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월드 비정규직 직원들, 단식농성 이유는?

직접고용 요구 나선 한국잡월드 비정규직 강사들 [뉴시스]
직접고용 요구 나선 한국잡월드 비정규직 강사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민주노총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잡월드(이하 잡월드) 비정규직 강사들의 본사 직접 고용을 요구했다. 현재 잡월드는 전체 388명의 직원 가운데 관리직군 50명을 제외한 80% 정도가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이뤄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정규직 전환 방침을 논의했고, 사측은 올해 4월 예산 부담 등의 이유로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 전환을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비정규직 지원들이 본사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지난 28일 청와대 앞 결의대회서 경찰과 대치하기도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정규직 전환, 노사 협의 따라 기관이 자율적으로”

잡월드는 비정규직 직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전환을 강행할 예정이다. 결국 잡월드비정규직 42명은 지난 21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28일 결의대회에서 “공개채용이 되면 강사직군인 한국잡월드 조합원 140여 명은 집단해고에 처해진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공항을 찾아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다”며 “그런데 잡월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추운 겨울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후 3시 집회를 시작한 이들은 4시20분께 청와대에 직접고용 지원서를 전달하겠다며 청와대 방면으로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사랑채 앞 도로를 점거한 채 경찰과 약 40분간 대치했다. 일부 노조원은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정부 정규직 전환 가이드 
따라 직접 고용 요구

지난 4월 설립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기본부 한국잡월드분회 노조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직접고용을 요구해 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7월 정규직 전환 계획을 수립하면서 1단계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함께 내놨다.

가이드라인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의 취지를 고려할 때 현 근로자의 전환을 원칙으로 하되, 전환 채용 대상자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평가절차를 거쳐 정규직 전환 추진한다’고 되어 있다.

또 ‘어떠한 평가절차를 거칠 것인지는 기관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이 지나치게 저해되지 않도록 운영한다. 객관성이 결여된 평가절차나 객관성이 결여된 임의적 평가시 향후 법적 분쟁이 예상되니 유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정책을 예견한 불공정 채용도 우려되므로 가이드라인 발표 직전에 채용된 경우에는 보다 엄격한 평가 절차를 진행한다’고 되어 있다. 

지난 5월 내놓은 2단계 가이드라인에는 ‘정규직 전환 정책을 기대하며 새롭게 채용된 비정규직 근로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근로자가 정당하게 채용됐는지 등을 면밀히 조사한 후 전환 대상자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현재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은 사실상 개별 기관의 노사 합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채용비리 감시에 대해서도 해당 기관이나 감독 권한을 가진 주무부처·지방자치단체에만 있다.  

문제는 정부 가이드라인은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가이드라인을 설계한 고용노동부에는 전체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를 감독할 권한이 없다. 

강경 노조 행동 따라
사측 정책도 오락가락?

하지만 지난 6월 취임한 노경란 한국잡월드 이사장이 7월 13일 자회사 전환 방침을 밝히며 노조와 마찰을 빚어 왔다. 

당시 노조는 “한국잡월드는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을 상징하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왜곡된 비정규직을 노동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잡월드는 ‘미래세대의 건전한 직업관을 형성하고, 행복한 미래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는 취지를 내걸고는 정작 미래세대를 지도하는 노동자들을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10월 16일 진행된 한국잡월드 국정감사에 대해서도 노조는 “수많은 의원들이 기관의 취지에 정부 정책에 맞게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나 노 이사장은 한결같이 자회사 강행 입장을 고수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와 공공운수노조 한국잡월드분회 조합원 10여 명은 한국잡월드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지난 10월 26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지청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간 바 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잡월드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마치 자회사 전환만이 유일한 답인 것처럼 밀어붙여 자회사를 통한 고용전환을 꾀하고 있다”며 “정규직화가 아닌 또 다른 간접고용”이라고 주장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은 “핵심업무나 상시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를 직접 고용한다는 것이 정부의 고용 정책이지만, 한국잡월드는 이 원칙을 무시하고 자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올해 4월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사측에 직접고용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자회사로 전환하겠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채용은 공공기관별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노사 협의에 따라 해당 기관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며 “한국잡월드가 경기지청 관할이 아니어서 노사가 대화하게끔 중재하는 것 외에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6일 사측이 노조원에게 자회사 정규직이 될 기회를 다시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서자 정규직 직원들이 반발했다. 이른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노(勞勞)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결국 노 이사장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직원들 간 불화의 싹만 틔운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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