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황 어려운데...소득주도성장 ‘직진’하겠다는 홍남기
경제 상황 어려운데...소득주도성장 ‘직진’하겠다는 홍남기
  • 김은경 기자
  • 입력 2018-12-05 15:32
  • 승인 2018.12.05 15: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년 경제도 녹록치 않을 것”이라면서...정책은 그대로?
지난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무위원후보자(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홍남기) 인사청문회에서 홍남기 후보자가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무위원후보자(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홍남기) 인사청문회에서 홍남기 후보자가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소득주도성장이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는 분석과 내년 경제 상황도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내린 이 같은 결정은 경제학보다는 정치학적 사고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이제라도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경기를 살리기 위한 적극적인 궤도 수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가계와 기업의 기를 살릴 수 있도록 정책 손질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실패, 혁신성장은 무개념이다”
내년 경제 전망 ‘깜깜’...정책 손질 필요성 대두

경제지표 곳곳에서 소득주도성장 실패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홍남기 후보가 이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선언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홍남기 후보자는 지난 2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를 통해 우리 경제 상황이 내년에도 녹록치 않을 것이라면서도 최저인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고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홍 후보자는 “최근 우리 경제는 투자·고용 등 부진한 지표와 소비·수출 등 견조한 지표들이 혼재돼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성장세가 약화하는 모습”이라고 평했다. 내년 경제 전망과 관련해서는 “미-중 통상마찰과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등 대내외 리스크 확대를 고려하면 녹록치 않을 것”이라며 “고용·분배 등 민생여건도 구조적 요인 등이 작용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3대 축 중 하나인 소득주도성장은 소득분배와 왜곡·양극화, 계층 이동 단절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속도에 대한 우려는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홍 후보자는 “저임금 근로자 생활안정,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은 가야 할 방향”이라면서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속도에 대한 우려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근로시간 단축도 가야할 방향이지만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등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단위기간으로는 집중근로가 필요하거나 계절요인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성수기 대응이 어렵다는 애로를 호소하는 만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필요하다”며 “노사 의견을 수렴해 기업의 근로시간 활용의 유연성과 근로자의 노동권 보호가 조화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입법화를 조속히 완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양극화 심화 현상

홍 후보자의 말처럼 실제로 경제 상황은 녹록치 않다. 특히 소득주도성장 실패론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지난 3분기 전체 가구 소득은 증가했지만 소득양극화는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결과’에 따르면 3분기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74만79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하지만 상하위계층간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하위 20%인 1분위 소득은 131만7,600원으로 1년 전보다 7.0% 감소했다. 이에 반해 상위 20%인 5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973만57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다. 소득 양극화는 근로소득 부문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1분위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22.6%나 줄어든 반면 5분위 근로소득은 11.3% 올랐다. 

실제 가구의 소비 여력을 나타내는 처분가능소득도 양극화가 심해졌다. 모든 분위에서 처분가능소득이 늘었지만 1분위 처분가능소득만 83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다. 5분위 처분가능소득은 459만6700원으로 5.3% 늘었다.

채수찬 카이스트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은 실패, 혁신성장은 무개념”이라고 평가했다. 국회의원연구단체인 경제재도약포럼이 지난 3일 개최한 ‘대한민국 경제, 어디로 가야하나?!’ 경제전문가 초청 특별 토론회에서 채 교수는 “양극화를 해결하고자 입안한 소득주도성장의 무모한 실험으로 인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더 어려워졌고 결과적으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소득층 소득을 성장시켜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방향성은 좋지만, 실제로는 경제가 성장해야 소득이 성장하는 법”이라며 “각종 경제 지표 등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는 데도 정책을 전환하지 않는 것은, 정책 입안자들이 증거에 입각해 판단하는 경제학보다는 정치학적 사고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홍남기 후보자는 지난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1기 경제팀 노선 유지를 시사했다. 그는 “고용 없는 저성장, 소득분배와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포용적 성장’의 길을 가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자는 “소득주도성장은 4가지로 본다.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저소득층 소득을 강화해주고, 생계비 지출을 절감해주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주는 것”이라며 “잘 진행됐던 것은 안전망 보강 작업을 공들여 했다. 성과가 미흡한 분야는 일자리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野 “소득주도성장 보완해야”

이날 야권에서 홍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이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심상정 의원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경제 기조가 유지되는 것이 맞느냐”며 “소득주도성장은 수정 보완하고 경제 활력과 경제 구조조정에 주력하겠다는 말은 결국 성장주의로 가겠다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도 “부총리 교체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떻게 달라지냐”며 소득주도 성장 보완과 혁신성장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부총리 교체로 우리 경제의 희망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해봤는데 홍 후보자의 발언을 보니 결국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인사에서는 홍 후보자를 '원톱'이라고 얘기하지만 시중에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히든 원톱’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종구 의원도 “시중에서는 홍 후보자가 ‘청와대 바지사장’이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소득주도성장, 주52시간 제도를 그대로 하겠다는데 김동연 부총리와 다른 게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홍 후보자는 “저도 공직생활을 33년 하면서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소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아프게 생각한다”며 “소통을 강화해 제가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고용 부진에 소비 줄어들 것”

한편 내년에도 경기 성장률이 하락하며 수출이 줄어들고 GDP 성장이 올해에 비해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 수출 증가율이 올해 6.4%서 3.7%로 둔화되며, 고용 부진으로 소비도 줄어들 것이라는 어두운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2019년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내년 국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로 예측된다. 올해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지난 6월 전망한 3.0%에서 2.7%로 하향 조정된 가운데 내년 전망치는 하향 조정한 올해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다.

연구원은 수출 물량 둔화와 단가 하락 영향으로 수출 증가율이 올해 6.4%(전망)에서 내년 3.7%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수출액 전망은 6330억 달러다. 내년 수입액은 4.5% 증가한 5590억 달러, 무역수지 흑자는 올해보다 소폭 감소한 740억 달러로 전망됐다.

업종별로 보면 자동차(-0.2%), 철강(-3.3%), 섬유(-0.3%), 가전(-7.5%), 디스플레이(-2.5%) 등 5개 산업의 수출이 부진할 전망이다. 올해 약 30% 성장률을 기록하며 수출을 견인한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 덕분에 내년에도 수요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출증가율은 한 자릿수인 9.3%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단, 조선(13.8%), 일반기계(1.8%), 정유(6.1%), 석유화학(0.4%), 정보통신기기(2.4%), 반도체(9.3%), 이차전지(8.6%), 음식료(4.3%) 등 8개 산업은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실질소득 감소와 고용 부진 등의 영향으로 내년 민간소비 성장률이 올해보다 0.2%포인트 낮은 2.6%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올해 2.5% 감소가 전망되는 설비투자는 내년 1.9% 증가로 돌아서지만, 건설투자는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축으로 감소 폭이 커질 전망이다.

김은경 기자 ek@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