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서울 한복판 ‘그랜드하얏트’서 열려…역사 인식 부재 vs 외교 차원 접근 필요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아키히토 (あきひと․明仁) 일왕의 생일잔치가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 한복판에서 열려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6일) 서울 한남동 소재의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에서는 일본 국경일 리셉션이 진행된다. 

일본은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12월 23일)을 국경일로 기념하고 있다. 또 일본대사관은 매해 일왕의 생일(12월 23일)이 되기 전 12월 중 각 재외공관에서 축하 행사를 개최한다. 그동안 일본 대사관은 우리 여론을 감안해 조용히 진행했으나 행사가 열릴 때마다 논란이 있어왔다. 

실례로 2010년 주한 일본대사관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열었던 같은 행사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한나라당 의원과 박종근, 김태환 전 한나라당 의원들이 참석했다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비판 여론이 심해지자 일본 대사관 측은 2010년도 행사 이후 일본대사관저에서 일왕의 생일파티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다 2016년부터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일왕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다.

반복되는 비판 여론에도 도대체 왜 일왕의 생일잔치를 왜 한국에서 벌이는 것일까. 그것도 일왕의 생일잔치는 일제강점기 당시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등 인적 수탈을 행했던 이름 ‘천황’ 의 탄신일이라는 미명 하에 진행된다. 

천황은 일제강점기 최고 통수권자의 명칭이었으며, 태평양전쟁 당시 제주지역에서 군인과 군무원 1804명(공식 집계)이 강제 동원되기도 했다. ‘천황’이라는 단어가 일으키는 우리 국민들의 정서적 반감은 고려하지 않은 모습이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등 판단 역시 우리나라와 일본의 외교적 마찰의 배경이 되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 일본대사관도 아닌 초호화 호텔 시설에서 ‘천황’의 생일 행사가 열리고, 공인들이 참석한 것은 정서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높다. 

한 마디로 일본이 과거사와 관련해 사과하지 않는데, 우리나라에서 일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행사를 열 자격이 있냐는 것이다. 일부 시민들은 “서울의 중심이자, 안중근 의사 동상이 있는 남산 부근에서 ‘천왕탄신일’이라는 행사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통탄스럽다”고 한다.

한편 해당 행사의 초청장은 매년 수천여 장이 배포되고, 주한 외교단, 정부 및 한일 기업 관계자 등 수백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는 한일 양국 간 외교 갈등에도 전례에 따라 참석 여부를 결정한다. 

역사문제는 역사 문제대로 해결하지만, 한일관계 구축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를 제외한 정치권, 재계 및 민간 차원의 행사 장소 대여, 행사 참석, 축하 전달 등은 여전히 분쟁의 소재로 남아있다.

올해 행사 장소를 대여해준 그랜드하얏트는 “일본대사관의 장소 제공 요청에 따라 장소를 대여했을 뿐, 자세한 행사 정보와 관련해서는 자세히 알 수도 없고, 알려줄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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