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종료 이후 시상식 수만 8개
대부분 차별화 없어 혼란과 피로만 가중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KBO 시상식'에서 타자부문 홈런상·타점상을 수상한 두산 김재환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KBO 시상식'에서 타자부문 홈런상·타점상을 수상한 두산 김재환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 신희철 기자] 이쯤 되면 혼란을 넘어 피로하기까지 하다.

 

지난달 19일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이 있었다. 이달 들어서 3일엔 '2018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 시상식이 열렸다. 이후 4일엔 2018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이 있었다. 같은 날인 4일 다른 장소에선 'ADT캡스플레이어 2018' 시상식이 열렸다. 이틀 뒤인 6일엔 '2018 한국프로야구 은퇴 선수의 날' 시상식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같은 날인 6일 '2018 프로야구 올해의 상'이 다른 장소에서 열렸다. 7일엔 ‘2018 유디아글로벌 일구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게 끝이 아니다. 오는 10일 대망의 ‘2018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있다.

 

◇ 똑같은 대상(對象)...이름만 다른 시상식

 

상(賞)에 대한 희소성과 가치가 없어진 지 오래다. 위에 언급한 모든 시상식의 대상은 2018 프로야구 부문별 최고 선수에 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만 달리하여 시상식을 경쟁적으로 열고 있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 지금까지 열린 시상식 혹은 열릴 시상식의 수만 총 8개다.

 

시상식 이름만 들어도 혼란스럽다. 야구 종목 하나에 저렇게 많은 시상식이 있다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각 시상식마다 서로 다른 특색이 있을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 비슷한 시상식이다. 예를 들어 투·타 통틀어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상(賞)은 ‘대상’ 혹은 ‘올해의 선수상’으로 주어진다. 그 외 최고 투수상, 최고 타자상, 신인상, 구원상, 감독상, 심판상 등은 정해진 레퍼토리다. 여기에 시상식 별로 인기상, 특별상, 재기상, 감독상, 기록상, 성취상 등을 추가하여 시상식 별로 약간의 차별화를 두고 있다. 하지만 본질은 각 부문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에게 준다는 점에서 변함없다.

 

이 때문에 지난 달 19일에 수상한 선수들이 이번 달 3일, 4일, 6일, 7일에도 대동소이하게 또다시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오는 10일 열리는 ‘2018 골든글러브 시상식’도 앞의 시상식과 수상자가 대동소이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본질은 포지션 별 최고의 선수들에게 준다는 점에서 모두 같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된 시상식 중 그나마 유일하게 차별성을 띄는 상(賞)은 'ADT캡스플레이어 2018' 시상식이다. '국내 유일 수비수를 위한 시상식' 취지에 맞게 리그를 대표하는 포지션 별 최고의 수비수들에게만 시상한다. 1루수 두산 오재일, 2루수 KIA 안치홍, 3루수 두산 허경민, 유격수 KIA 김선빈이 내야수 부문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외야수 부문에는 중견수 삼성 박해민을 비롯해 좌익수 삼성 김헌곤, 우익수 롯데 손아섭 투, 포수 부문엔 NC 이재학, 두산 양의지가 나란히 포지션별 베스트 선수로 뽑혔다.

 

◇ 시상식 별 수상자들

 

시상식이 8개나 되기 때문에 시상식 별 수상자 명단도 복잡하다.

 

먼저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선 김재환이 MVP로, 강백호가 신인왕에 선정됐다. 타격왕은 김현수, 세이브왕은 정우람, 장타율상·출루율상에 박병호, 도루왕에 박해민 등이 수상했다.

 

'2018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김재환은 '올해의 타자상'을 수상했다. '올해의 선수'에는 팀 후배 이영하가 선정됐다. 이영하는 승부조작 제안을 자진 신고한 공로로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다. 이 시상식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개최한 시상식이다. 야구 선수들끼리 투표한 결과로 시상한 것이다. 수상 기준은 알 수 없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별관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8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 양의지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4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별관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8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 양의지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그 다음은 ‘2018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이다. 이 자리에서 대상은 양의지가 수상했다. 이어 최고 투수상은 김광현이 차지했다. 또 박병호가 최고 타자상을, 세이브왕에 오른 정우람이 최고 구원투수상을 각각 수상했다. ‘2018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은 총 17개 부문에 걸쳐 20명의 선수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한 특별상 부문에서는 메이저리그(MLB)에서 한국야구를 빛낸 류현진과 오승환이 수상했다. ‘2018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은 조아제약과 일간스포츠가 2009년 제정한 시상식이다.

 

'2018 한국프로야구 은퇴 선수의 날' 시상식에선 다시 김재환이 최고의 선수상을 받았다. 논란 속에서도 프로야구 선배들은 김재환을 선택했다.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이하 한은회)는 올 시즌 최고의 선수에 김재환, 최고의 투수에 한화 이글스 정우람, 최고의 타자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 최고의 신인에 KT 위즈 강백호를 선정했다.

 

'2018 프로야구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는 또다시 김재환이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이 시상식은 스포츠서울이 주최하는 행사다. 박병호, 조쉬 린드블럼은 올해의 타자, 투수상을 각각 수상했다. 감독상에는 SK 트레이 힐만, 신인상은 또다시 강백호가 받았다. 올해의 재기상은 김광현이 받았다. 올해의 매직글러브는 두산 베어스 양의지, 올해의 프런트는 한화 이글스, 올해의 코치는 한화 송진우 코치, 올해의 기록은 LG 트윈스 박용택, 올해의 선행에 KIA 타이거즈 양현종, 올해의 성취상은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가 수상했다. 특별상은 또다시 류현진에게 돌아갔다.

