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법외노조 즉각 취소 약속 헌신짝 취급”

전교조 주최 '법외노조 즉각 취소 범국민 10만 서명 청와대 전달 기자회견' 현장
전교조 주최 '법외노조 즉각 취소 범국민 10만 서명 청와대 전달 기자회견' 현장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촛불’의 비호를 받으며 청와대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 1년 반 새 문 정부가 내놨던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캐치프레이즈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도 ‘법외노조 직권 취소’를 두고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임 비서실장 “사회적 약자 아니다” vs 전교조 “말장난 불과…정부가 ‘최강자’”
“與, 야당 시절 “부당하다”더니 정권 잡으니 ‘모르쇠’로 일관”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대통령이 되면 법외노조를 즉각 취소하겠다고 전교조와 약속했다”며 “(그런데 지금) 그 약속을 헌신짝 취급하고 있다”고 일갈하는 등 법외노조 즉각 취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입법부·사법부
 떠넘기며 직무 유기해”

 

전교조는 현 정부의 원동력이 ‘촛불’이었던 만큼 이 정신을 계승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 정작 정권에 오르니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 취소에 대해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전교조 김학한 정책실장은 “문재인 정권은 정부가 응당 해야 할 직권 취소는 내팽개치고 사법부 운운하고 있다”면서 “(전교조 법외노조 즉각 취소는) 촛불시민의 과제였고, 광장의 요구였다”고 쓴소리를 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몇 차례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을 직권 취소할 수 있는 상황이 있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6월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은 전교조와의 만남에서 관련 논의를 나눌 당시 “직권 취소가 가능한지 장관 법률 자문단 소속 변호사들에게 자문받겠다”며 적극 검토 의사를 드러냈다.

그러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그것을 바꾸려면 본안사건을 다루는 대법원에서 최종판결을 받는 방법과 관련 노동 법률을 개정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현재 정부의 입장은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이 문제를 처리한다는 것’이다”라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전교조는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질타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노력하면 법외노조 통보 취소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법외노조 해결 과제를 때로는 입법부로, 때로는 사법부로 떠넘기면서 자신의 직무를 유기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지난 8월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전교조 법외노조에 대해 김 고용부장관에게 이를 직권 취소할 것과 근거 조항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제9조제2항을 조기 삭제해 해결하라고 제언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법령상 문제가 되는 조항을 개정하는 것이 재발을 방지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한다”며 직권 취소는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이를) 부정하고 못하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정부 인사들의 ‘모르쇠’ 발언은 줄지어 등장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올해 9월 진행된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건을 두고 “적폐청산이 사법부의 판단까지 행정부가 고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거리를 뒀다. 

송 대변인은 지난달 6일 국정감사에서 “노조라고 해서 과거처럼 약자일 수는 없다”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도 문제 삼았다. 송 대변인은 “청와대에서는 우리가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했지만 이건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정부야말로 최강자”라고 일갈했다. 

또 “현재 여당은 야당일 당시 여러 경로나 성명서를 통해 법외노조 통보가 부당하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해 왔다”며 “그런데 자신들이 정권을 잡고 나니 이 문제를 달리 본다”며 이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유기하고자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질책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논란에 대해 지난달 22일 청와대는 주요 언론 보도를 통해 “이 문제를 다음 해 6월까지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교조는 이마저도 회의적이라는 입장이다.

전교조는 “청와대의 세 번째 직권취소 회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전교조가 일관되게 요구한 최우선 1단계 조치인 ‘행정부에 의한 법외노조 통보 취소’와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또 “해결 시한을 다음 해 6월로 설정한 것도 국제노동기구(ILO) 창립 100주년 기념 총회 대통령 참석과 연설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있어 보인다”면서 “이런 식의 구상은 전혀 ‘촛불 정부’ 답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편 전교조는 지난달 27일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법외노조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뜻을 함께한 시민 10만5000여 명의 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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