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몰락 단초-오세훈’·‘확장성 한계-김태호’·‘핵심 지지층 거부감-유승민’·‘보수 분열 책임-김무성’·‘지선 참패 책임-홍준표’

[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보수 잠룡들의 몸풀기가 드디어 끝나가는 모양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국당에 입당했고, 김태호 전 최고위원도 역할을 고민 중이다. 김무성 의원과 홍준표 전 대표의 활동도 활발해졌고,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 역시 보수 재건 역할론을 피력했다. 다만 이들은 보수 몰락 단초(오세훈), 부산 울산 경남 외 확장성 한계(김태호), 보수 분열 책임(김무성), 지선 참패 책임(홍준표), 핵심 지지층 거부감(유승민) 과 같은 한계가 뚜렷하다. 이에 보수 정치권 내에서는 범보수 대선 주자 선호도여론조사에서 '1강 독주'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황교안 전 총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보수진영 발 정계 개편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누가 보수 통합과 재건을 이끌 구심점이 될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 보수 우파 '좌절' 시킨 오세훈, '무상급식 논란' 이어 '무임승차론' 대두 
- 황교안, 범보수 대선 주자 선호도 압도적 ‘1’... 복귀 시기는 언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에 복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던 지난 20171월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후 110개월여 만이다.

오세훈의 치명적 아킬레스건
박원순·안철수 등장, 다당제 야기

오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의 히든카드중 하나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이 당분간 당에 신설되는 미래비전특위의 위원장을 맡으면서 내년 2월 말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할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당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수주 째 떨어지면서 보수 대통합을 통한 반문(반 문재인) 연대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계파 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오 전 시장은 이점에 있어서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한국당의 고민이 수구적 이미지계파 갈등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젊고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오 전 시장이 전면에 나설 경우 당의 이미지 쇄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 전 시장은 이 같은 당내 기대를 엎고 당권 장악을 발판 삼아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려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그는 차기 총선 출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0대 총선에 출마했던 종로가 아닌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가 있는 서울 광진을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당 지도부와 만나서도 '험지 출마'에 대한 교감을 이뤄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오 전 시장에겐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그는 과거 서울시장 재직 당시 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사퇴해 보수 몰락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후 그가 비운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등장했고, 안 전 대표가 세운 국민의당이 제20대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키며 보수 몰락이 시작됐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오 전 시장이 제 신중하지 못한 정치 행보 때문에 당원동지들을 비롯한 보수우파의 가치를 믿고 지지해준 분들께 많은 심려를 끼쳤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보수층 내부에서는 원망의 목소리가 아직까지 자자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이 주민투표란 이벤트를 통해 대선 주자로 발돋움하려다가 2010년 지방선거에서 겨우 지킨 서울시장직을 던져서 박원순 현 시장이 최장수 서울시장이 되도록 했다는 분위기가 보수 진영에 팽배하다어떻게 선출직이 자기 마음대로 직을 걸 수가 있나. 오 전 시장이 재선 된 지 1년 만에 시장직을 내놓은 건 자신을 지지했던 서울시민의 표심을 가볍게 여겼다는 방증이다고 꼬집었다.

설상가상으로 당내에서는 오 전 시장의 '무임승차론'까지 대두되는 실정이다. 같은당 김진태 의원은 
3일 "한국당은 오세훈 전 시장의 실험 대상이 아니다"라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오 전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실험으로 서울시장을 내줬을 때부터 보수우파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며 "이제 또다시 '아니면 말고'식 정치 실험을 할 때가 아니다. 여태껏 어디서 뭐하다가 문재인 정권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우리 당의 전당대회가 다가오니가 이제 살며시 복당을 하느냐"고 지적했다. 

김태호, ‘보궐 직행
or ‘당권 찍고 보궐’?

김태호 전 최고위원 역시 지난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석패했지만 희망의 불씨를 쏘아 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보수 잠룡으로 군림 중이다. 정치권은 김 전 최고위원의 향후 복귀 시나리오로 보궐 선거 출마당권 찍고 보궐 출마를 점친다.

노회찬 전 의원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경남 창원·성산은 진보 거물들이 잇달아 당선된 영남의 대표적 험지다. 지난 6·13 지방선거 부산·울산·경남에서 참담한 패배를 겪고, TK(대구·경북)당으로 입지가 좁아진 한국당 내부에선 이 지역에 예사 카드가 아닌 김태호 카드를 내 반드시 되찾아 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 전 최고위원은 계속해서 경남에 근거를 두고 정치를 해왔다. 지난 1998년 경남도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해 거창군수에 이어 두 차례 경남도지사를 지냈으며, 재선의 국회의원 경력도 경남이 지역구였다

다만 김 전 최고위원이 보궐 선거에 앞서 당권에 도전할 경우엔 리스크가 만만찮다. 전당대회에서 완전히 떨어진 다음 창원·성산 보선에 출마하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고 정치의 상식에도 맞지 않는데다, 잦은 출마로 대중의 피로감을 유발할 우려도 있다.

