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해방실천연대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빈민해방실천연대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지난 4일 오전 한강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박준경(37)씨가 사망 상태로 발견됐다. 유서는 이보다 하루 앞선 3일 오전 11시께 옷 등 유품과 함께 망원유수지에서 발견됐다. 

유서에는 "3번의 강제집행으로 모두 뺏기고 쫓겨나 이 가방 하나가 전부입니다. 추운 겨울에 씻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 하며 갈 곳도 없습니다. 3일 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빈민해방실천연대 등에 따르면 박 씨는 재건축이 시행 중인 아현2구역에서 노모와 거주하던 철거민이다. 지난 7월 26일 최초 강제집행과 이후 9월 강제집행으로 살 곳을 잃고 개발지구 내 빈집을 전전했다고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거취하던 공간마저 또 한 번의 강제집행으로 잃게 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대는 5일 오후 2시 마포구 마포구청 앞에서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철거민 박준경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무식하고 야만적인 살림살이로 이 국가가 박준경 동지를 죽였다"며 "사형이자 국가의 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마포구청, 공무원들이 죽였다"며 "철거민들이 매일 같이 살려달라고 외쳤지만 오지 않았던 경찰이 마포구청장을 지키기 위해 떼거지처럼 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10주기를 앞두고 있는 용산 참사를 거론하며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변함 없이 국가는 철거민을 죽이고 있다. 오히려 용산 참사 10주기를 앞둔 지금 살인적인 강제수용, 강제철거로 인해 피해자들이 더욱 속출하고 있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도 '마포 학살'(이라고 불러야 한다)"이라며 "마포구청이 죽인 이 학살과 참사를 마포구청장과 문재인정부는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0월 30일과 지난달 1일 치러진 강제집행이 폭력적이었고 집행관이나 경찰도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하면서 "수수방관하기만 했던 마포경찰서의 직무유기는 용역의 폭력적인 강제집행을 허가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는 숨진 박씨의 어머니도 자리에 함께했다. 

박 씨는 유서에서 "어머니도 갈 곳이 없고 고생하며 투쟁 중이라 걱정"이라며 "하루가 멀다하고 야위어 가며 주름이 느는 어머니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항상 짐이 돼 부끄럽고 죄송하다. 못난 아들이 먼저 가게 돼 또 한번 불효를 한다"고 적었다.

어머니는 박 씨에 대해 "남한테 싫은 소리 한 마디 할 줄 모르고 싫은 말 듣는 것도 상처 받아하던 아들"이라며 "그렇게 착하고 가게를 하고 싶어하던 아들이었는데 나는 우리 아들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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