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양 "검사는 내가 우람이의 무죄를 주장하지 않으면 야구선수로서 활동을 계속 하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KBO, 문우람의 재심 결과에 따라 '영구실격' 다시 심의할 예정

문우람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문우람 관련 이태양 양심 선언 및 문우람 국민 호소문 회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왼쪽은 이태양. 문우람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규약 제148조 '부정행위',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의거해 KBO로부터 영구실격 처분을, 이태양은 KBO 야구규약 제150조 제2항에 따라 영구 실격 제재 처분을 받았다. [뉴시스]
문우람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문우람 관련 이태양 양심 선언 및 문우람 국민 호소문 회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왼쪽은 이태양. 문우람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규약 제148조 '부정행위',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의거해 KBO로부터 영구실격 처분을, 이태양은 KBO 야구규약 제150조 제2항에 따라 영구 실격 제재 처분을 받았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 신희철 기자] 승부조작으로 KBO리그에서 영구실격된 전 넥센 히어로즈의 문우람(26)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결백함과 억울함을 호소했다.

문우람은 1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승부조작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돼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영구실격 처분을 받았다"며 "2015년 승부조작 경기와 관련해 그 과정과 현재 심정을 말씀드리고 싶어 이 자리에 섰다"며 입을 열었다. 문우람은 2015년 5월 동료 선수 이태양(25·당시 NC 다이노스)과 브로커에게 먼저 승부 조작을 제안한 혐의를 받았다. KBO는 지난 10월 상벌위원회를 열어 영구실격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문우람이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문우람은 브로커 조 모 씨와 알게 된 경위 등 승부조작 사건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2014년 겨울 서울 강남의 클럽에서 조 씨를 알게 됐다. 2015년 5월 내가 팀 선배에게 야구배트로 폭행을 당해 힘들 때 쇼핑하면 기분이 풀릴 거라면서 조 씨가 선물한 운동화, 청바지, 시계가 결과적으로 나를 승부조작범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승부조작의 대가가 됐다"고 되짚었다.

문우람은 "그 후 창원지검에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갔다. 막상 조사를 받으니 나는 이태양에게 돈을 전달하고 승부조작 대가로 조 씨에게 1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기정사실화되어 있었다"며 "절대 사실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이태양이 문우람과 조 씨가 먼저 공모한 것으로 진술한 부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문우람은 "검사는 이태양에게 제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이태양에게 준거라고 거짓 정보를 줬다. 그래서 이태양도 처음에는 저와 조씨가 공모한 것으로 오해했다"며 "(이태양은) 조 씨가 돈이 들어있는 파우치를 나를 시켜 자신에게 전달했기 때문에 내가 당연히 (승부조작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된 이태양이 검찰에서 진술을 번복하고자 했지만 묵살당한 채 창원지검은 승부조작 사건에 대한 사건 브리핑을 서둘러 진행했다"며 "모든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나는 그 순간부터 현역 프로야구선수 최초 승부조작 브로커로 낙인이 찍혔다"며 억울해 했다. 

 

문우람은 "진실과 상관 없이 유죄확정을 받았다. 그 때만 해도 저는 군사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상무에 복역 중인 저에게,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돼 6개월 간 군대 영창에 갇혀 있으면서도 진실을 밝힐 수 있을 거라고 굳게 생각했다"고 호소했다.

"KBO상벌위원회도 나와 이태양의 증언, 저의 재판 자료를 살펴본 결과 내가 브로커로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했다"며 "대법원 형이 확정돼 영구실격이라는 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재심에서 무죄가 밝혀지면 상벌위원회를 다시 열겠다는 원론적 얘기만 했다"고 하소연했다. 

NC 이태양, 상무 문우람(왼쪽부터)<뉴시스>
NC 이태양, 상무 문우람(왼쪽부터)<뉴시스>

문우람은 "초등학교 2학년부터 지금까지 야구밖에 모르고 살아왔는데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영구실격 처분으로 더 이상 선수생활을 할 수 없는 처지다. 세상에 베푸는 이유 없는 호의를 경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진실을 꼭 밝히고 싶다. 설령 야구를 못한다 하더라도 진실만큼은 꼭 밝히고 싶다"고 거듭 호소했다.

이태양도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우람이는 전혀 모른다는 것이었는데 검사의 거짓말에 넘어가 허위 진술을 했다"며 "이후 우람이와 둘이서 이야기를 하면서 검사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고 검사실을 찾아가 진술을 번복하려 했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구단에서 소개해준 변호사는 사건 담당 검사와 친분이 매우 두터워 보였다. 조사 중에도 우람이는 관여한 바가 없다고 이야기하면 변호사는 내 말을 자르면서 검사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이야기한 후에 우람이를 제외하고 조사를 진행했다"며 "변호사는 나에게 우람이는 죄가 없다고 진술하게 되면 내가 불리하게 될 것이라며 우람이와 관련된 진술을 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고 털어놓았다.

이태양은 "검사는 만약 내가 더 이상 우람이의 무죄를 주장하지 않으면 이후 야구선수로서의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이야기까지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람이는 죄가 없다'는 진술을 번복하려 하자 검사는 자신의 수사가 종결됐고, 군 검찰에 이첩됐으니 거기서 잘 변론을 해보라고 했다"고 알렸다. "내가 이 자리에  선 것은 나의 잘못으로 인해 우람이가 누명을 쓰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것에 대해 너무 속상하고 죄스러운 마음 때문"이라며 "죄인인 내가 나서는 것이 좋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억울하게 희생된 우람이를 부디 재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곡히 청한다"고 말했다.

한편 KBO는 문우람이 법원 판결에 적시된 사실에 대해 다투고 있고, 재심 청구를 준비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재심 결과에 따라 문우람에 대한 징계를 다시 심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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