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집값보다 하락 속도 빨라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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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5년여 만에 처음으로 60% 밑으로 떨어졌다. 전셋값이 집값보다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까지 더해지면서, 앞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산 뒤 집값이 오르면 매도해 차익을 챙기는 ‘갭투자’는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본격적인 하락세로 접어들 경우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피해를 겪는 세입자가 증가할 수 있어 세입자 보증금 보호 장치 강화 등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기준금리 인상·대출규제 강화...매도차익 얻기 어려워져
전세금 제때 못 돌려받아 피해 입는 세입자 늘 수도 

전세가율 하락, 기준금리 인상,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여파로 갭투자자들이 매도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이 될 전망이다.

3일 국민은행의 부동산 플랫폼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11월 주택가격 월간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9.6%를 기록해 60%의 벽이 깨졌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60% 미만으로 내려간 것은 2013년 9월 59.1%를 기록한 이후 5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013년 10월 60.1%를 시작으로 60%대를 회복한 이후 2016년 5월 역대 최고인 75%까지 올랐다.

그러나 올해 1월 69.3%로 다시 60%대로 내려온 뒤 지난 11월 다시 50%대로 하락했다. 지난해와 올해 서울 아파트 공급물량 증가 등으로 전셋값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반면 부동산 이상과열로 매매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세가율이 떨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구별로 강남구의 전세가율은 48.7%로 서울 전체를 통틀어 가장 낮았고 용산구도 49.2%로 그 뒤를 이었다. 송파구는 전월 대비 0.3%포인트 하락한 50.0%를 기록했다. 송파구는 이달 말 9500가구가 넘는 헬리오시티의 입주를 앞두고 전셋값 하락폭이 커지고 있어 조만간 5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북지역의 전세가율도 하락해 중랑구는 지난 10월 72.8%에서 11월에는 71.6%로, 성동구는 69.8%에서 68.4%로, 도봉구는 65.7%에서 64.6%로, 노원구는 62.3%에서 61.6%로 각각 떨어졌다.

부동산시장에서 금리 인상 여파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75%로 인상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인상 이후 1년 만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며 차주의 이자상환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9·13대책의 영향으로 주택시장이 하락세로 돌입한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더해지면 한동안 매수세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거래 절벽 속 위축 더욱 뚜렷해질 전망”

각종 세금과 대출 규제로 수요자의 심리가 냉각된 상황에서 금리가 올라가면 주택거래는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9·13대책 여파로 거래가 실종된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금리 인상으로 거래가 완전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11월 서울 부동산 거래량은 3451건, 하루 평균 119건으로 지난 2013년 8월 이후 5년 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 상승은 금융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투자수익률 하락으로 거래 둔화가 전망된다”며 “각종 세금과 대출 규제로 수요자들의 심리가 냉각된 가운데 금리까지 올라서 당장 가격 급락보다는 거래 절벽 속 위축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이 이뤄진다면 집값은 당분간 보합세이거나 일부 급등지역을 중심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따라서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는 경우는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갭투자의 경우. 집값도 하락하고 전세값도 하락하면 문제가 없는데 집값만 하락하게 되면 깡통전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 교수는 “대출을 받아서 갭투자를 한 사람들은 이번 금리 인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내년에 금리를 2~3번 더 올릴 계획이 있고, 우리도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볼 때 나중에 다중채무자들의 위험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는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가능하면 다중채무자들의 집을 매도하게 하거나 고정금리 장기대출 방식으로 전환시켜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세보증금반환 보증 가입 등 안전장치 마련”

또한 일부 비인기 단지에선 전셋값 하락으로 인해 전세 보증금을 제때 빼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대출이 강화된 상태에서 전세가율 하락, 금리 인상 등으로 한동안 매매 거래 공백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입주 증가 등으로 전셋값이 지속해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서는 전세보증금반환 보증에 가입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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