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 전 대법관(좌)과 고영한 전 대법관(우)은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각각 지난달 19일과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됐다. [뉴시스]
박병대 전 대법관(좌)과 고영한 전 대법관(우)은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각각 지난달 19일과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됐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양승태 행정처 시절 ‘사법 농단’ 의혹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과 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이 구속영장 심사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전직 대법관이 포토라인에 서는 건 사법부 70년 역사상 최초다.

6일 법원에 따르면 박 전 대법관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임한다. 고 전 대법관은 같은 날 같은 시간 옆 법정에서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되는 구속 심사에 자리한다.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 여부는 각각 심사를 마친 뒤 서면 심리를 통해 늦은 밤께 결정된다.

양 전 대법원장 아래 사법행정에 앞장 선 두 전직 대법관은 재판 개입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깊이 관여했단 혐의를 갖는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직을 맡았다. 고 전 대법관은 그의 후임자로 2016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행정처장으로 근무했다.

이들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행정소송 ▲헌법재판소 내부 사건 정보 및 동향 수집 ▲상고법원 등 사법행정 반대 법관 및 변호사단체 부당 사찰 등 ‘사법 농단’ 의혹으로 거론된 사건 대다수에 연루된 혐의를 갖는다.

박 전 대법관의 경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고의로 미루는 등 각종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가 쟁점시 됐다. 검찰은 당시 행정처가 일본 전범기업 측 대리인 측과 수시로 은밀하게 접촉하고, 정보를 공유한 사실을 포착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전임 처장인 차한성 전 대법관에 이어 지난 2014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진행된 '소인수 회의'에 참석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방안과 처리 방향 등에 관한 내용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대법관은 지난 2016년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의혹을 무마할 목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고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을 지닌다. 당시 행정처가 재판 관련 정보를 유출한 판사의 비위를 확인했음에도 불구, 별다른 감사나 징계 없이 사건을 덮었다는 의혹이다.

아울러 그는 헌재 내부 동향을 파악해 특정 사건 대법원 선고 일정을 앞당기도록 법관에게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 등도 적용됐다.

특정 법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도 구속 심사 대상이 됐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특정 법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가한 정황이 담긴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 문건 등을 확보, 수사를 진행해 이들 영장 범죄사실에 함께 넣었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의 혐의가 중대한 반(反)헌법적 범행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지난 3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이에 법원은 무작위 전산 배당 절차로 심사를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배당했으나 이 부장판사는 연고 관계를 이유로 회피 신청을 제출했다. 이후 심사는 임민성·명재권 부장판사에게 다시 배당됐다.

검찰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측은 심사에서 구속의 필요성 여부를 놓고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이들이 지닌 혐의가 워낙 방대해 심사 자체만으로도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구속영장 청구서만 해도 박 전 대법관의 경우 158쪽, 고 전 대법관의 경우 108쪽 분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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