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치료하려면 의사의 정확한 처방이 절대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병은 더 악화된다. 심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정치인을 비롯한 일부 보수 진영 인사들이 요즘 보수통합을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고 있다. 지금처럼 분열된 상태에서는 2020 총선에서의 선전은 난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게 반(反)문연대 결성이다. 폭주하는 집권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보수가 정파를 떠나 단일대오를 형성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 일부 중진들의 박근혜 전 대통령 불구속 재판 촉구 결의안 추진도 분열된 보수를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서 나왔다.

그러나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 참 잘 못 짚었다. 보수분열의 본질은 외면한 채 자신들의 정치적 안위를 챙기기 위한 사술(邪術)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정치인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방법은 많다. 정계은퇴나 백의종군이 예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책임정치의 기본이다.

사실 반문연대를 외치는 사람들과 박 전 대통령 불구속 재판 촉구를 결의하자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보수분열의 책임에서 눈곱만큼도 자유롭지 못하다.

저런 주장을 하려면 적어도 박 전 대통령 탄핵과 보수가 분열된 점에 대해 사죄부터 하는 게 마땅하다. 유감스럽게도 저들에게서 반성의 기미는 전혀 안 보인다. 오죽하면 태극기 세력이 ‘탄핵7적(七適)’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겠는가.
 
태극기 세력은 ‘탄핵7적’이 박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태극기 세력에 의해 ‘탄핵주범’중 한 명으로 지목된 김무성 한국당 의원은 당시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보수를 완전히 궤멸시키고 대한민국을 두동강 내서 우리나라를 절단 내고 본인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 같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을 저주했다.
 
그랬던 인사가 이제 와서 박 전 대통령 불구속 재판 촉구 결의안을 추진하겠단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감탄고토(甘呑苦吐)인가, 후안무치(厚顔無恥)인가. 중요한 것은 김 의원이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잘 못했는지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르고 있는 게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역시 ‘탄핵7적’으로 지목된 이혜훈 바른정당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사저로 나올 당시 박 전 대통령을 삼청동에서 맞았던 인사들을 향해 ‘삼박’이라고 조롱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정치생명을 건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태극기 세력을 향해 “박근혜 수령 모시는 개인숭배집단”이라는 막말을 쏟아내 태극기 세력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혁신의 핵심은 인적쇄신이다. 인적쇄신은 사람을 완전히 바꾸는 걸 말한다. 그런 후에 통합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신뢰한다. ‘탄핵7적’이 청산되지 않은 한 통합은 공염불인 이유다.

이 단순한 처방전은 내팽개치고 온갖 하구요설(呀口搖舌)로 혹세무민(惑世誣民)을 일삼는 자칭 보수 정치인들이 판을 치고 있는 한 보수통합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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