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정치인 허락 없이 감히 진행할 수 있겠나”
송민순 회고록 터진 이후 둘리에게 킹크랩 만들라 지시

경상남도투자유치설명회-김경수 도지사 투자지원제도 설명 발표
김경수 경남도지사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51) 경남도지사가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을 보고받을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드루킹 김모(49)는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등 혐의 5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은 김 지사와 김씨가 지난 8월 8일 특검 대질신문을 받은 이후 120일 만에 법정에서 마주한 날이다.

김 씨는 지난 2016년 11월 9일 ‘산채’ 시연 당시 상황을 묻는 허익범 특별검사팀 질문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떠올렸다. 김 지사는 당시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느릅나무 사무실 산채를 찾아 미완성 상태인 킹크랩 작동원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는 ‘김 지사가 산채에 방문했을 때 문건을 브리핑하고 화면을 띄워서 같이 설명했냐’는 특검 질문에 “차례대로 (김 지사에게) 브리핑했다”며 “(브리핑 장소에 동석한 사람은) 파로스라든지 둘리라든지가 들어왔고, 하늘소라든지 서원 이런 사람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김씨는 특검 조사를 받으면서 당시 자리 배치도를 그린 것에 대해서는 “이틀 동안 25시간 조사를 받고 2시간 잔 상황이어서 그림을 거꾸로 그렸는데 김 지사가 앉은 자리가 문가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ㄷ’자 모양으로 탁자를 놓은 건 내가 항상 지시하는 부분이고 벽면에 칠판이 있다”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당시 자신은 벽면 바로 앞쪽에 서 있었다는 게 김 씨 주장이다.

특검이 ‘시연회 도중 킹크랩 극비 부분이 나오자 둘리 우모씨에게 스크롤을 멈추라는 제스처를 보냈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아울러 ‘미완성인 상태의 킹크랩을 시연한 이유가 킹크랩 개발 이후 운영하는 것에 대한 김 지사 허락, 승인이 필요했던 거냐’는 질문에는 “이런 큰일 하면서 정치인 허락 없이 감히 진행할 수 있겠냐”며 “당연히 허락을 받기 위해 시연하고 허락을 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극비’라고 표현한 이유에 대해서도 “당시는 박근혜 정권 시절이고, 문재인 후보가 17% 지지율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 야당 초선 의원을 데려다 놓고 어마어마한 탄압을 받을 일이 있냐”고 반문했다.

김 씨는 킹크랩을 만들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10월 초에 송민순 회고록 문제가 터졌고, 선플에 밤낮없이 동원되니까 도저히 밤에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회원들이 나가떨어지기 때문에 10월 15일부터는 적극적으로 ‘안 되겠다. 만들어 봐라’고 둘리에게 지시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김 지사에게 당시 새누리당 댓글 기계를 설명하고 대선을 이기기 위해서는 새누리당 댓글 기계 같은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냐’는 질문에 “설명하고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김 지사가 댓글기계 설명에 관심 가지는 모습을 보고 나서 개발하기로 마음 먹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지사 측은 산채에 방문한 적은 있지만 시연회에 참석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이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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