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전망’에 드리운 ‘채용비리 게이트’ ‘자회사=용역회사’ 부작용 속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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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우 개선 효과 미미세금 증액은 불가피누굴 위한 정책?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정책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위기에 봉착했다. 문 정부는 당초 고용불안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부작용이 속출했다. 정부 정책에 정통한 내부 인사들이 친인척을 비정규직으로 입사시킨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악용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은 직접 고용 대신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화하는 꼼수를 부렸다. 결국 노동자들의 실질적 처우 개선에는 조금도 도움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크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어 노동계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2017720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당시 정부는 비정규직 규모와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사회양극화로 인해 사회 통합이 심각하게 저해된다최대 사용자인 공공부문이 모범적 사용자로서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사람을 채용할 때는 제대로 대우하면서 노동존중사회를 구현하고, 공공부문 경영혁신이 효율성과 함께 인간중심성을 혁신의 목표로 격상해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문 정부의 야심찬 정책이다. 취임하자마자 첫 외부 일정으로 방문한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문 대통령은 인천공항공사를 포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선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반색한 바 있다.

채용비리 게이트로 악용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노동계의 환심을 사기 위한 장밋빛 정책이었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화는 고사하고, 도리어 취업 준비생들의 분노에 부채질하는 채용비리 게이트로 전락한 모양새다.

우선 서울교통공사 발() 고용세습 채용비리는 비정규직정규직화의 고름이 터진 주요 사건으로 지목된다. 지난 10월 서울교통공사는 직원 17084명 중 1912(11.2%)이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나타나 도마에 올랐다. 특히 친인척 직원 1912명 중 108명은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후, 지난 31일 정규직으로 전환된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정황에 비춰 볼 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방침에 정통한 내부 인사들에 의해 자행된 집단적이고 의도적인 채용비리라는 지적이다. 다시 말하면 서울교통공사 직원인 부모가 자식을 무기계약직으로 우선 입사케 하고, 그 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는 의혹이 뒤따르는 대목이다.

채용비리사태로 몸살을 앓았던 강원랜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재직자 3,713명 중 99명이 친인척 관계이며 이 중 29명은 정규직 전환형 인턴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공공기관이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라는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도 크다. 공공기관과 지방 공기업들은 파견·용역직 등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하는 대신 자회사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공공기관의 자회사가 기존 용역회사와 같은 역할로 전락한 셈이다.

실제로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정부 지침에 따라 지난해 말 자회사 여수광양항만관리()를 세워 특수경비용역 비정규직 직원 10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여전히 저임금’ ‘고용불안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현장 노동자 측 설명이다.

이영훈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여수광양항만관리지부장은 현재 우리들은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보다 255원 많은 7786원을 받고 있다. 연장 근로와 심야수당을 제외하면 월 180만원에 불과하다자회사 전환 후 자회사의 관리자가 늘어나면서 예산이 낭비됐다. 자회사 사장 1명과 관리직 5명을 채용해 연간 2~3억 원 이상 비용이 발생해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비용이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이는 노동권 침해라는 연쇄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공공기관의 정규직화 자회사 방식은 자회사 노동자들이 원청인 공공기관에 대해 단체교섭 등도 할 수 없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자회사의 1년 예산을 책정함에도 현행법상 자회사 노동자들은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 등을 할 수 없다. 원청 사용자는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이 같은 꼼수가 가능했던 근거는 문 정부의 가이드라인이었다. ‘파견·용역은 노사 및 전문가 협의를 통해 직접고용·자회사 등 방식과 시기를 결정하면 된다고 해 자회사 전환 방식을 열어 놓은 것이다. 문 정부는 현재까지도 공공기관의 정규직화 자회사 방식을 해소할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예산 증액국민 부담

이처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 노동자들의 실질적 처우 개선에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도 예산 증액은 불가피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 작성된 인천국제공항공사 좋은 일자리 창출전략 및 실행방안 수립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수익구조개선을 위해 추가적 증세나 공항이용료의 상승 등 국민 부담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현재 용역인력 1인당 인건비가 약 3,800여만 원 수준에서 현재 용역근로자들의 1인당 평균 복리후생비 약 51만 원에서 약 486만 원으로 늘어나 정규직 전환 시 약 4,200여만 원으로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종합해 보면 정규직 전환 대상자 9895명을 기준으로 인건비 인상률 3%로 가정했을 때, 향후 20년 후에는 20174,179억 원 대비 3,000억 원이 넘는 총 7,327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로 인해 보고서는 수익 체계 개선의 방법으로 공항이용료 인상 정부 증세 등을 명시했다.

한 노동 전문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국민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도 있는 사안인 만큼 정규직화 과정에 대한 상세한 공개와 전국민적 공감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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