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이 본궤도에 진입했다. 2일까지 출마를 공식화한 인사는 4선의 나경원·유기준 의원, 3선의 김영우·김학용·유재중 의원 등 5명이다. 후보들은 저마다 계파 청산을 외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계파에 기댄 선거전을 벌이고 있는 분위기다. 나경원·유기준·유재중 의원은 친박계·잔류파, 김영우·김학용 의원은 비박계·복당파로 각각 분류된다. 이는 당사자들이 계파대결이 아니라고 부인하더라도 원내대표 경선이 양측 간 대결로 치러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후보 간 단일화 여부도 경선의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당내 계파 대결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잔류파가 나경원 지지? 사실 아냐... 바른정당서 원내대표 줬으면 진작 떠났을 사람
- '러닝메이트정책위의장, 나경원 영남권 3선 이상’·유기준 수도권·충청’·김학용 ‘TK 친박


나경원 의원의 출마 선언으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이 달아올랐다. 나 의원은 지난 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도개혁 후보로서 계파 종식을 통한 당과 보수의 통합을 이루겠다며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당의 첫 번째 변화는 계파종식이다. ‘반구저기(反求諸己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는다)’의 자세로 당과 보수의 통합을 이뤄내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사실상 단일화끝낸 비박계...
친박계 대표선수는 누구?

나 의원은 계파에 치우치지 않은 중립 성향의 의원으로 분류된다. 나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우파를 위해서는 자유한국당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그 변화를 위해 원내대표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보수정당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 선출에 힘을 모아달라보수가 품격과 신뢰를 회복하여 대한민국을 바로세울 수 있도록 함께해달라고 했다.

이로써 현재 원내대표 후보는 일찌감치 친박계 경선 주자로 자리 잡은 유기준 의원을 비롯해 비박계 김학용·김영우 의원, 중립 나경원·유재중 의원으로 압축됐다.

김영우 의원의 경우 선거 완주 의지를 표명했지만 단일화 효과로 김학용 의원이 비박계에서 높은 지분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실상 이번 선거는 친박·비박·중립 3파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앞서 비박계 유력 주자로 거론되던 강석호 의원은 김학용 의원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고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중립이지만 잔류파인 나경원 의원과 친박계 유기준 의원의 지지기반은 상당 부분 겹쳐 일부에서 단일화 요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 의원은 당초 비박계 잔류파로 분류됐지만 "박 전 대통령이 한평생 감옥에 있을 정도로 잘못을 했나"라는 발언으로 친박의 표심을 자극하는가 하면 최근 친박계 의원들과도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는 나 의원과 유 의원 모두 선거 완주 의지가 강해 친박-비박, 잔류파-복당파 간 양자구도 성립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경선에 가까울수록 계파 간 대결이 거세지고, 후보 개인 입장에서도 당선 가능성을 높이려고 진영·계파 내 단일화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잔류파 주자로 불리는 나경원·유기준·유재중 의원의 물밑 접촉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초 전당대회 대결구도도 이번 원내대표 선거 판도를 좌우할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내에선 여전히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내년 전당대회와 연계해 특정 계파가 당대표와 원내대표 투톱을 독식하면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당내 권력 시소게임
전당대회도 고려 대상

이 때문에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나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 친박계 지지를 받는 인사들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과 지지세가 높아질 경우 비박·복당파 후보에게 표가 모일 수 있다. 반면 복당파 핵심 김무성 의원이나 최근 복당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지지세가 높아질 경우 친박·잔류파 원내대표 후보 쪽으로 막판에 표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

한편 각 후보자가 어떠한 인물을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섭외해 함께 경선에 나서게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에 관한 당규 제32항에 따르면,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은 각 후보자 2인이 1조가 돼서 동반 선출된다. 이른바 '러닝메이트' 강제 규정이다.

서울 동작을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나경원 의원은 영남권 3선 이상 중진의원을 정책위의장 후보로 우선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별 표심이 예전 같지 않다지만, 나 의원 본인의 지역구가 서울인 이상 영남권에서 정책위의장 후보를 구하는 것은 필수로 여겨진다.

경기 안성의 김학용 의원 역시 친박계의 본산인 대구·경북을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아무래도 지역도 봐야 할 것 같고, 내가 본의 아니게 비박 개념에 있었으니, 나와 다른 정치적인 색깔을 가진 분 중에서 (정책위의장 후보를) 하는 게 화합 차원에서 좋다"고 말했다.

반면 부산 서구·동구의 유기준 의원은 본인이 영남 지역구이기 때문에, 반대로 수도권이나 충청권 등 비()영남에서 정책위의장 후보를 물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유 의원은 판도 자체를 뒤바꿀 필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파격적인 수를 포함해서 최적의 조합을 계속해서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친박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12월 원내대표 경선 때 친박 후보인 홍문종 의원을 내세웠다가 비박인 김성태 후보에게 원내대표직을 넘겨줬다는 트라우마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일부에서 유기준 의원이 아닌 나경원 의원을 지지하는 모습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유기준 의원 측 관계자는 유 의원은 최경환 의원이나 윤상현 의원과 같은 강성 친박계가 아니다. 계파색이 옅다정우택 의원이 잠시 나경원 의원을 염두에 둔 것은 사실이나 지지를 철회했다. 언론에서 잔류파 모임인 우파재건회의가 나 의원을 공식 지지했다고 보도했는데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경원 의원의 과거에 냈던 탈당계를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라며 "몸만 남아있지 이미 당에서 마음은 떠난 사람이다. 당시에 이혜훈 대표가 원내대표를 준다 했다면 벌써 탈당했을 인물이다. 나 의원은 잔류파라 할 수 없는 인물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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