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법정] 75억 원대 ‘사학 비리’ 연루된 홍문종…‘돈 세탁’ 위해? 
[오늘의 법정] 75억 원대 ‘사학 비리’ 연루된 홍문종…‘돈 세탁’ 위해? 
  • 강민정 기자
  • 입력 2018-12-06 17:20
  • 승인 2018.12.06 18:03
  • 호수 1284
  • 3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학 비리’에서 불법 정치 자금 마련까지…진실은?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의 75억 원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공판이 한창 진행 중이다. 홍 의원은 2012~2013년 사학재단 ‘경민학원’의 이사장·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서화(書畵) 매매대금을 조달하기 위해 교비 24억 원을 지출한 뒤 돌려받는 수법으로 돈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劍 “학교에서 필요한 돈을 개인에게 빌린다?…웃기지 않느냐” 질타

洪 “영업상으로만 관여…형사책임 질 만한 관여 하지 않아” 반박

 

75억 원 상당 ‘사학 비리’ 의혹에 연루된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4차 공판이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조의연)의 심리로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502호에서 열렸다. 홍 의원은 현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날 재판에서는 ▲돈 세탁을 통한 ‘검은 돈’ 마련 정황 ▲사학 비리 주체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쓰기 편한 작은 돈’
돈 세탁 정황 드러나나

 

이날 검찰과 홍 의원의 변호인은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재판에서 검찰은 속도감 있는 주신문을 통해 맹공을 퍼붓는 ‘창’의 역할을, 변호인은 조심스러운 태도로 방어진을 구축하는 ‘방패’ 역할을 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A씨는 홍 의원과 함께 기소된 김모씨가 자신에게 2012년 9월경 5억 원의 수표를 주면서 “쓰기 편하게 작은 돈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김모씨는 홍 의원과 고교 선후배 사이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검찰은 “오늘 (증인이) 증언할 때 주로 사용한 단어는 ‘쓰기 편한 작은 돈’이었다. 이게 어떤 의미냐”고 파고 들었다. 

A씨는 “5억 상당의 돈을 한꺼번에 사용할 수 없으니 ‘갈라 달라’는 말”이라며 “‘통장에 5억을 넣고서 작은 돈을 보내 달라’는 말”이라고 증언했다.

이후 “나중에 검찰 조사를 통해 홍 의원에게 돈이 건너갔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또 다른 증인 B씨는 홍 의원과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으나 평소 알고 지내던 조모씨의 부탁으로 2011년 12월경 홍 의원에게 6억5000만 원 상당의 돈을 빌려준 인물이다.

검찰은 B씨에게 “(변제) 당시 홍 의원이 총장실에서 ‘빌렸던 돈을 갚는 것’이라며 바구니에 수표 등을 넣은 뒤 이를 보자기로 감싸서 건넸다는데, 맞느냐”며 현금이 오고간 정황에 관한 사실관계를 캐물었다. 

또 “경민학원이 김모씨에게 주고, 그가 수표로 발행한 금액 중 일부가 증인에게 간 것”이라며 “(김모씨와) 아는 사이인가”라고 물었다.

이와 더불어 “조모씨가 증인에게 ‘현금으로 바꿔 달라’며 건넨 1억 원이 2012년 9월경 증인 A씨가 발행한 수표”라면서 “(증인 A씨와) 아는 사이인가” 등 돈

거래가 오간 이들의 관계에 대해 추궁했다. B씨는 이 질문에 대해 “모른다. 따로 거래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검찰은 홍 의원 측이 정치 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돈 세탁’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洪 “이사장·총장 맞지만
사실상 운영은 부친이”

 

검찰이 홍 의원이 사학재단을 이용해 불법 정치 자금을 챙겼다는 정황을 포착하는데 주력했다면, 변호인은 당시 경민학원의 ‘실세’가 누구였는지를 분명히 하는데 중점을 뒀다.

변호인은 B씨와 홍 의원이 별 다른 친분관계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B씨에게 “(홍 의원과) 첫 만남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나느냐”고 질문했다.

B씨는 “정확한 기억은 없다”면서도 “학교에 돈이 급히 필요하다며 도와 달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쓰는 것도 아니고 학교 일이라 하니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돈을 빌릴 무렵 경민대학교는 사이버대학 추진 등으로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즉, 사적 용도가 아닌 학교 운영을 목적으로 돈을 빌렸다는 의미다.

반면 검찰은 홍 의원이 교비 명목으로 돈을 빌렸다는 점에 대해 “학교에서 필요한 돈을 개인에게 빌리는 건 웃기지 않느냐”며 반박했다.

또한 변호인은 “B씨가 2012년 12월경 (돈을 빌려주기 위해) 총장실을 방문했을 때 홍우종 (당시) 학원장과 인사하거나 본 일이 있느냐”면서 홍 전 학원장의 존재를 거론했다.

이번 횡령 의혹의 경우 당시 학원 운영에 있어 실질적인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느냐가 중요한 판가름 요소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앞서 변호인은 지난달 5일 개최된 첫 공판에서 “피고인의 아버지인 故홍우준 씨가 학원장 자리에서 사실상 학교 일을 총괄하던 시절 벌어진 일”이라고 변론한 바 있다.

이어 “(홍 의원은) 부친이 경민학원과 그림 장사 거래를 했다는 소문이 날까봐 그 우려를 불식하고자 대상자를 선정해 그 사람 명의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처럼 형식을 갖춘 것”이라며 “이 때문에 오늘날 기소가 되고 오해를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부친도 경민대 교비를 임의로 횡령한 사실이 없고, 그 당시 홍 의원은 정치 업무로 굉장히 바빠 경민대 업무에 구체적으로 관여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홍 의원 역시 “경민학원 비리 당시 총장이나 이사장으로 재직한 건 맞지만, 사실상 학교 운영을 아버지가 했다”며 “영업상으로만 관여됐을 뿐 형사책임을 질 만한 관여는 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사는 추가 신문에서 B씨에게 “당시 홍 의원에게 차용증을 받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만약 실질적인 권한이 홍 전 학원장에게 있었다면 그에게서 차용증을 받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느냐는 속내다. 

B씨는 “당시 (홍 전 학원장이) 연세가 좀 있었다. 그 분이 문제가 되면 돈을 받기 어려워지지 않느냐”며 “내 입장에서는 홍 의원에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답변했다.

한편 홍 의원은 지난 2013년부터 2014년 9월 IT기업 대표들로부터 관계 부처 로비 등의 명목으로 자동차 리스비 등 약 1억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해당) 업체의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몰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