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거론되는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이 과거 박근혜 정부 청와대로부터 국무총리직을 제안 받았단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두고 검찰은 당시 양승태 사법부와 박근혜 청와대가 긴밀한 유착 관계였음을 입증하는 중차대한 사안으로 여겨 수사하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처장으로 몸 담았던 지난 2015년 4월 당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재판 처리 방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법관은 전임 처장인 차한성 전 대법관에 이어 지난 2014년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열린 이른바 '소인수 회의'에 자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의에는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했으며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및 처리 방향 등이 안건으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당시 이 만남에서 이 전 실장이 박 전 대법관에게 국무총리직 제의를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후임이 돼 줄 것을 제안했다는 내용이다.

이완구 전 총리는 지난 2015년 2월 국무총리직을 맡았으나, 자원외교 관련 수사 및 '성완종 리스트' 사건 등으로 인해서 부임 70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근혜정부가 그에 따른 후임 총리로 박 전 대법관을 가리킨 것이다.

박 전 대법관은 이 전 실장과의 만남과 당시 총리직을 제의받은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그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완구 전 총리의 후임자는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지목됐다.

그는 이날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같은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의 핵심 고위 법관인 박 전 대법관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을 논의한 대가로 사실상 '관직 거래'까지 발전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 전 실장 등을 비공개로 불러 조사하면서 이 같은 정황을 살펴봤다.

한편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날 밤늦게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 심사를 맡은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심사에서 나온 양측의 주장과 서면 등을 종합 검토한 뒤 구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