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공화국에 미래 잃어가는 한국경제④
노조공화국에 미래 잃어가는 한국경제④
  • 김은경 기자
  • 입력 2018-11-30 19:06
  • 승인 2018.11.30 19:11
  • 호수 1283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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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로 망하는 기업 ...제조업·IT 분야 경영악화 부채질
지난달 27일 오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들이 세종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측의 조합원 사찰, 선거 개입 등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전수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7일 오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들이 세종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측의 조합원 사찰, 선거 개입 등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전수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노조와의 갈등으로 기업 경영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있다. 현재 한국경제 악화의 결정적 원인으로 꼽히는 자동차, 조선업 등 제조업 분야와 IT 분야는 최근 노조와의 마찰음이 큰 상황으로 경영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노조와의 갈등에 비명...경영 정상화는 언제쯤?
신규 노조 출범에 ‘노사관계 악화’ 리스크 추가

한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계에서 노사 갈등이 점점 심화되는 형국이다. 한국GM은 여전히 노사 갈등에 발목이 잡혀 있다. GM이 한국에서 군산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부평·창원·보령 공장도 추가 폐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노조와의 마찰은 계속됐다. 민노총 금속노조 한국GM 지부는 피켓을 들고 신차 발표장을 찾았다. 새로 출시된 중형 세단 말리부가 ‘노조와 협의하지 않고 범퍼 디자인이 변경됐다’는 이유에서다. 

신차 범퍼 디자인도 노조 ‘허락’ 받아야

최근 4년간 한국GM은 약 3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반기 구조조정 과정에서 희망퇴직금 등의 비용이 증가했던 한국GM은 올해도 1조 원 안팎의 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GM이 추가 공장 폐쇄 장소를 물색하는 상황에서 자승자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말리부가 한국GM 부평2공장의 명운을 좌우하는 핵심 모델이기 때문이다. 말리부는 이 공장에서 유일하게 생산 중인 차량이다. 말리부가 잘 팔리면 부평2공장이 살아날 수 있지만 말리부가 안 팔리면 반대로 GM이 부평2공장 폐쇄까지 논의될 수 있는 상황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이같은 노조의 기업 발목잡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결국 국내 제조업은 경쟁력을 잃게 되고 이는 본인들의 일자리 위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겨우 흑자 냈는데...거듭되는 총파업

조선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 가까스로 흑자를 냈지만 노조는 지난 7월 파업을 벌인지 4개월만에 또 다시 총파업에 나섰다. 현장 노무담당자가 노조원 성향을 5단계로 나눠 회사에 호의적인 상위 3단계를 집중관리하고 노조선거에 개입하려했단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단협 쟁점인 해양사업부 유휴인력 문제와 기본급 인상 여부 등을 놓고서도 갈등을 빚고 있다. 사측은 해양사업부 유휴인력 1200명에게 평균임금의 40%를 지급하는 ‘기준 미달 휴업수당 지급 승인’을 울산 지방노동위원회에 신청했으나 기각되면서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임금의 경우, 노조가 7.9%의 기본급 인상(14만6746원) 및 250% 이상의 성과급 지급을 주장하고 있지만 회사는 기본급 20% 반납 등을 요구하고 있다.

IT 업계에도 노조 설립 바람이 일면서 기업의 노사관계 악화로 인한 리스크 우려가 추가됐다. 대표적으로 게임업계 1호 노조(스타팅 포인트)가 출범한 넥슨은 노조 가입 범위를 두고 직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넥슨 노조는 사측이 노조 활동 보장을 취소했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사측과 처음 만나는 상견례 자리에서 임시 전임을 교섭 기간 동안 연장할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 넥슨 코리아는 1차 교섭 전까지 운영진 2명에 대해 전임을 인정했다. 전임은 회사가 노조 활동을 근로 시간으로 보는 것으로, 신생 노동조합이 교섭을 진행하는 데 필요하다. 노조의 요구 조건은 두 가지로, 전임 보장과 사무실 제공이다.

이에 대해 넥슨 코리아는 넥슨은 노조와 교섭안 전반에 대해 협상 중인 단계로, 관계 법령에 따라 노동조합 가입 및 적용 범위를 구체화하기 위해 1차 제안을 한 상황이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근거해 따르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와 상생하는 기업들도 있다. 대표적인 노조 ‘무분규’ 기업으로 알려진 E1은 지난 9월 15일을 기준으로 무분규 30년의 기록을 세웠다. 1988년 노조가 설립된 이후 무려 30년 간 무분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E1은 노동자와 사용자라는 수직적인 의미를 가진 노사(勞社)라는 말 대신 노조와 경영진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경영에 참여한다는 의미로 노경(勞經)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E1 노조는 1996년부터 23년 연속 임금에 관한 모든 사항을 회사에 위임하며 미래 지향적인 노경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시무식에서 노동조합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회사가 경영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위임을 결정했다”며 “이러한 노력이 회사의 비전 달성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하며 앞으로도 자랑스러운 전통인 상생의 아름다운 노경문화가 더욱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구자용 E1 회장은 “노경이 서로 믿고 의지한 덕분에 어려운 환경에서도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며 E1은 많은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신뢰를 기반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자랑스러운 노경 문화를 이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금호석유화학도 31년의 노사 무분규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 9월 서울 본사에서 노사 임금협약 조인식을 열며 1사 3노조임에도 불구하고 31년 무분규 협약이라는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2001년부터 1사 3노조 체제로 각 사업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며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왔다. 탄력근무제 역시 앞으로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세부 시행 방안을 논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ek@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