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전 8시 40분께 기재부 내부망에 이임사를 올리고 수장직에서 물러났다.

김 부총리는 "오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재부를 떠난다. 오랜 기간 국가를 위해 일할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예산안 국회통과 등 공직자로서 임기 마치는 날까지 할 일이 주어진 것도 크나큰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재임 기간 가장 노심초사했던 부분으로 일자리 창출과 소득분배를 꼽았다.

그는 "아직 많은 국민들의 삶이 팍팍하기 때문에 무거운 마음이 남아 있다"며 "실직의 공포와 구직난에 맞닥뜨린 근로자와 청년,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자영업자, 나아지지 않는 경영 성과에 늘 걱정을 달고 사는 기업인, 그분들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경제 운영을 이끌었던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김 부총리는 "그래도 기대하는 마음 또한 크다. 우리 경제는 어려움을 기회로 만드는 DNA를 갖고 있다"며 "지난 1년 6개월 동안 구조 개혁의 모멘텀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고통스럽겠지만 모두가 마음과 힘을 합쳐 구조 개혁에 매진한다면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어려움은 상시화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국민들께 그대로 알려주고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인기없는 정책을 펼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용기는 실력이 뒷받침되는 자기 중심(中心)이 서야 나온다. 논란과 비판이 있더라도 자기 중심에서 나오는 소신을 펴야 한다. 소신대로 할 수 없을 때 그만두겠다는 것은 작은 용기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바치는 헌신이야말로 큰 용기"라며 "헤밍웨이는 용기를 '고난 아래서의 기품'이라고 정의했다.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과제에 기품 있게 맞서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어 "경제에 있어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를 극복해야만 가능하다. 경제·사회 문제가 구조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기득권을 허물고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정치권이 중심이 돼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가진 경제주체와 사회 지도층의 희생과 양보가 절실하다"며 "언론, 노조, 대기업, 지식인들도 동참해 사회적 대타협을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 경제 살 길이 여기에 있다"고 했다.

또 "시장의 가장 큰 적(敵)은 불확실성"이라며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주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시장은 스스로 사전 대비를 할 수 있다. 투자, 고용, 심지어는 위험부담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책의 출발점은 경제 상황과 문제에 대한 객관적 진단"이라며 "그 토대 위에서 일관되고 시장에서 예측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도록 노력해야 경제 주체들의 경제하려는 동기가 살아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정책적 상상력을 가졌으면 좋겠다"면서 "상상력에서 비전이 나오고 그 비전 속에서 실천력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상상력이 부재하면 기존의 생각과 방식을 따르게 마련"이라며 "창조적 파괴는 시장에서만이 아니라 정부 안에서도 필요하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속에 형성된 기득권의 틀을 깨야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전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 1년 6개월간 우리 경제와 민생만 보고 일했다"면서 "정부 내 의견 차이에 대한 이야기도 일부 있었지만 제 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준거(準據) 틀이었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평범한 소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이날 이임사를 끝으로 만 34년 공직생활을 마쳤으며 별도의 이임식은 하지 않았다.

한편 후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4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임기를 개시한다. 취임식은 오는 11일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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