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을 앞두고 “험난한 고개를 넘으려면 악마의 손이라도 잡아야 한다. 반공주의자 처칠 수상은 스탈린과 손을 잡고 히틀러와 싸워 이겼다”며 탄핵 가결을 위해서라면 그 누구와도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그의 주장대로 당시 야당들은 새누리당(현 한국당) 비박계 의원들과 함께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에서 넘어온 가결안을 인준했고, 박 전 대통령은 5년 단임 임기 열한 달 앞두고 대통령 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곧 구치소에 수감됐다.

박 의원의 말대로 영국의 수상 처칠은 세계2차 대전 중 소련의 공산주의자 스탈린과 연합해 독일의 나치주의자 히틀러를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일본의 패망도 가져왔다.

그러나 연합국 정상들이 합의한 전후 세계 질서 계획에 따라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쪼개지면서 속임수의 천재 스탈린의 탐욕과 소련 제국의 팽창으로 세계는 냉전시대에 접어들었다.

처칠은 스탈린의 야욕을 견제했으나 독일 패퇴의 결정적 역할을 한 소련과 군수물자를 대 준 미국에 비해 발언권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도 처음에는 스탈린을 민주주의와 세계 평화를 위해 함께 일할 인물로 호평했다가 임종을 앞두고 “스탈린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탄식했다.

스탈린 전략으로 김일성 북한정권이 태동해 남침전쟁을 일으키고 베트남 등 수많은 나라가 공산화됐다. 스탈린의 공산주의라는 악마와 손을 잡은 처칠과 루즈벨트는 이처럼 호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지금도 치르고 있다. 북한이 스탈린에게서 배운 벼랑 끝 전술과 조금씩 먹어 들어가는 살라미 기법 협상술로 비핵화의 의미를 쪼개가며 미국에 저항하고 있는 상황이 처칠과 루즈벨트가 스탈린에게 당한 것과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행태로 나타난다. 트럼프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김정은에게 똑같이 당하고 있는 것이다.

박 의원의 소망대로 악마와 손을 잡고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한 결과는 무엇인가. 나라 경제는 어떻게 되든 문재인 정부는 온통 남북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다. 남북평화라는 미명하에 사실상 안보를 해체하면서 국가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국민이 국가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최근 정치권에 ‘반문(反文)연대’가 화두로 떠올랐다. 날이 갈수록 실정을 거듭하고 있는 문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 정파를 불문하고 한 우산 아래 모이자는 주장이다.

언뜻 보기에 취지가 그럴 듯해 보인다. 특히 분열되어 있는 보수진영이 결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들인데, 문제는 연대를 주장하는 인사들의 면면(面面)이다.

이들 정치 노선 갈등은 뒤로하고 아무런 조건 없이 반문연대에 가세하는 모양새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분열된 보수는 거침없이 단결하고 다른 누구와도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반문연대를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는 박 의원의 말과 백퍼센트 상통한다. 말하자면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위해 악마와 손을 잡아 정권을 내주고 보수 분열을 가져온 장본인들과도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연대하겠다는 것이다. 끝까지 탄핵을 반대한 사람들의 자기부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또 친북 성향인 이른바 비문(非文) 인사들과도 반문연대에 동참할 수 있는 문을 열어 놓았다. 목적만 같으면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고 말한 박 의원 말을 신앙처럼 받드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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