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노조가 갑질…거듭되는 폭행사건에 경영계 ‘경악’

지난달 15일 민주노총 16개 지역본부가 서울 중구 고용노동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유성기업 사태 해결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파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15일 민주노총 16개 지역본부가 서울 중구 고용노동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유성기업 사태 해결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파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한국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일부 기업의 노조는 자신들의 이권만 고집하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우려를 더하고 있다. 파업 등의 집단행동을 일삼는 일부 노조의 갑질이 소속 기업과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경제를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 불거진 노조원의 사측 직원 폭행사건에 대해 경영계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성 노조’로 불리는 일부 노조의 안하무인격 태도와 ‘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 등의 무리한 요구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노조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상습적 불법행위로 사법처리까지…기업 정상 경영은 언제?
“교섭 대상 아닌데…파견 용역 업체 직원 정규직 전환 요구”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유성기업지회 노조원 10여 명은 지난달 22일 오후 충남 아산 유성기업 본사 대표이사실에 들어가 이 회사 김모 상무를 폭행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김 상무는 노조원의 폭행으로 안와 골절, 코뼈 함몰, 치아 골절 등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대표이사실 바깥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있었지만, 안으로 진입하지 않은 채 오히려 나가는 노조원들의 길을 터주고 체포도 하지 않았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유성기업 노조는 7년 전 중단된 임금·단체 협약에 유시영 회장이 직접 임하는 등 사측의 성실한 교섭을 요구하며 지난 10월 15일부터 서울사무소를 점거하고 농성해 왔다. 이에 회사 측은 사무소의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서울 직원들을 아산공장으로 전보 조치했다.

결국 폭행사건이 불거지고 나서야 노조는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민노총 금속노조는 유성기업 지회 조합원들의 사측 임원 폭행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서울사무소 농성을 풀기로 했다.

금속노조는 지회 입장문에서 “노사갈등 상황에서 발생한 유성기업의 불상사에 대해 노동조합은 책임을 느끼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피해자(김 상무)의 쾌유를 빈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그동안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격려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린 점 또한 사과드린다”고 했다.

노조 폭행에 기업 ‘공포감’ 호소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은 사건 발생 당일 “이번 사태에 경영계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경총은 “정부가 노동계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응해 이러한 불법행위가 재발되지 않아야 한다. 노사가 대화를 통해 노사관계를 풀어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총은 유성기업 노조의 불법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폭행·상해 77건을 포함해 총 239건의 상습적인 불법행위로 사법처리를 받은 바 있으며 해당 기업은 정상적인 경영 자체가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는 설명이다.

경총은 유성기업뿐만 아니라 지난 4월과 7월 벌어진 한국GM 사장실 점거 사례와 같이 전국적으로 민노총 조합원들의 불법점거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총은 “노조가 불법성 물리력을 앞세워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것에 대해 기업들은 공포감마저 느끼고 있다”고 했다.

경총은 노동계가 불법성 물리력에 의존하는 근본 배경에는 우리나라 부당노동행위제도가 있다고 봤다. 경총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만을 규제하며 이에 위반할 경우에는 세계 유례없이 사법적 징벌까지 부과하고 있는 데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외국과 같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노동조합의 부당행위에 대해서도 상응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노사 간의 대등한 힘의 균형 속에서 상호 견제와 협력을 이루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기관마저 노조 장악

공공기관에서조차 노조 폭행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정규직 전환을 두고 노사협상을 벌이던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 협상장의 충격적인 동영상이 공개됐다. 노조 간부는 책상에서 뛰어내리며 사측 교섭위원인 경영진의 멱살을 잡은 뒤 목을 졸랐다. 공개된 동영상에는 사측 위원을 책상에 눕혀 목을 조르는 장면이 그대로 촬영됐다.

사건 이후 서울교통공사는 노사 합의에 따라 식당, 매점, 이발소 직원 등 일반 업무직까지 포함해 지난 3월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안전업무직만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던 서울시의 방침과 달랐다. 이들 가운데 108명은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친인척으로 드러났다. 폭력을 휘두르며 정규직 전환을 압박한 노조의 요구가 이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결국 소송 사태까지 이어졌다.

서울교통공사 공채 직원과 탈락자 514명은 지난 2월 헌법재판소에 “정규직 전환을 결정한 공사 정관 개정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에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무리한 요구에 몸살”

서울대학교병원도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며 파업에 나섰다고 하소연한다. 병원 측은 “지난달 9일 민노총 소속의 서울대병원 노조가 파견용역 업체 직원의 병원 직원(정규직)으로의 전환, 정부 지침을 초과하는 과도한 임금인상(월 정액 22만4000원) 등을 요구하며,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파업을 강행한데 이어, 올해에도 파업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파견용역 업체 직원의 정규직 전환은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노사 및 관련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도록 돼 있다”면서 “이에 병원은 정부 지침에 따라 협의체를 구성해 성실히 협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파견용역 업체 직원에 대해 병원 정규직으로 전환을 약속할 때까지 파업을 강행하려는 시도였다. 당시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9일 노조가 기자회견을 위해 무대를 설치한 장소는 준공검사가 완료되지 않은 곳으로, 병원에서는 불허방침을 수차례 통보한 바 있다. 공사 주관사에서 해당 관청에 위험성과 불법여부 등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으며, 음향장치의 소리가 허용기준을 상당히 초과함으로 인해 환자의 정서적 안정과 진료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결국 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달 26일 서울대병원과 인력 충원 및 일정 수준의 임금 인상 등과 관련 잠정합의를 체결하고 가조인식을 진행했다.

노조 측은 “인사비리로 해고된 비정규직 해고 철회, 의사성과급제 폐지, 어린이병원 환자급식 직영전환, 원격의료 영리자회사 철수 등도 이번에 합의에 담지 못한 채 향후 과제로 남았다”며 “파업이 마무리돼도 열심히 투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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