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현 前회장 ‘갑질 논란’ 여파에 결국 상장폐지 통보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MP그룹의 토종피자 프랜차이즈 ‘미스터피자’가 상장 폐지 절차를 밟는다.

한국거래소는 3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MP그룹의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거래소는 기업심사위 결과를 반영해 앞으로 영업일 기준 15일, 오는 24일 이전에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개최한다.

여기서 상장 폐지 아니면 기업 개선 기간 부여를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재기(再起)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던 미스터피자는 허탈해 하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의 신뢰까지 잃게 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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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논란 2년 만에 업계 1위서 추락...오너가 발목(?)
미스터피자 "코스닥시장위원회서 마지막 소명할 것"


미스터피자는 1990년 이대 1호점을 시작으로 2014년 5월 458호점까지 기세를 확장하며 국내 피자 1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본래 재일교포 2세가 세운 일본 법인이었으나 한국 지사가 역으로 일본 본사를 사들인 신화까지 썼다

그러나 2014년부터 성장세가 꺾여 1위 자리서 밀렸고 그간의 불미스러운 사건들 인해 상장폐지 의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자금 조달은 물론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도 쉽지 않다.

당장 실적이 가장 큰 문제다. 2015년 1103억원이었던 MP그룹의 매출(개별 기준)은 2016년 970억원, 지난해 815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손실도 2015년 73억원에서 지난해 11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매출은 501억원이며, 영업손실은 4억원을 기록 중이다.

증시서 퇴출되면 브랜드 이미지 악화로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가맹점 이탈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신규 사업과 마케팅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된 회사라는 이미지로 영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폐지 부른 갑질의 역사   

MP그룹이 증시서 퇴출 위기에 처한 것은 2015년 3월 ‘갑질 횡포 논란’에 직면하면서부터다.

100명이 넘는 가맹점주들이 부당한 광고비(매출의 4프로, 1년에 약 1000만원)에 대해 항의하자 미스터피자 본사는 이승우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에 대한 가맹점계약해지를 집행했다. 명분은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였다.

미스터피자는 피자 재료인 치즈를 가맹점에서 공급하는 과정에서 정우현 회장의 친인척이 관여한 업체를 중간에 끼워 팔아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았다. 미스터피자가 편취한 이득은 1년에 수십억원에 달한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외에도 광고비 절반을 본사가 부담하도록 한 정부 지침과 달리 90% 이상을 가맹점주들이 부담케 하는 등 갑질 의혹이 끊임없이 불거졌다.

정우현 회장은 미스터피자에서 탈퇴한 점주의 가게 근처에 직영점을 내고 이른 바 ‘보복 영업’을 한 혐의도 받았다.

탈퇴한 가맹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자 정우현 회장의 갑질 논란은 재차 국민적 공분을 받았다.

또한 정우현 회장이 자신의 건물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을 폭행한 사건까지 알려지자 MP그룹은 사면초가에 직면했다.

정우현 회장은 지난해 6월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으나 당시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재판에 넘겨진 정우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 및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의 판결을 받았다. 이어 정우현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150억원대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결국 MP그룹은 거래소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게 됐고 개선 기간 1년을 부여받았다.

이 기간 MP그룹은 정우현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전원이 경영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영입과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투명경영위원회를 만들었다.

기업 개선작업을 위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일부를 매각해 500여억원의 금융부채를 지난 10월에 모두 상환하고, 창사 이래 첫 본사 직원의 40%를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또 가맹점과 논란의 원인이 됐던 원·부자재 공급문제는 가족점주와 구매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양측이 상생하는 구조로 바꾸고, 지속적인 상생을 위해 자사주 210만주를 출연해 복지재단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상장폐지로 결론이 나면서 허탈한 상황이다.

뒤집힐 가능성은

한편 MP그룹은 코스닥시장위원회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그동안의 개선 결과를 다시 설명하고, 오해를 풀겠다는 계획이다.

MP그룹 측은 "상장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이번 결정이 잘못됐음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억울한 사정을 소명하는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 상장회사의 지위를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 결론을 내렸다해도 MP그룹은 7거래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 달 이내에 또 다시 최종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열려 상장폐지 결론을 유지할지 변경할지를 결정한다.

 

[박스] MP그룹 자회사 MP한강 주식도 '약세'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의 상장폐지 소식에 화장품 자회사인 MP한강(엠피한강) 주식도 약세다.

 4일 10시 25분 현재 주식시장에서 MP한강은 전일 대비 65원(2.62%) 하락한 2415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에도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의료기기 도소매업체 퓨라셀 주식을 51억원에 양수한다고 밝히면서 400원(13.89%) 하락한 바 있다.

MP한강은 엠피그룹이 47.88%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다. MP그룹의 대주주는 정우현 회장 16.78%이며, 아들인 정순민 부회장도 16.78%를 보유해 2대주주다.

증권 업계 한 관계자는 "모회사인 자금 사정이 악화된 만큼 자회사인 MP한강으로도 불똥을 튈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MP한강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421억원 매출액, 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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