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법무부‧경찰청 등 가정폭력 방지 합동대책 발표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가정폭력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가정폭력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앞으로 가정폭력 현장에서 가해자의 현행범 체포가 더 활성화될 전망이다. 가해자로부터 격리조치도 강화된다. 피해자의 안전이 확보됨과 함께 경제적 자립 지원도 이뤄져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다시 돌아가는 악순환이 끊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안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 향후 과제로 남는다.

피해자 안전 강화경제적 자립 지원 수립···법 개정 반드시 이뤄져야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와 법무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는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정폭력 방지 합동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10월 강서구 등촌동에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가 전 남편에 의해 사망한 사건이 알려지자 정부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보호, 가해자 처벌 강화 등의 방안을 논의해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정폭력 방지를 위해 시급히 보완개선해야 할 영역으로 피해자 안전 및 인권보호’, ‘가해자 처벌 및 재범방지’, ‘피해자 자립지원’, ‘예방 및 인식개선등을 꼽고 영역별 주요 과제를 이번에 수립했다.

이번 대책안에는 지난 6월 논의됐던 피해자 안전 강화 대책들이 대거 포함됐다.

가정폭력 사건 이후 가해자의 접근과 2차 피해를 차단하기 위한 임시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가해자가 이를 위반할 경우 현행 과태료 처분에 그치던 것을 징역 또는 벌금으로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과태료와 달리 징역이나 벌금처분을 받으면 범죄 기록이 남는다.

또 접근금지 기준을 거주지나 직장 등 특정 장소에서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 등 특성 사람으로 바꿔 피해자의 안전을 강화했다.

자녀를 만나면서 발생하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피해자보호명령 유형에 자녀면접권 제한을 추가하고 피해자보호명령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총 처분 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다.

자립역량이 부족한 피해자가 가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가정폭력 피해자 대상 전문 자립프로그램도 신설운영한다.

피해자의 적성, 요구 등 특성을 반영한 전문 자립프로그램을 내년부터 3~4개 지역에서 시범 운영하고 내년 3월부터 새일센터에 가정폭력 피해자 전문 취업직업훈련 프로그램 4개를 운영할 예정이다. 가정폭력 피해자는 신분노출 등의 우려로 기존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이용하는데 제약이 있었다.

2020년에는 가정폭력 피해자 자립 지원센터를 별도로 신설하고 새일센터와 상담소 등을 통한 직업훈련과 취업연계를 통합지원할 계획이다.

피해자가 보호시설에서 일정 기간 입소한 이후 퇴소할 경우 내년부터 1인당 500만 원 내외 자립지원금을 지급한다.

여성긴급전화 1366 및 가정폭력상담소를 활용해 상담원이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상담하고 무료 법률 지원서비스도 강화한다. 언어와 체류 등 복합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폭력피해 이주여성 전문상담소를 5개소 신설할 예정이다.

불법촬영

가정폭력 범죄에 추가

이번 대책에서 주목할 점은 가해자에 대한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치들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앞으로 피해자 안전을 위해 가정폭력 사건 현장에서 경찰관이 실시하는 응급조치 유형에 현행범 체포를 추가하고 경찰관이 피해 현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할 수 있게 했다. 현재는 폭력행위 제지’, ‘가해자피해자 분리 및 범죄수사’, ‘피해자 동의 시 보호시설 인도등의 조치만 있어 현장 체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현장 종결하는 형태로 운영됐지만 이번 대응 지침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재범위험성 조사표를 통해 재범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긴급임시조치를 취하는 시스템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경찰관의 초동조치 강화를 위해 가정폭력 범죄유형별, 단계별 사건 처리 지침을 마련하고 재범위험성 조사표를 개선하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운영하는 조사표는 10개 항목으로 구성돼있는데 추상적이고 현장 상황을 실질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이를 구체화하고 경찰과 피해자가 정확하게 내용을 숙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정폭력 신고이력을 현행 1년에서 3년까지 보관하기로 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기록을 유지하기로 했다.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르거나 흉기를 사용한 중대 가정파탄사범은 원칙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도록 하고 가정폭력 범죄에 주거침입, 퇴거불응, 불법촬영 등을 추가한다.

검사가 가정폭력 사건을 상담 조건으로 기소유예하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는 가정폭력 정도가 심하거나 재범의 우려가 높을 경우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다만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를 아예 폐지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무조건 전부 기소를 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어 폐지 문제는 확정하지 않았다기소유예 제도 기준을 정비하거나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정도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또 기존 보호관찰 처분 대상자에게만 이뤄지던 가정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명령을 가정폭력 범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으로 확대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번 대책안을 통해 가정폭력의 악순환이 끊어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으나 대부분 방안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앞서 말한 여러 방안들이 격리 등 기본법을 제한하는 내용이 많아 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적용이 어렵다. 문제는 해당 법안들이 지난 2016년부터 이미 발의가 됐으나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가부에 따르면 현재 가정폭력 관련 개정안은 18건이 계류 중이다.

여기에 이번 대책안을 정부입법으로 추진할지, 의원입법으로 추진할지도 부처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정부입법으로 갈지 의원입법으로 갈지는 법무부에서 검토하기로 했다그간 가정폭력 입법에 대해 정부의 입장이 정확하게 없어서 처리하는데 시간이 걸렸는데 이번 대책발표로 정부 입장이 정해졌으니 신속하게 처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이번 대책들이 실효성있게 적용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특히 가정폭력 현장에서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은 경찰의 인식전환이 필수이기 때문.

법무부 관계자는 아직 일선에서는 가정폭력을 집안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정폭력 사건에 현행범 체포를 명시하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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