 

‘2018 유디아글로벌 일구상’ 시상식에선 류현진이 일구대상에 올랐다. 최고 타자상은 홈런왕과 타점왕에 오른 두산 김재환이 선정됐다. 최고 투수상은 35세이브를 올린 생애 첫 세이브 왕 정우람이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의지노력상은 2009년 신고 선수로 입단한 뒤, 각고의 노력 속에 LG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한 채은성이 수상하게 됐다. 신인상은 또다시 강백호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프로 지도자상은 한화 송진우 투수 코치가 선정됐다. 이 행사의 주최는 ‘일구회’다. 일반 야구팬들에게조차 생소한 일구회란 프로야구 은퇴선수들이 모인 사단법인이다. 1996년 1회 일구회 시상식 이래 올해 벌써 23회째를 맞이한다. 일구회는 한은회와는 다른 단체이다.

 

이제 남은 것은 ‘2018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다. 당연히 최고 영예와 권위가 있어야 할 골든글러브 수상식이지만 왠지 느낌은 김빠진 사이다 같다. 본 시상식 이전에 이미 너무 많은 수상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보는 사람들조차 피로와 혼란을 느낄 만한 수많은 중복 성 시상식 이후에 열리는 진짜 공식 시상식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야구팬들이 과연 관심이나 가질지 궁금하다.

 

◇ 모호한 시상 기준

 

우선 KBO가 공식적으로 주관하는 시상식은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과 '2018 골든글러브 시상식‘이다. 전자는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와 각 지역 언론사 취재기자들의 투표로 결정한다. 후자는 올 시즌 KBO 리그를 담당한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중계방송사 PD, 아나운서, 해설위원 등 미디어 관계자들의 투표로 결정한다. 그나마 야구 관계자들이 투표로 결정하기 때문에 선정 방식에 대한 의문은 제기되지 않는다. KBO주관 시상식은 이처럼 기준과 방식이 비교적 명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인기투표 논란이 대두된다.

 

하지만 그 외의 시상식은 공개된 기준조차 없다. 시상의 기준도 애매모호하다. 선수들은 해당 시상식에서 발표하는 대로 수상할 뿐이다. 시청자와 야구팬들도 그저 받아들이는 방법 밖에 없다. 야구 관계자들이 투표하는 KBO 공식 시상식도 인기투표 논란이 제기되는 마당에 공개된 기준조차 없는 나머지 시상식의 공신력은 불 보듯 뻔하다. 야구팬들에게 혼란과 피로만 가중시킬 뿐이다.

 

◇ MLB의 시상식

 

이에 반해, 야구의 본고장 MLB는 시상도 종류는 많지만 KBO에 비해 명료하다. 중복이 거의 없고 상(賞)마다 특색이 있기 때문이다.

 

MVP 시상은 그 해 최고의 선수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말 그대로 최고의 선수에게 수여하기 때문에 아메리칸리그·네셔널리그 별로 각각 한 명씩 수상하는 것이 전부다. 올해는 아메리칸 리그에서 보스턴 무키 베츠가, 네셔널 리그에선 밀워키 크리스티안 옐리치가 각각 수상했다. 미국기자협회에서 투표로 선정한다.

 

그리고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이 있다. MVP와 마찬가지로 아메리칸리그와 네셔널리그 각각 그해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상이다. 이 또한 미국기자협회에서 투표로 선정한다.

 

골든글러브는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주최하는 각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에게 시상하는 시상식이다. 일본, 대한민국과는 달리 수비력만 평가하여 시상을 하는 시상식인데 공격력으로는 실버 슬러거 상에서 시상을 한다. 1957년에는 양대리그 통합으로 진행되다가 1958년부터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로 분류되어 시상식이 실시되었다.

 

실버 슬러거 상은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매년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공격력을 보여준 선수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골드 글러브가 수비력만을 평가하여 시상한다면 실버 슬러거 상은 공격력만을 평가하여 시상한다. 메이저 리그가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시상식도 마찬가지로 양대 리그로 나뉘어서 실시된다.

 

이 외에도 신인상, 루게릭 메모리얼 어워드, 베이브루스 상, 올해의 감독상 등이 있다.

 

이처럼 야구의 본고장인 메이저리그도 KBO와 같이 상(賞)의 종류는 다양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은 주최에 따라 이름만 다른 중복 상(賞)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MVP면 MVP, 사이영상이면 사이영상은 고유한 상(賞)으로서 그 권위와 공신력이 매우 높다.

 

◇ 권위와 희소성 지키는 시상 문화 자리 잡아야

 

시상식만 8번이란 것은 대상(大賞) 수상자만 최대 8명이란 것이다. 물론 중복 수상을 감안하면 한 명이 될 수도 8명이 될 수도 있긴 하다. 그러나 모두 이름만 달리하고 실상은 같은 시상식이다보니 연일 스포츠 기사는 대상 수상, 최우수 선수상 등으로 도배된다. 이렇게 수상이 남발하다 보면 그 해 MVP, 신인왕, 최고의 투수상 등 수상자에 대해 혼돈이 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상 자체를 바라보는 야구팬들은 식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연일 이름만 달리하여 쏟아지는 대상(大賞) 수상자를 보고 그 누가 마음이 동하겠는가.

 

그해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시상은 KBO 공식 시상으로 충분하다.

 

연말 시상식은 상(賞) 이름에 부합해야 한다. 대상(大賞)은 말 그대로 ‘가장 높은 상’이다. 따라서 한 명에게 부여되는 유일한 상이어야 한다. 같은 대상(對象)을 두고 이름만 다른 대상(大賞)은 더 이상 대상(大賞)이 아니다. 우후죽순 늘어날수록 떨어지는 것은 상의 가치와 권위일 뿐이다. KBO는 이를 인지하고 스스로 상(賞)의 권위와 가치를 낮추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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