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 전 KGC 감독
전창진 전 KGC 감독 [뉴시스]

[일요서울 ㅣ 신희철 기자] 거취가 걸린 재정위원회에 참석, 소명한 전창진(55) 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이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KBL은 3일 오전 9시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재정위원회를 열고 전 전 감독의 전주 KCC 수석코치 등록을 심의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오전 KCC는 전 전 감독의 수석코치 선임을 공식 발표하고, KBL에 등록 신청을 했다. 전 전 감독은 2015년 5월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그해 8월 KGC인삼공사 감독에서 자진 사퇴했다. 당시 파문이 커지면서 무기한 등록 자격 불허 조치를 내린 KBL은 KCC가 코치 등록을 신청함에 따라 이날 재정위원회를 개최했다. 전 전 감독은 재정위원회에 직접 참석했다. 재정위원회 도중 들어간 전 전 감독은 약 20분 간 소명했다.

 

당초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고사한 전 전 감독은 재정위원회 소명을 마친 직후인 오전 10시께 인터뷰에 응했다. 재정위원회 결과가 나오기 전이다. 전 전 감독은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처음으로 취재진 앞에 서게 됐다. 농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농구 팬들과 관계자들에 많은 피해를 준 부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KCC 구단에서 저에게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기쁘기도 하고, 걱정도 상당히 많이 된다. 재정위원회를 통해 신분이 결정되겠지만,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소명하는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냐는 질문에는 "항간에 내가 돈을 많이 주고 좋은 변호사를 사서 빠져나왔다고 하던데 변호사는 나의 친한 동생이다. 사건 이후 이 시간까지 나를 도와준 동생"이라며 "재정위원 중에 변호사가 있는데 그 분이 질문을 많이 했다. 법리적인 부분은 변호사인 동생이 대답했다"고 답했다. "나는 기회에 대한 부분들,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부분만 간략하게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3년 3개월 동안 좀처럼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전 전 감독은 "긴 시간이라면 긴 시간이고, 짧은 시간이라면 짧은 시간이다. 나에게는 힘든 시간이었다. 힘들었던 시간 중에 여러분이 몰랐던 일도 있었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상당히 많았다"며 "기사를 통해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많이 오해한 부분들, 선뜻 여러분 앞에 나서지 못했던 이유들이 있다. 언젠가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는데 여러분을 보고 다 말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하고픈 말이 무엇이었냐'는 말에 전 전 감독은 "당시 사건은 내가 만든 것이다. 나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고 반성하며 시간을 지냈다. 하지만 당시 경찰 조사부터 보도가 돼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많이 있었다. 당시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할 수 없었던 입장이 조금 그랬다"며 "지금와서 이야기하는 것은 그닥 좋은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나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무죄를 받았을 때 기사가 별로 나오지 않고, 이런 일이 있을 때 크게 보도되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고백했다. 전 전 감독은 "아직 KCC 수석코치를 맡는 것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나를 선택해 준 구단까지 비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나를 비판하는 것은 상관없다. 그러나 나를 선택한 구단이 무슨 잘못이 있겠나. 나에게 죄가 있는 것이니 나를 선택한 구단에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한다. 간곡히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전 전 감독의 현장 복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2016년 9월 검찰은 전 코치에 대한 승부조작,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단순도박 혐의만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전 전 감독은 올해 2월 1심에서 단순도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지난 9월 2심에서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 상고해 심리 중이다.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아 무기한 자격 불허 조치의 명분이 사라졌다는 목소리도 있다. 반면 단순도박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고, 농구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 전 감독은 "팬들도 나에 대해 불신하는 부분이 많다고 들었다. 사실 그런 내용을 잘 보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런 것들도 다 받아들이는 것이 맞지만, 아직까지 내가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런 부분은 죄송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팬들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고 고쳐나가면서 해결하겠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팬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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