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기사는 ‘돈 나오는 기계’, 소비자는 ‘봉’”

본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시스]
본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브랜드 컴퓨터 보유 또는 자가 수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시민들은 사설 컴퓨터 수리 업체에 연락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중요한 데이터까지 날아가(?) 복구가 불가능 하다면 수리업체에 의뢰하는 것이 당연지사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사설 컴퓨터 수리 업체 기사들이 일부러 고객 컴퓨터를 고장 내거나 수리비를 바가지 씌운다면 믿고 맡길 수 있을까.

이 같은 일부 사설 수리 업체의 만행은 과거에 이미 논란으로 불거진 바 있다. 지난 2008, MBC ‘불만제로에서는 컴퓨터 수리 출장업체의 충격적인 실체를 공개했다. 컴퓨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 보이는 노인, 가정주부, 컴퓨터 부품이나 관련 용어에 무관심한 젊은층 여성을 노려 수리 사기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에는 고객의 컴퓨터에 일부러 바이러스를 심고 데이터복구 명목으로 1300명으로부터 215800만 원을 챙긴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일부 업체의 컴퓨터 수리 사기는 여러 차례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지만 아직까지도 근절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전 사설 컴퓨터 수리업체 기사 A(26)씨의 양심고백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솔직하게 대부분이 (이른바) 눈탱이(바가지)”라고 말했다. A씨는 연매출 70(A씨 추정)이 넘는 사설 컴퓨터 수리 업체에 다녔다. 그는 짧은 기간에 팀원팀장실장까지 진급했지만 고객을 속이는 관행과 업체에 대한 회의를 느껴 일을 그만뒀다.

A씨에 따르면 많은 대형 사설 컴퓨터 수리 업체에서 직접적인 고객요청이 없는 경우 불법 윈도우 복제품을 사용한다.

A씨는 업체에 의뢰하는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홈페이지 등에 있는 광고를 보고 정품윈도우오피스 설치가 각각 2만 원 정도에 가능한 줄 알고 있다. 단가적으로 전혀 말이 안 된다. 이를 악용하는 수리 업체는 넘쳐난다면서 교묘한 말 돌리기로 윈도우 가품(복제품)’순정 이미지라고 말한 뒤 수작업기타 공임비 등 명목으로 10만 원에서 많게는 20만 원선까지 비용을 청구 한다. 윈도우 가품을 까는데 공임비 빼고 들어갈 비용이 사실 뭐가 있겠는가라고 폭로했다.

이어 “‘정품이라는 말은 일체 언급하지 않는다. 수기 영수증에도 정품이라고 쓰지 않는다. 교묘하게 속이는 것이다. 영수증을 기입할 때 윈도우 설치가 아닌 윈도우 설치 대행으로 법망을 피해간다. 그렇게 (업체에서) 매뉴얼 교육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부품 교체 없이

높은 수리비 청구

하드웨어고장 사기수법 또한 교묘했다. 컴퓨터가 고장이 났을 때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를 부풀려서 수리한다는 것이다.

A씨는 예를 들어 모니터 화면이 나오지 않을 때 많은 경우의 수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Num Lock’ 키를 눌러본다. 키가 점등한다면 그래픽카드모니터 접촉 단자 불량, 키가 반응하지 않으면 램(RAM)카드 접촉 불량을 의심할 수 있다면서 램카드 접촉 불량의 경우는 분리세척액 도포재장착이면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기를 시도하는 수리 기사들은 제대로 진단도 해보기전에 씨피유(CPU) 또는 메인보드(mainboard) 불량이라고 안내한 뒤 실제 부품 교체 없이 높은 수리비를 청구한다고 했다.

간혹 의심을 하는 고객도 있다고 한다. A씨는 고객은 교체된 부품을 건네줄 것을 요구하지만 업체 측에서는 처리되는 건이 많아서 해당부품을 폐기 처리했다고 안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요구를 한다면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피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복구를 두고 A씨는 고객의 절실함을 가지고 하는 장사라고 표현했다. 긴급한 자료를 서둘러 복구하려고 업체에 연락했다가 변을 당한다는 얘기다.

그는 국내에서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는 업체는 여러 곳이지만 합당한 비용으로 복구를 해주는 업체는 10% 미만이라며 모니터 화면이 나오지 않는 엉뚱한 상황에서도 데이터를 쥐고 흔든다. 복구가 전혀 필요 없는 경우에도 데이터 복구를 권유한다. 최소 금액 5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대까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고객의 집에 방문하는 게 목표다. 컴퓨터를 잘 알지 못하는 고객이면 무조건 부풀릴 수 있다고 했다.

사회적 공분에도

업계 변화 없었다

기자는 A씨에게 사회적 공분을 산 이후에도 업계에 전혀 변화의 모습이 없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나아지는 게 없었다. 업체는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수리 기사들을 개인사업자로 등록해버리기 때문이라며 수리 기사들을 직접 고용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등록시켜서 하청업체로 보낸다. 회사는 책임을 안지겠다는 소리다. 결국 고객과 문제가 발생하면 업체와 수리기사가 서로 책임을 미루기 바쁘다. 고객과 언성이 높아지면 욕을 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한다고 했다.

이어 고객이 불만을 가지고 업체에 맡긴 컴퓨터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면 이동하는 출장비를 달라고 한다. 말이 출장비지 고객에게 돈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것이다. 고객이 거부하면 컴퓨터를 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경찰에 신고한다고 말하면 돌려줄 때도 있다면서 고객은 할 수 있는 조치가 한정적이다. 소비자보호원에 신고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업체에서는 버티다가 소비자보호원의 시정권고가 들어올 경우 그대로 이행하면 끝이다. 가장 심해봐야 환불이 전부다. 소액의 컴퓨터 부품 문제로 소송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는 물론 수리 기사들의 만행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수리 기사들이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이 고객에게 바가지를 씌워야 하는 수익 구조라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수리 기사들은 업체에 수익금의 40~50%를 내야한다. 순이익 절반에 달하는 것이다. 또 영업용으로 운행하는 차량도 수리 기사 자신의 차량을 운행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업체에서는 수수료공구비 등의 명목으로 많은 돈을 떼고 수리 기사는 차량을 운행하면서 발생한 유류비까지 모두 본인이 지불해 한 달에 실제로 수령하는 금액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A씨는 업체를 두고 수리 기사들을 직원이 아닌 돈 나오는 기계 수준으로 생각을 한다면서 소비자는 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사장이 직접 운영하고 수리하는 영세 업체들은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 규모가 클수록 떼는 돈이 많아 이 같은 만행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일부 대형 사설 컴퓨터 수리 업체들은 지속된 공분에도 전례를 답습하는 모양새다. 아직까지도 포털사이트에는 컴퓨터 수리 사기를 당했다는 호소글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 정부의 관심과 제도적 장치가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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