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원희룡 제주지사가 6일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을 허용한 이유에 대해 어려운 결정이지만 불가피한 차선책으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원 지사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공론조사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에 대해서 제가 공식으로 사과를 드리고, 얼마든지 사과를 하는 입장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현재 국내 병원은 비영리만 가능하다. , 병원에서 나오는 수익을 병원 외 다른 곳에 재투자할 수 없다. 국가의 건강 보험을 무조건 수용하고, 병상 수·병상당 의료인 수·응급실 운영 체계도 정부 규제에 따라야 한다. 반면, 현재 국내에는 없는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은 대부분의 규제에서 자유롭다. 다만, 개원 허가가 떨어진 녹지국제병원은 외국 자본만 투자할 수 있고, 외국인 환자만 받는 것으로 제한을 뒀다.

원 지사는 어떻게 이번에 허용하게 됐느냐는 앵커의 질문에 "노무현 대통령 당시 2005년에 이미 제주특별법을 통해서 병원 설립 근거가 만들어져 있었다. 이 녹지국제병원의 경우에는 2015년 당시에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고 그 승인에 따라서 병원을 이미 다 지었다라며 도지사의 최종 개설 허가, '이제부터는 영업해도 좋다'라는 그 절차만 남아 있는 거였는데 워낙 찬반이 심하다 보니까 그 부분들을 충분히 논의하고 수렴을 하느라고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에 앵커는 "지금이야 제한을 엄격하게 뒀지만, 시간 지나고 관심 느슨해지면 그 제한 슬금슬금 풀리는 걸 우리가 너무나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지금은 작은 구멍이지만 이 둑이 무너져서 결국은 의료 민영화, 미국식 보험 체계, 영리 병원. 이런 식으로 가는 거 아닌가. 그 걱정들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원희룡 지사는 "국회에서 법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라며 "현재 건강 보험 체계, 현재의 병원 체계. 이게 의료법과 건강 보험법, 의료급여법 다 규정이 돼 있는데 그 법이 하루아침에 그게 없어지는 게 아니지 않으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 내국인의 의료 체계를 지키기 위한 장치가 이미 막강하게 있다"면서 "(우려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우리가 지킬 거다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원 지사의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허용 결정에 시민사회와 녹지국제병원 측은 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시민사회계는 우선 원희룡 제주지사 퇴진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초 제주숙의형공론조사결과를 따르겠다고 밝혔던 원 지사가 말 바꾸기를 하면서 도민을 우롱했다는 지적이다.


5'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이하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제주도청 앞에 원희룡 제주지사 퇴진 운동을 전개했다.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제주도 내 30개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단체다.

오상원 제주도민운동본부 정책기획국장은 "원희룡 지사는 도민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오늘 허가 발표와 동시에 시민사회계는 원희룡 퇴진 선포를 했다. 이제 제주를 넘어 전국 시민·사회·노동계가 원희룡 퇴진과 영리병원 허가 철회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녹지국제병원 측은 제주도의 개원 허가 결정에 따라 곧바로 개원 준비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병원시설 점검과 추가 인력충원 등을 거쳐 특별한 사유가 없을 시 적어도 3개월 내에는 문을 열 전망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관계자는 "지난 14개월 동안 허가가 늦어지다보니 완공된 병원건물이나 시설 활용을 못했고, 허가기간 동안 빠져나간 의사 인력이 일부 있어 개원을 하려면 시설점검과 추가 채용이 필요하다""녹지그룹 측과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녹지그룹은 지난 20151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부지 28002에 연면적 18253(지하 1·지상 3) 규모의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이후 778억원을 투입해 47병상 규모의 녹지국제병원을 준공했으며, 직원도 134명가량 채용했다. 개원 준비를 마친 지난해 8월 제주도에 개원 허가 신청을 냈지만 시민사회 등의 반발로 결정이 미뤄지다 5일 최종 개설 허가로 매듭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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