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방남설’에 ‘남남갈등’ 들썩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설에 관해 ‘한반도 평화 신호탄’이라 여기며 환영을 표하는 이들도 있는 반면, 시기상조라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많은 언론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방남 가능성을 보도하는 등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며 ‘남남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지난 8일 '김정은 방남저지 국민총출정대회'가 개최됐다.
지난 8일 '김정은 방남저지 국민총출정대회'가 개최됐다.

강추위가 한반도를 덮친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문재인퇴진을바라는국민모임(이하 국민모임)이 주최한 ‘자유대한민국 역적 김정은 방남저지 국민총출정대회’가 열렸다. 이 집회 현장을 일요서울이 찾아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눠 봤다.

이보다 30분 앞선 오후 1시 30분, 서울시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는 제95회 태극기 집회가 진행됐다. 이로 인해 앞서 태극기 집회와 이 집회에 잇따라 참여한 사람들도 있었다. 집회 현장은 의경들이 에워싸고 펜스가 둘러 쳐져 다소 삭막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많은 인파와 끊임없이 크게 들려오는 노래 소리 때문에 행인들이 이곳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지나쳤다.

대열의 제일 첫머리에는 빨간색 배경에 ‘김정은 방남저지 국민총출정’이라는 글씨가 적힌 플랜카드가 걸린 홍보 차량이 서 있었다. 이 무대 위로 발언자들이 올라왔다. 참여자 A(남성)씨에게 이 곳에 나오게 된 이유를 물었다. A씨는 “문재인 정권 이후 안보, 경제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특히 이번에 북한의 김 위원장이 방남을 한다. 국민으로서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국민모임 집회도 태극기집회와 비슷한 색채를 띠었다. 대다수의 참여자가 고령이었으며,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한다는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를 걸고 다니는 사람도 곳곳에서 보였다. ‘BRING BACK PRESIDENT PARK!’이라 쓰인 현수막을 몸에 두른 B(여)씨에게 집회에 나온 이유에 대해 물었다. 

A씨는 “추우나 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집회에 나온다)”라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박 전 대통령은) 아무런 잘못이 없으니까”라며 “(국정농단의 증거가 된) 태블릿PC부터 다 가짜다. 조작에 의해 탄핵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러한 정보를 어디서 접했을까. 바로 ‘유튜브’다. A씨도 기자에게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 집회 현장에서는 촬영을 위해 삼각대에 스마트폰을 끼운 채 유튜브 플랫폼에서 보수 관련 매체를 운영하는 이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또한 홍보 차량 뒤편에 있는 전광판에서는 계속해서 관련 영상들이 재생됐다.

참여자들은 젊은 층에게 높은 경계심을 드러냈다. 기자가 참가자에게 집회 참여 이유를 물을 때면 주위에서 만류하거나, 기자를 훑어보며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와 달리 ‘젊은 층을 위해’ 집회에 나왔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참가자 C(남성)씨는 집회 현장까지 편도로 1시간 30여분이 소요되지만, 몇 차례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출석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기자가 먼 거리임에도 불구, 집회에 참여하는 이유를 묻자 C씨는 “나라 걱정이 안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나 잘 되자고 나온 게 아니다. 기자 양반 같이 젊은 사람들 위해 나온 거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우리는 먹고사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나. 미래 세대를 걱정하고, 나라를 위해서 (이곳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방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여기서도 다시 세대론이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방남을 환영하는 의견도 있다고 전하자 그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다”면서 “우리 세대는 안다. 철들고 나이 드니 ‘그건(사회주의)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위원장 방남설’은 청와대로부터 흘러 나온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들은 “(방남 계획은) 현재로선 확정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남북관계 악화와 남남갈등만 부추긴 연내답방, 누구의 똥고집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해 이 같은 대처에 대해 비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