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성공해도 문제, 실패해도 문제’…결국은 분양가 잡아야 ‘실효성’ 높아진다

강남권 아파트
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함.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후속조치로 개편된 청약제도가 오는 11일부터 실시된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가수요 청약을 막으면서 실수요자의 청약·당첨 기회를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무주택자 우선 청약 기회를 중·대형 아파트로 확대하는 것으로 들어가 살 집이 필요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해당 정책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고분양가를 낮추지 못하면 실효가 없다는 지적이다.

또 고분양가 논란은 서울 및 수도권 일부 등 수요가 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고 있어 관련 대책이 시급하다는 의견 역시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약 제도 개편을 기대하던 무주택자는 여전히 스스로 ‘무주택자’가 될 것을 선택하기도 한다. 

예고된 청약제도를 살펴보면 주택보유자도 청약할 수 있었던 85㎡ 초과 아파트의 추첨제 물량 가운데 75% 이상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것이 중심이다. 남은 물량은 당첨에서 떨어진 무주택자와 1주택 실소유자(기존 주택 처분 조건)가 공급받는다.

청약 기회의 확대?

잔여 물량이 나오면 주택보유자에게 배정된다. 추첨제 물량인 25%에서 기존 주택을 처분하겠다는 조건으로 당첨된 1주택자는 입주 가능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기존 주택을 팔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급 계약은 취소된다.

적용 대상은 투기과열지구, 청약과열지역 및 수도권, 광역시다. 분양권이나 입주권을 갖고 있어도 주택 소유로 간주해 무주택자에서 제외된다. 분양권과 입주권을 처음 공급받아 계약을 맺은 날이나 분양권을 사들여 잔금을 완납하면 주택 소유로 간주한다.

아울러 주택을 소유한 부모는 부양가족 가점 대상에서 제외된다. 신혼기간(결혼 후 7년) 중 주택을 한 차례라도 보유한 경험이 있으면 청약 당시 특별 공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변화는 실질적 무주택 실소유자가 주택을 공급받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개편되는 청약제도는 미분양 주택, 부적격자 청약, 미계약분 아파트도 선착순 또는 추첨식 공급에서 사전 공급 신청을 접수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건설·공급되는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전매제한기간도 강화됐다.

대체로 청약제도 개편으로 무주택자는 유리해졌지만, 주택보유자는 당첨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분석이다. 무주택자는 일단 청약기회가 확대됐다. 가점제로 1회, 추첨제 물량 우선 공급 1회, 잔여 물량 1회 등 3번의 당첨 기회가 마련됐다.

하지만 일부 수요자들은 청약제도 개편을 통해 ‘내 집 마련이 쉬워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당장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닌데다 당첨이 된다 하더라고 고분양가 부담이 크다는 것이 이유다. 

더불어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이후 대출이자 부담까지 늘어날 전망으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선택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주택 시장 관계자는 “당첨되는 것도 어렵지만, 당첨 이후 자금 마련과 상환 능력 유지 등이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실제 서울이나 인기지역에서는 여전히 수요가 몰리고 있어 당첨 확률이 급격히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수도권 인기지역 아파트 청약은 수십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이는 곳이 많다.

올해 서울지역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평균 27.9대1이다. 당첨 가점은 58점으로 지난해보다 당첨 가점이 8점 높아졌다. 당첨 가점 관리를 철저히 하더라도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가 차단되고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이 재편되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실수요자들의 분양가 부담이 줄지 않은 가운데 투기 수요가 사라지면서 ‘부동산 관망세’만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주택자 수요가 몰리는 서울과 수도권 등지의 아파트 분양가는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평균 2434만7400원이다.

인천과 경기를 포함한 수도권 3.3㎡당 평균 분양가는 1645만500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인 1084만500원 대비 상당히 높은 분양가를 나타내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264만원이 올랐다.

수도권도 159만7200원이 올랐는데 같은 기간 전국 평균 분양가가 74만9100원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 두 배 이상이다. 정부가 수도권 분양가상한제로 통제하고 있지만 애초에 높은 분양가는 실수요자들이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수요자들의 선택은?

일례로 강북권 로또 아파트로 관심을 모았던 '힐스테이트 녹번역'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약 1900만원대, 주력 평형인 전용 84㎡(33평)가 6억~7억원 수준이다. 서울 은평구도 다른 서울 지역보다 저렴하다고 하지만 분양가가 6억 원을 웃돌고 있다.

한편 무주택자 실수요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개편 이후 공급되는 물량의 청약률로 가늠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0일부터 16일까지 전국에서는 총 359가구의 분양물량이 공급된다.

1순위 청약은 국민임대 2개 단지 분양이 유일하다. 당첨자 발표는 16곳, 당첨자 계약은 13곳에서 진행된다. 면면을 살펴보면 서울 은평구 수색동 'DMC SK뷰', 경기 성남시 대장동 '판교더샵포레스트' 등 청약자들의 관심이 높은 물량이 주류를 이룬다.

제도 개편 이후 청약을 바라보고 있는 회사원 Y 씨는 “분양가를 보고 청약할 마음을 접었다”면서 “청약 성공해도 문제, 실패해도 문제라는 말이 실감된다. 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잡는다는 것이 몇 년째인데, 여전히 나 같은 서민에게는 높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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