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수사 진행 상황 캐물은 수사관, 알고 보니 접대골프까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뉴시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청와대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의 특별감찰반(특감반) 전원 교체라는 초강도 조치를 단행한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청와대 직원들의 잇따른 일탈로 곤혹스러운 가운데 일각에서 특감반원이 근무시간 등에 친목 도모 골프를 쳤다는 또 다른 비위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확인이 안 된 사실’ 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공직기강 해이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감반원들 특감 대상자 추적·수사 위해 골프장 출입 가능
청와대 공직기강 해이 정점 찍어… 조국 민정수석이 특검반 관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9일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특감반원의 근무시간 골프 의혹에 대해 “주중 근무시간 골프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특감반원이 근무시간에 골프를 쳤다는 비위 의혹을 추가로 제기한 보도에 대해 일부 부인한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 등 사정기관별 특감반원들은 친목 도모를 위해 스포츠를 즐겨 왔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로 전해졌다. 때문에 이번 초강도 조치 배경에는 특감반원들의 골프 회동이 관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게 나온다. 

근무 시간에
골프 쳤나 안 쳤나?

청와대는 이날 비위 혐의가 확인된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배비서관실의 특감반 전원 교체라는 초강도 조치를 단행했다. 특감반 소속 수사관 김모씨가 자신의 지인이 연루된 뇌물 수사 진행 상황을 경찰에 캐물었다가 적발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의 첫 도화선이 됐다. 해당 수사관은 즉각 검찰에 복귀 조치됐다. 

김 씨는 특별감찰반 행정요원으로 청와대에 파견근무 중이었다. 그는 지난달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방문해 자신이 청와대 소속임을 밝히고 건설업자가 국토교통부 공무원에 뇌물을 준 사건의 수사 진행 상황을 캐물었다. 문제는 피의자인 건설업자가 김 씨의 지인이었다는 점이다. 

상황 파악 즉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28일 김 씨를 검찰로 돌려보내고 비위사실은 구두통보했다.  

언론에서 특감반원들이 골프를 쳤다는 의혹을 보도한 것은 지난 29일이다. 특감반원들이 특감 대상자 추적 및 수사를 위해 골프장을 출입하거나 골프를 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씨는 사적인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골프비를 대신 내준 사람이 바로 뇌물사건 피의자인 건설업자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또 다른 문제는 김 씨가 다른 특감반원들과 같이 골프를 쳤다는 점이다. 특감반 특성에 따른 업무성 골프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부적절하게 근무시간에 골프접대를 받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 청와대는 각 반원별로 골프장 출입 사유 등을 점검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기강 해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특감반 전원 원대복귀라는 카드를 꺼낸 배경이다. 반부패비서관 산하 특감반은 민정수석 관할이지만 파견자 복귀 문제는 비서실장 권한이다. 

개인적인 비위 vs
조직적인 비위

공직기강의 총 책임을 맡고 있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29일 특감반의 비위 혐의에 대한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최종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전원 교체를 단행했다. 조사 결과 비위 행위를 저지른 행정요원들은 추가로 더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 수석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이미 검찰에 복귀한 특감반원 외에 부적절한 처신과 비위 혐의가 있는 특감반 파견직원을 즉각 소속기관으로 돌려보내고, 소속기관이 철저히 조사하고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검찰에 복귀한 김 씨 외에 또 다른 부적절한 비위 혐의를 한 직원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 대목이다. 

김 대변인은 다만 추가 비위 행위 적발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꼈다. 김 대변인은 ‘추가로 몇 명이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숫자나 혐의 내용에 대해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비위 혐의가 있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서도 “표현하기 어렵다”며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개별사안의 비위행위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뤄진 비위행위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니다. 그것과 무관하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이번 ‘전원 교체’ 지시와 관련 “쇄신과 공직기강을 다시 세우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정기관에서 파견된 특감반 비위 혐의가 추가로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례적으로 전원 교체라는 초강도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 내 공직 기강 해이 논란이 사실상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종석 비서실장
“익숙함·관성과 결별하라”

지난 26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정권 출범 1년 반이 지나고 있는 현 시점을 ‘중대한 기로’라고 칭하며, 전 직원들에게 마음을 다잡고 더 엄격한 자세로 일하자고 독려했다. 

임 실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 직원 전원에게 메일을 보내 “우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 순간 사소한 잘못이 역사의 과오로 남을 수도 있다”며 “더 엄격한 자세로 일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최근 김종천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되는 등 청와대 내부 공직 기강 해이 논란이 도마에 오르자 총책임자인 임 실장이 내부 독려에 나선 것이다. 

임 실장은 먼저 “일에 몰두해 계절이 변하는 것도 모르고 바쁘실 여러분들께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든다”며 “최근의 일들로 청와대를 향한 걱정의 목소리가 있음을 모두들 아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청와대 구성원들을 독려해야 하는 저로서는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대통령께 면목 없고, 무엇보다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되게 해야겠기에, 스스로 몇 가지 다짐을 하면서 여러분께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직원들에게 하는 첫 번째 당부로 “지금 우리가 무엇보다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익숙함”이라고 강조했다.

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반이 넘은 시점에서 일이 손과 눈에 익었을 것”이라며 “그런 상태로, 관성이 이끄는 데로 가면 긴장감은 풀어지고 상상력은 좁아질 것이다. 익숙함, 관성과는 단호하게 결별하라”고 요청했다. 

이어 “우리는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라며 “더 나아가서 국민을 섬기는 공복(公僕)이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국민께 폐가 되고 대통령께 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0일 청와대 경호처 5급 공무원 폭행 사태가 일기도 했다. 

임 실장은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옷깃을 여미자”며 “저부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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