만 진짜 ‘노동자’들과 ‘변질된 노동조합’을 구분해야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기업 입장에서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법’이나 ‘원칙’보다 ‘여론의 입김’ 때문에 받아들이는 사례도 있다”면서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으면서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선에서 타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우리 경제는 회복세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동시에 일자리 사정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그 와중에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각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 기구는 정부-노조 간 갈등으로 시작조차 버겁다. 

일부에서는 노동조합의 존재와 활동을 기업과 사회의 걸림돌로 바라보는 것은 매우 후진적 시각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비판하는 이들은 대부분 ‘비정상정인 노조의 존재’와 ‘상식을 벗어난 노조 활동’을 지적하는 것이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