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쯤 되면 가히 난장판이라 할 수 있다.

승부조작에 연루된 전 프로야구 선수 이태양(NC)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양심선언을 했다. 친구인 문우람 전 넥센 선수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문우람은 승부조작 브로커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태양과 함께 나온 문우람은 승부조작을 한 선수가 더 있다고 폭로했다. 이어 선배 선수에게 야구 배트로 머리를 두들겨 맞았다는 사실까지 털어놓았다.

그러자 승부조작을 한 선수로 지목된 한화의 정우람은 자신을 거명한 문우람에 대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펄펄 뛰고 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이들이 왜 이제 와서 양심선언을 하고, 또 다른 승부조작 연루자의 이름을 거론하고, 폭행당했다고 폭로하는 것일까?

검찰이 강압적으로 조사했다면, 왜 그 때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을까? 무슨 사정이 있었기에 그 때는 침묵하고 이제야 공개하는 것일까?

브로커의 말만 듣고 승부조작 연루자들의 실명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도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논란은 있지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다. 이들의 경솔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양심선언을 하든, 결백을 주장하든, 또 다른 승부조작 연루자들을 거론하든, 폭행을 당했든, 준비를 철저하게 한 뒤에 기자회견을 했어야 옳았다.

어찌됐건 프로야구 계는 이제 이들의 폭로로 아수라장이 될 전망이다. 검찰이 이들의 말을 토대로 추가 승부조작 연루자들에 대한 수사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하는 글이 올라올 수도 있다. 그리 되면 이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질 수 있다.

정말 바람 잘 날 없는 KBO. 그렇지 않아도 KBO는 올해 아시안게임 병역 혜택 논란으로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이 국회에 불려나가 온갖 수모를 당한 끝에 감독직을 내려놓아 자존심이 실추된 바 있다. 이 와중에 함께 야구장에서 뛰었던 선수들끼리 서로 헐뜯는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으니, 이야 말로 설상가상 아닌가.

그렇다 해도 KBO는 자체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강 건너 불구경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메이저리그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커미셔너가 진두지휘한다. 뒷북이나 치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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