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야권이 2020년 총선을 겨냥한 자유한국당발(發) 정계개편 조짐으로 술렁이고 있다.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들은 잇따라 몸을 풀고 공식 일정에 돌입하면서 ‘보수 대통합’을 재촉하고 있다. 반문연대 기치 아래 바른미래당 내 친유승민계를 흡수하려는 전략이다. 그러자 지척에서 이를 지켜보던 친안철수계·친손학규계 역시 ‘동요’하는 눈치다. 손학규 대표가 집안단속에 ‘올인’하고 있지만 분위기가 ‘뒤숭숭’ 한 게 사실이다. 가뜩이나 의석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당이 분열된다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자유한국당발(發) ‘보수대통합’과 맞물려 ‘민주당-친안·친손계-민평당’ 간 ‘호남 정개계편’도 불가피 할 것이란 관측이다. 결국 이들의 복당이 최소한의 정당성이라도 얻기 위해서는 탄핵 정국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제3지대 창당’? ‘민주당 흡수’? 한국당 개편에 달렸다”
- 박지원 “안철수 같은 인물 없이 제3당 힘들어 총선 전 양당제 가능성↑”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 5월 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정치 일선에 복귀하며 “중도개혁 제3세력이 중심이 되는 정계개편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그 누구보다 정계개편에 공을 들였다.
지난 9월 당 대표에 취임한 직후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기반을 둔 선거제 개혁을 앞장서서 주장하고, 민주당·한국당·평화당 유력 인사들과 연이어 비공식 회동을 하면서 정계개편의 중심에 서고자 고군분투했다.
특히 한국당에서 보수 대통합이 언급된 시점부터 손 대표는 “한국당이 보수 대통합을 논할 자격이 있나”라며 “다음 총선에서는 저쪽 오른쪽 맨 끝에 조그맣게 극우 냉전 보수로, 수구 보수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는 한국당 중심의 통합 작업에 경고장을 날림과 동시에 한국당 내 친박계는 통합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의중으로 읽혔다.
孫, 정계개편 ‘주도권
잡기‘ 안간힘 써 봤지만...
그러나 최근 한국당 내 친박계와 비박계가 잇달아 회동하며 다소 유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나아가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 중 일부가 이달 중순을 전후로 한국당에 복당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돌면서 손 대표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는 형국이다.
보수 발 정계개편 움직임에 좌불안석(坐不安席)이기는 평화당도 마찬가지다. 평화당은 지난 10월 말 정의당과 무소속을 엮어 원내교섭단체를 재추진하는 과정에서 김경진·이용주 의원 등의 탈당설이 불거졌다 잠잠해진 상황이다. 평화당은 정계개편이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의 한국당 행이 현실화하고 한국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내년 2월께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은 ‘호남 정계개편’과 관련해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점친다. 먼저 바른미래당 내 친안·친유계 호남 의원들과 민평당 의원들이 다시 ‘제3지대’ 재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등이 현재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당장 내후년 총선에서의 당의 존립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선거제 개편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점은 바른미래당과 민평당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바른미래당을 포함한 군소 야3당은 거대 정당을 향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연일 촉구하며 장외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은 시큰둥하다.
민주당의 경우 굳이 의석에서 손해를 보면서까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고, 지지율이 회복세로 돌아선 한국당도 현행 선거제 안에서 승산이 있다는 여론에 힘이 실린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달 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제3세력, 제3당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안철수라는 가능성 있는, 특히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그런 대통령 후보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안철수가 없는, 지금 누가 대통령 후보를 나온다고 해야 국민이 감동하겠나. 그런 후보가 없으면, 그런 인물이 없으면 제3세력은 존재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보수대통합’ 시 민주당行?
민주당은 ‘시큰둥’
이에 정치권에서는 평화당과 바른미래당 친안철수·친손학규계 호남 의원들이 민주당에 흡수되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보수 대통합이 실현될 경우 정치 지형은 양당제로 회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선 주자급 인물도 없고, 의석수도 부족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제3지대 건설’을 해 봐야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분석에서다.
박 의원 역시 “바른미래당은 한 지붕 두 가족이다. 보수와 진보가 그야말로 어색한 동거 생활을 하고 있는데, 한국당이 어떻게 정비되느냐에 따라서 보수층, 유승민 의원 등은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거다”라며 “총선을 앞두고는 양당제 구도로 갈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역시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장 민주당이 이들의 복귀를 탐탁지 않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민평당 전체를 흡수하는 것은 당내 갈등의 불씨를 스스로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의 고공 지지율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문 정부에 대한 강한 지지 세력이다. 이들 중 강경 지지파는 민평당 의원들과 친안·친손계 의원들을 고운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대표로 있을 당시 당을 박차고 나갔던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원내 제2당인 한국당이 내부 잡음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는 것을 곁에서 지켜봐 왔다. 한국당에선 바른정당으로 떠났던 이들이 복당하면서, 새로운 지역위원장들과의 충돌이 일어난 바 있다. 민주당과 민평당, 바른미래당 내 친안·친손계는 갈라져 있던 시간이 훨씬 길다. 이들이 합칠 경우 더 큰 잡음이 생길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자기 편할 대로 당을 나갔다 들어온다는 것은 호남 민심을 우습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지난 총선 당시 저쪽의 행보에 치를 떠는 당원들이 꽤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