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올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서울 답방을 약속했고 문 대통령은 12월 13-14일 답방을 추진했다. 하지만 김은 문 대통령의 12월 답방 요청을 이유 없이 연기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다시 12월 18-20일 답방을 거듭 북에 간청했다. 문 대통령은 김이 서울에 오면 “모든 국민이 쌍수로 환영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도 했다. 격렬한 반(反)김정은 시위 없이 열렬히 환영할 터이니 안심하고 오라는 촉구 메시지였다.

하지만 김은 묵묵부답 연기하면서 문 대통령에게서 대북제재 해제나 경제지원을 더 뜯어내는 미끼로 이용할지도 모른다. 설사 연내 답방이 이뤄진다 해도 구걸로 성사된 회담에선 구걸한 쪽이 끌려 다니면서 불리하게 마련이다. 여기에 18년 전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의 서울 답방을 위해 김에게 체통 없이 애걸하면서 이용당했던 과오를 값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김정일은 6.15 공동선언에서 약속한 대로 서울을 답방하지 않고 연기하며 답방을 미끼로 김 대통령을 친북에서 이탈치 못하도록 묶었다.

문 대통령도 김 대통령처럼 김의 답방을 구걸해선 안 된다. 더욱이 김은 핵·미사일을 개발했고 고모부와 이복형을 참살한 ‘패륜아’라는 데서 우리 국민정서상 답방을 애걸할 대상이 못 된다. 문 대통령은 다음 네 가지를 유의해야 한다.

첫째, 김정은은 남한의 ‘김씨 왕조 혐오증’에 위협을 느껴 서울 답방을 꺼린다. 김이 서울을 방문하려면 6·25 기습남침에 대해 공식 사과해야 한다. 과거 한반도를 침탈했던 일본 최고지도자가 서울을 방문했을 때도 정중히 머리 숙여 사죄했다. 그러나 김은 사과할 리 없다. 우리 국민은 김이 서울에 오게 되면 ‘쌍수 환영’ 대신 ‘김정은 화형식’과 ‘패륜아 김정은 체포하라’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일 게 분명하다. 김정일이 김대중의 답방 간청을 외면했던 것도 ‘김씨 왕조 혐오증’이 두려워서였다.

둘째, 김이 서울에 와서 ‘쌍수 환영’을 받기 위해선 먼저 핵무기 신고·사찰·폐기 일정 등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김은 그렇게 하지 않고 ‘선 대북제재 해제 – 후 핵폐기’를 고집, 핵 보유국가로 굳히려 한다. 그래서 김은 서울에 온다 해도 남북간의 평화와 교류협력만 강조하고 핵 폐기에 대해선 4월 판문점 선언처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만 되풀이 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비핵화 일정 제시 없는 김의 서울답방은 북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주는 결과밖에 안 된다. 비핵화 진전 없이 가짜 평화·협력·교류만 나열하는 정상회담은 하지 아니함만 못하다.

셋째, 김정은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답방한다면 문 대통령으로부터 대북제재 해제와 경제지원 등 큼직한 대가를 얻어갈 수 없다. 김은 답방 대가로 큰 선물도 얻지 못한 채 반김정은 과격시위에 직면할 때 정치적 부담만 앉게 된다. 김은 정치적 부담 대가로 부담스런 경제지원을 요구할 게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그에 대비해야 한다.

넷째, 문 대통령은 협상에선 회담을 먼저 구걸한 쪽이 불리하게 마련이라는 회담 상례를 잊어선 아니 된다. 김대중 대통령도 먼저 김정일에게 4억5000만 달러나 불법송금하며 구걸해서 얻은 회담에서 북의 의도대로 끌려갔다. 김 대통령이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동의해 주고 반미적인 ‘우리 민족 끼리 자주’나 명시해 주는 쪽으로 끌려갔음을 상기할 때 그렇다. 문 대통령도 김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겠나 걱정된다.

구걸해서 성사된 정상회담은 끌려 다니고 불리하다. 지금 우리 국민은 ‘패륜아’를 ‘쌍수로 환영’하지 않는다. 김이 답방한다 해도 평화협정이나 종전선언 또는 김에게 퍼주는 남북 체육·문화·경제 교류협력은 원치 않는다. 오직 김의 핵·미사일 폐기만을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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