유승민 의원은 최근 지역구 당원과의 잦은 만남과 대학 특강정치 행보를 가속화 하면서 지방선거 이후 5개월간의 칩거에서 깨어나 자신의 향후 정치 구상을 가다듬고 있는 중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이화여대 강연을 앞두고 기자들을 만나 보수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강연을 정치활동 재개로 봐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제가 정치인인데 정치활동을 접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치권은 유 의원의 한국당 복귀를 점치기 시작했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30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유 의원의 경우 배신자 프레임이 박혀 있기 때문에 바른미래당으로 나가면 총선의 가능성은 없다총선 치르기 전에 명문 찾아서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유 의원이 복당 한다 하더라도 그에게 새겨진 배신자 낙인은 지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한때 TK(대구·경북)총아(寵兒)’로까지 평가됐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면서 현재 유 의원은 지역 기반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유승민 당시 후보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시민들로부터 물벼락을 맞은 사실은 그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김무성 의원과 홍준표 전 대표 역시 당권 행보를 본격화한 모양새다. 당내 비박계 좌장으로 통하는 김 의원은 친박계 핵심 의원들과 잇따라 만난 뒤 계파 화합, 우파 통합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움직임은 원내대표 선거와 전당대회를 앞두고, 고질적인 계파갈등을 종식시키는 동시에 '보수통합'의 이미지를 얻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게 중론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연일 페이스북 정치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정치적 현실주의자다. 감성에 매몰되어 현실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거나 논쟁을 겁내 현실을 회피하는 비겁함은 홍준표답지 않은 돌파 방법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그는 “TV 홍카콜라.COM12월 초순에 시험방송을 거쳐 12월 중순 개국한다고 밝혔다. 대안매체로 유튜브 채널을 택하고 있는 보수 유권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의원과 홍 전 대표에겐 각각 보수 분열지선 참패책임이 있다. 당장 당내에선 친박‧잔류파를 중심으로 김 의원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를 불과 1주일 앞두고 김 의원 주도 하에 진행되는 이같은 움직임이 결국 선거의 판을 흔들고자 하는 정략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친박 좌장이었지만 계파갈등의 책임을 지고 지난 6월 20일 탈당한 서청원 의원은 4일 자신의 SNS(페이스북)를 통해 "탄핵에 찬성하고 탈당했던 사람들이 한 마디 사과와 반성도 없이 슬그머니 복당하더니, 이제 와서 정치적 입지를 위해 석방 결의안을 내겠다고 한다"며 "일부 중진들이 보이는 행태야 말로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김 의원을 정면 겨냥했다. 

홍 전 대표 역시 지방선거 패배와 막말 정치로 인한 민심 이반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한 만큼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낙연-황교안 양강 구도
여러 생각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수 정치권 내에선 황교안 전 총리를 향한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오마이뉴스 의뢰로 여야 주요 정치인 12인을 대상으로 한 첫번째 여야 통합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12.9%로 이낙연 총리(15.1%)에 오차범위 내에서 뒤진 2위를 기록했다. 여야 통합 전체에서 이낙연 총리와 황교안 전 총리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범보수 대선주자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보수야권·무당층(한국당·바른미래당 지지층과 무당층 응답자 1243, ±2.8%p)에선, 황교안 전 총리가 23.2%로 역시 다른 주자와 2배 이상의 큰 격차를 나타내며 1위 를 차지했다.

이어 오세훈 전 시장이 11.3%2위에 올랐고, 홍준표 전 대표가 10.4%3, 유승민 전 대표(9.8%)4위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성인 3277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중 최종 2513명이 응답을 완료, 7.7%의 응답률(응답률 제고 목적 표집틀 확정 후 미수신 조사대상에 3회 콜백)을 기록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이다.

황 전 총리는 지난 9월 초 저서 황교안의 답출판기념회 이후 약 두 달만에 대학 강연을 통해 공개 행보에 나서며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대에서 청년과 경제-튀고, 다지고, 달리고, 꿈꾸자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 직후 황 전 총리는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 및 입당 계획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여러 이야기를 잘 듣고 있고, 여러 생각도 하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황 전 총리를 적극 밀고 있는 유기준 한국당 의원은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 인터뷰에서 황 전 총리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제가 입당이라든지 출마에 대해 말씀드렸다"면서 "가타부타 이야기는 없었는데 숙고를 하겠다는 의견을 말씀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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