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부담 커져…서민 빚 늘어난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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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김은경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서민들의 삶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생활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받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변동금리로 이용하는 경우 이자 증가 부담을 피하기 어려운 탓이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자금 부담도 커졌다. 이들은 연간 2조8000억 원 이상의 이자를 더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이 대출을 연장해 주지 않고 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대출금 회수에 돌입할 경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비은행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이 경우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 빚을 감수하고 비은행 고금리 대출을 받는 악순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당장 생활비 급한데…주택담보대출 금리 5%대 넘어서나
영세 자영업자·중소기업, 연간 ‘2조8000억’ 이자 더 내야

한은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서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높아지는 이자비용에 따른 취약계층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마지막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p 인상했다. 지난해 11월 6년 5개월 만에 첫 금리 인상이 단행된 이후 1년 만의 추가 인상이다. 한은은 가계빚이 1500조 원을 육박한 데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 차가 10년 7개월 만에 역전된 상황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으로 과거 대출을 많이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시중은행의 변동형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에 연동해서 상승하는 구조다. 지난해 10월 말 금리 대비 올해 9월 말 잔액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하나은행을 제외한 은행이 모두 오르며 4% 문턱을 넘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영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기준금리 상승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기존에 대출을 받아서 사업을 하거나 집을 샀던 저소득층에게 분명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처럼 경기가 좋지 못한 상황에는 자영업자나 저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비은행 대출 이자 부담 악순환

이 교수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여파에 형평성을 따지자면 지금 경기가 침체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저소득층에게 상당히 더 많은 부담이 가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자금 부담도 커졌다. 이들은 연간 2조8000억 원 이상의 이자를 더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액은 669조4000억 원에 달한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311조1000억 원이다. 제2금융권을 포함한 비은행취급기관 대출도 140조5000억 원이다. 약 1120조 원 이상의 대출이 있는 셈이다.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가중평균금리는 3.65%에 달한다. 대기업 대출은 3.42%, 중소기업 대출은 3.84%이다. 기준 금리 인상으로 중소기업 대출이 4%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이자 부담이 높은 비은행 대출은 위험이 더 크다. 지난달 기준 비은행 기관인 상호저축은행의 금리는 10.84%에 달했다. 문제는 비은행 대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일정 수준 이상 금리가 오르면 차주의 상환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판단해 대출금 회수에 돌입한다. 은행들이 대출을 연장해 주지 않고 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경우 금리가 높은 비은행 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비은행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 빚을 감수하고 고금리 대출을 받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전체 비은행 대출 가운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9.3%에 달한다.

고금리 대출금은 자영업자의 주요 폐업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폐업하는 자영업자 수는 100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2년 새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도 심각해져 폐업 우려는 더 높아지고 있다.

올해 폐업 자영업자 ‘100만 명’

이 교수는 “이미 여러 통계에서 드러나듯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굉장히 좋지 못하다. 수익이 줄어든 상태에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등 여러 가지 노동 관련 비용이 올라가는 정책까지 시행되고 있어 어려움이 배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한국은행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필요한 결정이었다고 봤다. 이 교수는 “미국과의 금리가 너무 벌어지는 문제가 있고, 또 전체적으로 현금 유동성이 시중에 너무 높았기 때문에 이번 인상은 어떻게 보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렇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상당히 부담을 주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정책들이 필요하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기재부에서 특별히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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