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후 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 30년 후에도 발병 가능
장애 증상 단독 발생 어려워… 생물학적·정신 사회적 요소 동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란 전쟁, 자연재해, 납치, 폭행 등과 같이 목숨을 잃을 뻔하거나 심한 부상을 당한 경우, 사망 사건에 노출되는 등의 충격적인 경험을 한 후에 반복적으로 사건을 회상하거나 사고와 관련된 자극을 회피하고, 인지나 기분의 부정적인 변화와 과도한 각성, 교감신경의 항진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을 말한다.

오래전부터 외상적 사건과 연관된 정신 증상은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데,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부터 시작되었다. 군대 정신의학은 심리적 외상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과 유대인 대학살, 아동학대, 강간 그리고 기타 다른 상해나 폭행으로 인한 외상에 대한 관심과 연구 등에 많은 기여를 하게 되었다. 이후 대형 화재사건이나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후 생존자들의 공포와 외상에 대한 연구 그리고 베트남 전쟁 참전군인들이 겪은 외상에 대한 연구 등이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일본군 종군위안부 여성들이 보이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 참전군인들 그리고 삼풍백화점 붕괴와 연평해전 생존자들이 겪은 어려움 등이 있으며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에도 외상후 스트레스와 관련되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외상성 사건을 겪는다고 모두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즉 스트레스와 취약성 간의 상관관계가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성인 남성과 여성의 유병률에도 차이가 있으며, 여성에서 두 배 정도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외상성 사건들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했을 때도 올 수 있지만,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서 외상성 사건이 일어난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도 발병할 수 있다.

임상증상으로는 외상성 사건과 관련된 고통스러운 기억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거나 외상성 사건과 관련된 반복되는 꿈으로 시달리게 되는데 마치 외상성 사건이 재발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거나 느끼는 해리반응을 보이거나, 외상성 사건과 유사한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고통스러운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또한 회피반응으로 외상성 사건과 관련된 기억이나 감정을 회피하려고 하거나, 그 사건과 관련된 사람이나 장소, 상황 등을 회피하려고 한다. 인지와 감정의 부정적 변화도 오게 되는데 외상성 사건의 중요한 부분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자신이나 타인 그리고 세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공포, 분노 죄책감 등을 경험하며, 주요 활동들에 관심과 참여가 줄어들고 행복감이나 만족감 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과도각성과 교감신경 항진 관련 증상으로는 언어적 또는 신체적 공격성, 과각성, 과장된 놀람반응, 집중력의 문제 그리고 수면장애 등을 보일 수 있다. 소아에서는 외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의 무서운 꿈을 꾸기도 한다. 6세 이전 소아의 경우 외상을 직접적, 혹은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놀이를 통해 재경험 증상을 표현할 가능성이 높고, 재경험 혹은 외상 노출 당시에는 공포 반응을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충격적인 사건 자체가 일차적인 원인이지만, 외상 사건을 경험한 모든 사람에게서 이 병이 발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외상 단독으로는 장애가 일어나는 것은 드물다. 외상 사건 이전이나 이후에 일어난 일들과 생물학적, 정신사회적 요소들이 발병에 관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로 이어지기 쉽게 하는 요인으로는 아동기 외상의 경험, 성격장애, 부적절한 가족 및 주위의 지지체계, 여성, 유전적 취약성, 최근의 스트레스 상황 그리고 과도한 알코올 섭취 등이다.

외상을 겪은 직후에는 우선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사회적 지원과 의료 지원이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외상을 겪은 환자를 처음 접하게 되면, 지지적인 태도로 외상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다양한 대처전략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이때 환자가 자신이 겪은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반드시 환자가 자신이 원하는 때에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일 환자의 의지에 반하여 억지로 외상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되었을 때는 도리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감정적 조율이 필요하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에 대한 정신치료적 개입에는 노출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및 최면치료 등이 있으며, 그 중에서 노출치료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치료의 가장 기본적인 치료로 증상을 상당히 감소시켜 줄 수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치료 방법 중 하나이다. 노출치료나 기타 다른 인지행동치료들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의 치료에 있어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 있으나, 모든 환자들이 이러한 정신치료적 접근에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결국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특히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약물치료가 반드시 필요할 수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의 증상은 대개 외상 후 3개월 이내에 발생하는데, 길게는 외상 후 30년 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치료하지 않았을 때의 자연경과를 보면 30%에서는 완전히 회복되고, 40%에서는 약한 증상이 계속 남아 있고, 20%에서는 중등도 증상이 남아 있으며, 나머지 10%에서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는 경과를 보인다.

병의 예후가 좋은 경우로는 증상이 단시간 내에 발생한 경우, 증상의 지속기간이 짧은 경우, 병전 기능이 좋은 경우와 사회적 지지가 튼튼한 경우이고, 다른 정신과 질환이나 신체 질환 및 물질 관련 질환이 없는 경우에도 예후가 좋다.

<하나정신건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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